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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3. 18. 15:00

[2020-09/소설, 독일문학] 개가 인간과 통하는데 꼭 필요한 대화 사전. 오셀로. 이형진 그림. 선우미정 옮김. 율리 체 받아 적음. 들녘. (2008)

 

2020년 초, 율리 체의 '새해'를 읽고 작가의 전작을 살펴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도전한 책인데 저자명에 '오셀로'라고 쓰여있다. 율리 체와 오셀로는 어떤 관계지?

 

이 글을 쓴 오셀로는 여류작가의 개다. 작가를 주인으로 둔 덕에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마침내 견공들이 인간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면 할수록 오해의 소지가 줄어들며, 견공과 호모사피엔스의 공생도 훨씬 수월해지고 행복해질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오셀로는 '개가 인간과 통하는 데 꼭 필요한 대화 사전'을 통해 견공의 시각에서 본 인간의 세계를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율리 체 받아 적음.

 

 

이 책은 소설가 율리 체의 독특한 발상과 시선이 담긴 '반려견 생활 탐구 백과사전'이다. '오셀로'라는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사를 ㄱ부터 ㅎ까지 사전의 형식으로 설명한다. 그림작가 이형진의 자유로운 그림체와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오셀로의 마음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듯 개의 시선으로 본 인간 세상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 한국에서만 살아본, 한국인의 정서로 읽다 보니 공감할 수 없는 유럽? 독일식 유머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그저 허구일 뿐. 부담 갖지 않고 그저 소설처럼 느끼는 대로 읽으면 된다.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라. 율리 체라는 작가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난해한 편집 덕분에 가독성이 좋지 않지만 이 차도 저자 오셀로의 의도일 수 있으니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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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2. 28. 23:34

[2020-08 / 소설] 새해. 율리 체. 이기숙 옮김. 그러나 출판사. (2019)


슈피겔 종합 1위, 16개월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소설, ‘새해’
휴양지의 호텔 같은 예쁜 일러스트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새해’는 독일 작가 율리 체의 2019년 신간이다. 율리 체(1974~)는 독일의 본에서 태어나 파사우와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미국의 뉴욕과 폴란드의 크라쿠프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데뷔작 ‘독수리와 천사’(2001)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기타 소설들도 3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2002년 라우리스 문학상부터 여러 차례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책날개 참고)

법학을 전공하고 유럽법과 국제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쓴 소설이라니. 연결고리가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깔끔한 표지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내용 구성 등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는데, 역시나였다.

주인공 헤닝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전거로 언덕길을 올라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만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통 글에서 생각을 담을 때 ‘작은따옴표’를 사용하고, 대화를 담을 때 “큰따옴표”를 사용하곤 하는데 그런 구분 없이 사실 묘사와 주인공의 생각을 넘나들며 왔다 갔다 한다. 그 부분이 어렵거나 헷갈린다기보다는 좀 어지러웠다. 마치 힘든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숨이 차고 머리가 띵해지는 그런 기분. 아마도 ‘그것’의 정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소설의 초반부에 시점의 이동인지, 상상인지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면 중반부 이후부터는 순식간이다. ‘그것’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결말까지 너무 빠르게 훅 지나와버린 기분이다. 자신의 글에 확신을 가진 작가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공포나 호러 소설은 아니지만, 더한 고통스러움이 있다. 주인공 헤닝과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없지만, 누구든 그런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면 누구든 갖게 될 공포. 그래서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강한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지, 그것을 극복하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가 담겨있어 책장을 덮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면서 괜찮은 소설 한 권을 읽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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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에세이] 마흔의 서재. 장석주. 프시케의 숲. (2020)


<마흔의 서재>는 물안개 자욱한 새벽 마당을 가로질러 서재로 나가 써 내려간 그 시절의 조촐한 마음을 담은 책이다. 그때 찾아 읽은 책과 나를 품었던 서재는 나의 피난처이자 은신처였다. 갈매나무 한 그루 품지 못한 채 마흔에 불시착한 이들에게 나침반 같은 책이기를 바랐다.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날의 꿈을 기획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랐다. 미망과 의혹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깨어 있을 땐 숨결을 가지런하게 하고 밤에는 작은 꿈들을 꾸며 고요하게 살기. (7)-작가 서문 중에서


2012년 한빛비즈에서 출간한 동명의 책 ‘마흔의 서재’가 출판 계약의 법적 시한을 다 채운 2020년 1월 프시케의 숲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저자 장석주가 마흔이던 시절 읽고 쓰고 느낀 것들을 엮은 이 책은 어떠한 울림을 주었길래 8년 만에 또다시 나오게 되었을까. 출간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베스트셀러에 속해있다.


