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25/ 에세이]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나이즈미 렌. 최미혜 옮김. 애플북스.
몇 년 전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2013, 은행나무)라는 책이 ‘행복한 사전’(2014)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책을 사랑하는 순박하고 성실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그 영화. - 영화보단 책의 깊이가 좀 더 좋았다. - 상영 기간이 짧았던 걸 보면 출판과 관계된 이야기 같은 건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나 보다.
‘서재 결혼시키기’(2002, 지호)는 한 남녀가 오랜 시간 연애를 하고 드디어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서 ‘책’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책의 취향과 배치 정리 등 두 사람이 함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책이라는 매개체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서재’의 ‘결혼’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웠지만, 그 책에 나온 ‘책 속의 책’들을 많이 알지 못해 공감의 깊이가 덜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소재로 다룬 책이 종종 나온다. 책을 즐기는 사람이 10명 중 2~3명 정도인데, 그들 중 1명 정도만 겨우 읽는 책을 다룬 책들. 인기가 없는 게 당연하다. 책을 읽는 인구가 적으니까 책 속의 책 따위 관심이 없을 수밖에.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쓰는 작가의 글쓰기
다른 나라의 책을 소개하는 에이전트
교정과 교열
서체
디자인
종이
활판인쇄와 활자
제본, 제본 문화
책과 관련된 모든 일과 모든 순간에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쌓여가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책을 만드는 과정과 참 잘 어울린다. 기술의 발전으로 책과 관계된 많은 직종이 사라졌다. 이제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기계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책이 출간되고 있다. 장인의 손으로 낱자 글자를 새기고, 교정하고 정교한 교열을 보진 않지만 그래서 예전보다 더욱 간편하고 쉽고 빠르게 생산된다. 그래서 양질의 글을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책을 만들었던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싶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겨있는지, 읽는 내내 행복했다.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적은 부수라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권을 만들려고 할 때 제본 기술이 잊혀진다면 책을 둘러싼 소중한 세계는 사라져버릴 겁니다. 거기에는 아직 심오하고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266)
인간은 풍부한 상상력을 펼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발견한 후에는 꾸준히 계속하려 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마음껏 살리려고 궁리합니다. 저는 그런 세계를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려고 해요. 제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써온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계속 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게 그 사람의 마법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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