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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일상] 공항



공항

공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행의 출발점인 그곳이 좋아 아무 이유 없이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 구경을 몇 번이나 다녀온 적도 있을 만큼 공항을 좋아한다. 비행기들의 집, 공항이 좋다기보다는 공항을 생각하면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리는 설렘이 좋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오느라 인천 공항에서 집을 향해 공항철도를 타러 가던 중, 이제 막 열차에서 내린 수많은 인파를 본 적이 있다. 여행자 차림은 아니었으니 아마도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나 보다. 정오가 막 되려던 시간이었는데 서울 강남 어느 지하철역 출근길 풍경과 비슷할 만큼 많은 사람이 공항을 향하고 있었다. 일부는 뛰어가고 일부는 젖은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종종걸음으로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항도 누군가에게는 업무의 공간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수년 전 박물관에서 일하던 시절, 월요일을 쉬고 주말 출근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쉬는 날, 여유롭게 나들이 가는 곳이 나에게는 일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의 근무는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힐링하러 온 주말, 그 공간에서 나는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물론 나에게도 남들이 일하는 월요일 쉴 수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 주말에 일하는 것 자체가 싫어서 그곳을 그만두고도 한참 동안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일하는 공간일 뿐인 공항이라는 곳이 어떤 느낌일까? 매일 여행하듯 살고 있을까? 그저 일하는 공간으로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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