‘마흔의 서재’는 장석주가 마흔을 맞이하며 읽은 책을 소개하고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책 속 소개되는 저자가 읽어낸 수많은 훌륭한 책 보다 저자의 생각에 더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목차-

제2장 삶의 갈림길마다 책이 있다.
제3장 이전과는 다른 생이 기다린다.
제4장 넓어지지 말고, 깊어지는 삶을


성인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면 좋은 스승님을 만나기가 어렵다. 물론 학창 시절에도 좋은 스승님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지만,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더하다. 생계를 살다 보면 그저 살아가기에도 급급하고, 점점 여유가 없어지는데 마흔이 아마 그 중턱쯔음 되나 보다.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이룬 건 없고, 돈을 좇으며 살아온 건 아니니까 적은 게 당연한데 남과 비교하게 되고, 방향을 잃으니 더욱 혼란스러운 시기가 바로 마흔인가 보다. 나의 마흔은 남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아왔나 허무해진다.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보지만, 그동안 마음먹은 대로 살아왔던 건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무튼 마흔이라는 새로운 성장통을 맞이하게 되어 힘겨운 사람들에게 나침반 같은 스승님이 되어줄 책이다.


저자는 마흔 시절에 이 책을 쓸 만큼 단단하고 야무진 사람인데 나의 마흔은 여전히 아직도 어설프다. 마흔쯤이 되면 남들처럼 어른처럼 살 줄 알았는데 나의 마흔은 그렇지 못하다. 얄궂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업무가 휘청거려 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지만, 다시금 정신을 붙잡고 나아가야겠다.

——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은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심리적 피난처”를 찾는 일이다. 대개 작가나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스스로 고립의 환경을 찾아내 고독을 추구한다. 이때 고독은 “위안과 새로운 활력, 내적 평온”이라는 선물을 준다. 명상, 휴식, 기도와 같은 활동도 고독을 동반한다. 이때 고독은 일상의 번잡함에 매여 지친 영혼을 달래고 내적인 여유와 평화를 가져다준다. (74)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비상의 가장 단순한 사실-즉 먹이를 찾아 해안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방법 이상의 것을 배우려고 마음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갈매기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었다. 어떤 것보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나는 것을 사랑했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129)

비가 내리는 풍경에 무심한 눈길을 주고 있는 이 순간, 그 순간들이 바로 삶이라는 꽃이 피어 있는 순간이다. ‘나’란 존재는 바로 이 순간의 순수의식 그 자체이다. 이 순간밖에 없는 삶은 없다. 산다는 것은 바로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178)

나는 삶을 소유할 수 없다. 삶 그 자체가 바로 나이고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180)


——
장석주와 연관된 책을 5권이나 읽었다. 옛 기록을 찾아보니 내가 만난 장석주의 책은 모두 좋았다. ‘마흔’이라는 제목에 끌려 손이 간 줄 알았는데 역시 장석주의 글이어서 더욱 마음이 기울었나 보다.

1. 은유의 힘. 장석주. 다산책방. (2017)
2.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장석주. 박연준. 난다 출판사.(2018)
3. 게으름의 즐거움. 피에르 쌍소 외 지음. 함유선 옮김. 호미 출판사. (2003)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장석주 쓰고 엮음. 추수밭 출판사. (2015)
5. 정원으로 가는 길. 질 클레망. 이재형 옮김. 홍시 출판사. (2012)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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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1. 27. 16:42

[2020-04 / 문학, 한국소설] 사랑의 생애. 이승우. 예담. (2017)

사랑은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게 하는 근거이다. 사랑의 근거이고 사랑의 깊이이고 사랑 자체이다.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근거이고 깊이이며 사랑 자체인 사랑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고 있다.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 안에 포섭되어 있다. 사랑 자체인 이 사랑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자기 생애를 시작한다. 그 생애가 연애의 기간이다. 어떤 생에는 짧고 어떤 생애는 길다. 어떤 생애는 죽음 후에 부활하고, 어떤 생애는 영원하다. (167)


