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38 / 경제경영] 다시, 장인이다. 장원섭. 영인미디어.
석사 졸업 후 더는 내 머릿속만 채우는 배움에 머물지 않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를 노동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 마음으로 직업을 구하니 직업의 귀천이나 월급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원하던 건 나누는 삶이었다. ‘다시, 장인이다’의 저자 장원섭처럼 ‘선한 영향력’, 바로 그게 내가 하고 싶던 직업, 노동, 삶이다.
연대 교육학과 교수이며 지적 장인으로서 일을 통한 배움과 성장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는 저자 장원섭의 신간 ‘다시, 장인이다’는 2015년 ‘장인의 탄생’의 2편이라고 볼 수 있다. 배움과 성장과 나눔을 연구 중인 저자의 관심사가 진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나의 읽기 목록 중 1/2 정도를 차지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언어와 교육에 관계된 책을 출판하는 유유출판사의 책을 즐겨 읽었고, 교사교육자인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몇 권 읽었다. 그 외에도 교육과 관련된 책이거나 교육관계자가 쓴 책을 즐겨 읽었다. 배움과 성장을 꿈꾸는 내게 어쩔 수 없이 끌림으로 다가온 이 책은 100% 만족 그 자체였다.
대기업 속 부품처럼 돈 버는 기계로 일하며 살아가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장인 정신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라는 이 책은 나이든 부장님의 잔소리처럼 케케묵은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왜 장인처럼 일해야 하는지, 그런 방식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장인이 되어 일한다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생각해보면 저자의 주장이 전부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여겨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가 있듯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가 있다. 맹자의 관점에서 보면 장원섭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순자의 관점에서 보면 과연 모든 사람이 장인을 바라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나는 장인처럼 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진 않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성악설을 전제로 두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든 나는 옳다고 여기는 나의 방식대로 살아가야겠지만. 아무튼.
노동은 하찮은 것,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 장인은 특별한 사람, 삶은 이런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짧은 생각을 반성하며 저자가 곱씹어주는 장인 예찬론을 읽고 있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동과 직업, 장인과 삶이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마법사의 마법에 홀리듯 저자 장원섭의 글에 홀려 장인이 되고 싶어졌다. 그놈의 돈 때문에 먹고사는데 팍팍해서 지쳐있던 내게 장인처럼, 능동적인 노동을 하며 내 삶을 이끌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직업명은 소유의 이름이라서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가질 수 있는 반면, 일의 의미는 존재의 방식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거기에 자기 자신을 투입하지 않으면 얻어질 수 없다. (47)
남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에 따라 일할 때 비로소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생산과 서비스가 만들어 질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김밥 한 줄을 말더라도 정성을 다하여 스스로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받는 일이 필요하다. (73)
많은 사람, 특히 생계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때우는 방식으로 노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 철두철미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78)
성공은 ‘끝까지 해내는 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89)
‘생각하는 손’과 ‘수고하는 머리’는 필연적이다. (108)
장인이 자신의 리듬을 따라 일한다는 것은 기계나 고객의 리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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