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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에세이

[책추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이가라시 미키오. 김신회 옮김.




[완독 43 / 에세이]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이가라시 미키오. 김신회 옮김. 놀출판사.

쌓여가는 업무와 두껍고 깊이 있는 책의 무게에 짓눌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을 때 무심결에 펼친 이 책은 위로 그 자체였다. 이제 더 이상 가벼운 에세이에 깊게 공감하지도 않고, 출간되자마자 찾아볼 열정도 없지만 그런데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역자 김신회 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작년 봄과 여름 사이,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2017)을 읽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불과했던 보노보노와 나의 닮음을 큰 언니의 목소리와 토닥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엽고 가볍고 산뜻한 이 책은 간단한 50여 가지의 질문을 보노보노 캐릭터들이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출근길 우연히 펼친 어느 장을 보면서 감정이 복받쳐 올라 울컥했다. 별일 없었고, 별 내용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쏟아지려 하는 눈물을 참아내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작년 어느 시기에도 김신회 작가님의 보노보노 책을 읽으며 위로받았었지. 그랬었지, 그 감정을 떠올리며 다시 캐릭터들에 몰입하였다. 말장난 같은 해결책을 내놓는 캐릭터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그만큼 팍팍하게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스다 미리의 글과 그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잔잔한 감동을 보노보노에게서 느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인 것인지, 나의 감정이 ‘보편적인 것인지’, 우연히 나와 맞는 책과 글을 읽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마음이 살랑살랑 가벼워졌다. 엉뚱하고 간단한 내용으로 읽기 어렵지도 않아 단숨에 후루룩 읽어낼 수 있지만, 야금야금 아껴 읽었다. 울컥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위로받고 싶을 때, 잠시 딴생각하고 싶을 때 아무 장이나 펼치고 읽으면 후련해질 것만 같다. 피식 웃으며 별거 아닌 것들을 적당히 넘길 수 있는 유머를 즐기는 지금 이대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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