2019서울 국제 도서전 기념품(?)이었던 '맛의 기억(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맛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소책자)'을 통해 이승우라는 소설가를 알게 되었다. 언어를 가지고 노는(!) 저자 특유의 필력에 반해 이승우의 여러 책을 담아왔고, 그중 첫 번째로 완독한 책이다. 작가는 저자의 말을 통해 '떠오르는 대로 순간의 단상들을 적어둔 여러 개의 메모들을 여러 권의 몰스킨 수첩을 거쳐 스마트폰의 메모장으로 옮겨 왔다가 책으로 만들었다.'라고 소개한다. 저마다 다르지만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랑이라는 경험의 신비를 담은 책이다.


'사랑의 생애'는 등장인물 형배, 선희, 영석, 그리고 준호의 사랑 이야기가 우연하게 얽혀있다. 각자 자신만의 어쩔 수 없는, 치열하고 못나빠진 날것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사정에 공감되는 것은 작가 이승우의 솜씨 덕분일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때로는 형배에게, 때로는 선희에게, 영석, 그리고 준호에게 감정이입하여 내가 그 사람인 듯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감성, 심리 묘사가 너무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어 한때 즐겨 읽던 알랭 드 보통이나 김형경의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내 감정을 들킨 것만 같은 이런 묘사는 마음이 바쁠 때에는 잘 읽히지 않다가 여유가 있고, 한가한 시기에 후루룩 읽게 된다.

어떤 방식이 더 좋거나 괜찮다고 말할 수 없는 각자 사랑에 대한 경험, 사랑의 생애는 작가의 말마따나 사랑 그 한가운데 빠져 있는 자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라는 글귀가 마음에 남는다. 책을 읽으며 사랑이 하고 싶어졌고, 삶이 궁금해졌다.

분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고백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자의 말은 불가피하게 우회하는 말이다. 사랑의 말은 직선을 모른다. 아니, 모르지는 않지만 쓰지 못한다. 쓰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두근거림과 조심스러움, 즉 수줍음이 쓰지 못하게 한다. 직선의 언어는 빠르지만 날카로워서 발화자든 청자든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쉽다. 자기든 남이든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시작되는 현장에서 직선의 언어는 여간해서는 채택되지 않는다. (48)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사람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저 사람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 이 사람에게 대단한 일이 저 사람에게는 대단하지 않거나, 저 사람에게 하찮은 일이 이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 경우는 허다하다.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하는 일에 우리는 가치를 부여한다. (...) 우리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하는 대단한 일을 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일을 견딘다. 그 대단한 일을 하기 위해, 혹은 그 일을 하기를 갈망하며 이 대단하지 않은 일을 한다. 이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건 그 일 때문이다. 그 일에 대한 기대가 이 일을 감당하게 한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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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1. 21. 01:34

[2020-03 / 문학, 한국소설] 서독 이모. 박민정. 현대문학. (2020)


요즘은 수많은 근심 걱정으로 책 읽기가 쉽지 않은데, 서독 이모는 예외였다. 큰 기대 없이 책장을 넘겼다가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흡입력이 좋고 재미있으면서 명쾌(!)하지만, 마냥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라 곱씹을 거리도 있다. 서독 이모는 1985년생 작가 박민정의 소설이다. 소설에 있어 나이라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기준이 되어버리니 ‘나보다 어린 작가’가 되었다. 어리면서 잘 나가는 대부분 사람들의 소설은 전개가 빠르거나 소재가 자극적이어서 불편한 경험이 많았다. 도도하고 거친 느낌이 싫어서 웬만하면 피하는 편이다. 하지만 박민정의 소설은 그런 나의 선입견을 깨트렸다.


소설 속 주인공 정우정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 구질구질한 대학원 생활을 버티며 논문과 소설을 쓴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소재를 찾다가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인 이모와 이모부 이야기를 선택했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쓴 글과 석사 논문 통과 과정인 자신의 이야기가 소설이 되었다. 흥미롭다. (이런 과정을 책 뒤편에 드라마투르기라고 표현한다.)


드라마투르기는 작품에 대한 여러 해석 중 하나의 관점을 채택하여 작품에 의미를 구체화하는 비평적 활동이다. 즉, 하나의 스토리에 대한 비평적 시선 및 연출을 위한 이론적 실천이다. (106)


너에게는 이모의 불행이 심심풀이 땅콩이니, 나는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두 번째 단락을 넘어서고 나서도 꽤 많은 분량을 단숨에 써버렸지만 더는 이 이야기를 이어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82)


나의 쓰기도 떠올랐다. 고작 나의 경험과 내 주변 이야기를 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미천한 글짓기가 부끄러웠지만, 정우정, 아니 박민정 작가처럼 나도 할 수 있다면 계속 쓰면 작가가 될 수 있으려나?!


소설 속 작가는 본인의 가족사, 서독과 동독의 통일에 엮인 비극, 정체성과 삶, 씀이라는 행위 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무겁지만 한 건 아니다. 이 소설에 재미가 더해지는 것은 통일 전후 독일과 현재 한국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점이다. 정우정이 박민정은 아닌지, 이 소설 자체가 진실인지 허구인지 궁금증을 갖고 ‘서독 이모’를 읽으며 최근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통일 같은 소재를 독일 이모와 그녀의 남편 클라우드의 이야기를 통해 불쑥 차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너무나 거짓말 같은데 그래서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이렇게 덜컥 통일이 이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책날개 참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 선은 현재 021권까지 발행되었고, 30권까지 예정되어 있다. 어떤 출판사에서 이렇게 앙큼(!) 발랄한 책을 시리즈로 묶어놓았나 찾아보았더니 좋아하는 미래엔 출판사의 성인 단행본 브랜드 중 하나였다. 미래 엔에는 와이즈베리, 북폴리오, 현대문학이 속해 있다. 소설을 잘 알지 못할 때는 양질의 인문 서적을 출간하는 와이즈베리를 좋아했지만, ‘서독 이모’를 알게 된 이상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에 관심 갖고 챙겨보려 한다. 다음 책은 017 이승우의 캉탕을 읽어야겠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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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20. 1. 20. 23:57

[2020-02 / 인문 에세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노수경 옮김. 사계절. (2017)


일에 치이던 지난 연말 ‘왜 나는 매일 일하고 있는데 매일 일에 쫓기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할 때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2세대로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현재 구마모토 현립극장 관장 겸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의 이름이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 나쓰메 소세키를 소개하는 책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작가였다. 자기 계발서 같은 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고전, 인문과 역사 속에서 일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보라는 조언이 좋았다. 목차부터 깔끔하게 정리되어 책의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점도 좋았다.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사이토 다카시의 3으로 생각하라,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등이 오버랩되었다. 일본인 특유의 분위기일 수도, 교육을 가르치는 교수님의 깊이일 수도.


바쁨과 아픔에 쫓겨 나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정신 차리기 위해 이 책을 찾아갔다. 하지만 금세 또 일을 만들어 분주해져 버렸고, 지난 연말 동안 느꼈던 절실함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이 책은 좋은 책이 분명하다. 생계유지만을 위해 주어진 업무를 적당히 때우는 식의 일을 원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의 의미나 살아가는 이유, 일의 본질 같은 것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상을 좇으며 일할 수 있는 나의 삶, 선택과 책임 같은 것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내 인생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처방전 :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 일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삶의 방식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47)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에서 창조성이 생겨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타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다시 있는 그대로의 타자에게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는 사회는 본래 그러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상호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위축되었던 창조성의 문 또한 열릴 것입니다. (63)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 : “그대에게 해로운 사람이 품은 생각과 그 사람이 그대에게 품게 하려고 하는 생각을 품지 말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물을 보라”(4장 2절) (197)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란 내게 맞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입니다. 일을 통해 사회라는 공공의 장으로 ‘들어가라’고 권한다. ‘나가라’가 아니라 ‘들어가라’라는 표현을 통해 저자는 공적 영역의 ‘시코토’ 밖에 훨씬 더 넓고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일과 삶의 영역이 펼쳐져 있음을 시사한다. 폭넓게 배우고 더 큰 기회를 얻기 위해 먼저 사회로 들어가라고,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를 새롭게 발견하라고 말한다. (228)


-로빈슨 크루소 -나스메 소세키 ‘산시로’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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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1 / 에세이]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김광연글. 박승희 그림. 지콜론북. (2019)

지인 권유였나? SNS 팔로우 계정에서 추천하는 글을 봤던가?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이 책은 을지로에서 ‘광장’을 운영하는 저자 김광연의 에세이다. 밥 먹는 술집 ’광장’을 준비하게 된 계기, 광장에서 만드는 음식 이야기나 사는 이야기 등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비슷한 느낌의 에세이로 속초 동아서점 책’ 당신에게 말을 건다(알마,2017).’가 오버랩된다.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읽기 좋은 에세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자기 자신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는 자영업자로서 이렇게 솔직한 에세이를 쓸 수 있는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 역시 이따금 무언가를 끄적이지만, 내가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당당하지 못하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의 글쓰기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어떤 식으로 나의 존재를 금세 알아챌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희미하게 얼버무리거나 존재를 감추곤 하는데, 저자 김광연은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래서 더 솔직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느껴진다. 마침 오늘 책을 다 읽었고, 내일 그 공간에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기분? 오랫동안 보고 싶고 갖고 싶던 무언가를 만나는 기분? 치킨 남방도 먹고 싶고, 꽁치 파스타도 먹고 싶고, 카레도 먹고 싶고. 책에서 받은 그 느낌 그대로 따듯하고 안전한 공간이길 바라본다.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가 없는 벌거벗은 몸에 날개가 달린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떠올랐다. 늘 눈에 띌 준비가 된 카이로스는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람 앞에 무성한 앞머리로 다가간다. 기다렸던 기회를 낚아채기 쉽게 하기 위함이었으리라.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카이로스가 스쳐 지나가고 알아차린들 뒷머리는 민둥머리로 잡을 곳 없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한다. (294)

저자의 신중하면서 활기차고 곧은(?) 에너지가 내게 전해졌다. 멍~~함을 깨우고 정신 번쩍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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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0 / 경제경영, 경제사]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로크미디어. (2019)

4월 24일 초판 1쇄 발행, 5월 3일 초판 10쇄 발행. 보통 초판이 2,000권이라면 초판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20,000권을 찍어낸, 9월 현재 대체 몇 쇄나 더 찍어냈을지 궁금한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아닐까 싶은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저자 홍춘욱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제학과를 박사과정으로 경영학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27년째 이코노미스트 생활을 하고 있고, 특히 2016년 조선일보와 FNguaid가 선정한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미 10여 권의 책을 출간, 번역했고, 유튜브 채널 ‘홍춘욱의 경제강의 노트’를 운영 중이다. (책날개 참고)

나만 모르고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유명인이었나, 초판을 찍은 지 일주일 만에 10쇄를 찍어낸 이 책의 매력이 도대체 뭘까. 역사, 경제, 경영을 전공한 본인의 전공 지식을 통해 세계사 속 큰 사건들을 경제적 측면으로 바라본 이야기 돈의 흐름과 역사를 풀어냈다. 나폴레옹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왜 패배하고 영국이 승리하였는지부터,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까지 총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흔하디흔한 교양서적으로 읽어내기엔 어려움이 크다. 덧셈 뺄셈에 대한 이해 없이 두 자릿수 곱셈을 대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세계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에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으니, 나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면 유튜브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며 멍때림을 즐기는 예술가형 사고를 지닌 내가 이 책을 즐겁게 읽어내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세계사와 경제를 알면 지금 이 세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설마 나 빼고 모두가 쉽게, 흥미롭게 읽은 책은 아니길.

제목을 참 잘 지은 경제사 책.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홍보용 도구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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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9. 9. 10. 12:21

[2019-59 / 인문. 교양심리학]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주디스 올로프. 최지원 옮김. 라이팅하우스. (2019)



유난히 민감한 나 때문에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왜 이럴까?’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민하지 않은 척, 당당한 척, 괜찮은 척도 해보고, 심리 관련 책도 읽고, 상담도 명상이나 요가 같은 운동도 열심히 한다. 다양한 경험 중 좋았던 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나를 충전하고 있음을 알기에 항상 어느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늘 바쁜 사람’이라는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 유지였기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려 언제나 노력한다. 가장 쉽고 빠른 도움은 책을 읽는 것이다. -1년에 2~3권은 읽는다.- ‘우울한 나를~’ ‘여성 심리학~’ 과 같은 제목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 나의 관심사가 누적되어 알려지는 게 싫어 책을 구입하거나 도서관 대출 기록으로 남기진 않는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 책장 근처에 앉아 읽는다. 그렇게 읽은 심리 관련 서적 중 최근 나를 가장 위로했던 책은 ‘센서티브(다산 3.0, 2017)이다. ‘예민해도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내게 건네던 이 책은 2017년 베스트셀러로 많은 마음 여린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몇 권 더 읽었고, 올해 나의 마음을 가장 위로하는 책은 바로 이 책 ‘나는 초 민감 자입니다.’이다. 센서티브가 마음을 토닥이는 글이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한 분석으로 왜 내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는지, 민감한 사람들의 유형에 대하여,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저자 주디스 올로프(judith orloff)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ucla의 임상교수이며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2004년 발표한 ‘포지티브 에너지’에서 타인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을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최초로 명명하기도 했다. 자신도 초민감자라고 칭하는 올로프 박사는 정통 의학, 심리학, 영성, 객관적 치유와 에너지 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통합해서 hsp와 초민감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책날개 참고)



‘예민’ 또는 ‘민감’이라는 한 단어로 퉁치는 감정선을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한다. 초민감자는 신체적, 정서적, 직관적, 텔레파시, 예지적, 꿈, 식물, 지구, 음식, 성, 동물 초민감자 등 다양하게 분류되며 여러 유형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에 속할 수도 있다. 각 유형의 사람들은 좀 더 예민한 부분이 있으며, 과부하 되어 폭발하지 않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방어하고 대비하여 내가 가진 성격적 특징을 강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비책을 제시한다.



어릴 적 ‘은하철도 999’나 ‘2020 우주의 원더 키디’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무서워 눈을 질끈 감곤 했던 기억이 난다. '독수리 오 형제'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베르사유의 장미' 역시 마찬가지다. 당최 눈물이 나올 장면이 아닌데 눈물을 흘리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 감정이 북받치는 상황을 일부러 피했던 적도 있다. 애니메이션도 무섭고 슬픈데 영화나 드라마는 오죽했을까. 그런 약하고 작은 내 모습이 불편했는데, 내가 초민감자였기에 타인의 감정에 쉽게 물들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 유난스럽게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내가 결코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것. 이런 나를 내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 책에 나온 모든 사례가 내 이야기였고, 마음이 힘이 들고 지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어린 시절에 정서적 혹은 신체적 학대받은 경험은 성인이 된 후 민감성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 자기애적 성격 장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상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보다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튼튼한 보호막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자기가 가족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며, 민감성을 중시하지 않는 더 큰 세상에 가서도 자신을 투명 인간처럼 취급한다.(24)



다른 사람들처럼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학습하지 못한다. 감각에 과부하가 걸리는 임계점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성난 사람이나, 소음, 밝은 빛처럼 유해한 자극에 쉽게 동요된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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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6/ 소설. 호러소설] 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북오션. (2019)

무덥고 무기력한 여름밤엔 아무래도 호러소설이 제격이다. 2년 전 교토를 배경으로 쓰여진 야행(예담, 2017)을 읽으며 보낸 여름밤이 좋아서 올해 여름도 일부러 공포 소설을 찾았다. ‘한밤중에 나 홀로’는 냉면(안전가옥, 2019)에서 알게 된 전건우 작가의 호러 단편소설 신작이다. 호러소설은 여름과 궁합이 좋다. 긴 것보단 단편이 좋고, 직접적인 것보단 엉뚱하고 열린 결말처럼 유연한 게 좋다. 이미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지만, 전작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도전은 꽤 괜찮았다.

소설 자체를 즐기지 않고, 장르 소설도 익숙하지 않지만 몇 권 읽다 보니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과격한 호러가 아니어서 나 같은 초보자가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써야 하는 독서 노트에 밀려 읽은 지 한참 지난 후의 기록이라 전반적인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한동안 가방 속엔 늘 이 책이 있었다. 밤에 읽긴 무서워서 출퇴근길 이동 중에 한참 동안 함께 했다. 하루에 한 편씩 약 일주일 동안 이동길이 덥지 않았다.

냉면(안전가옥, 2019) 덕분에 인스타 인친이된 저자는 밝고 가벼운 무게의 로맨틱 소설 같은 걸 쓸 것 같은 꽤 편안한 인상이던데 이런 장르 소설 작가라니. 역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되는 거다. 내겐 일탈 같은 장르 문학, 저자의 다음 작품도 궁금하다. 내년 여름을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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