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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58 / 에세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현대문학. (2010)

박완서님의 첫책.


작년 이맘때에는 작가의 위트가 느껴지는 글을 좋아했다. 임경선이나 사노 요코 처럼 톡톡 튀는 글이 좋았고, 그 말투와 성격을 닮고 싶었다. 에세이보다는 인문학책을 즐겨 읽는 요즘은 논리정연한 문체의 글이 좋아 잡다한 신변잡기식 상식 말고 진짜 전문가나 기자의 논리적이고 똑 떨어지는 설명글을 즐겨 읽는다. 이 책이나 저 책이나 쓴 사람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다. 나의 책 취향은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예정이지만 그런데도 변치 않는 것은 잘 쓰인 글이 좋다는 것이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전문서적이든 잘 쓰여진 글은 읽기가 좋고, 모든 글에는 쓴 사람의 흔적이 담겨있다.

수업 교재로 내가 좋아할 책이라고 추천받아 읽게 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저자 박완서가 생활하고 책을 읽으면서, 옛사람을 추억하면서 썼던 산문을 엮은 책이다. 작가의 향기가 잘 묻어나오는 형식의 이 산문집은 에세이가 재미없는 요즘의 내가 읽기에 제법 흥미롭진 않았지만,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하나의 소단원을 어떤 흐름으로 어떻게 풀어가는지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작가와 교감할 수 있어 좋았다.

저자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책날개 참고) 우리나라 근현대사 중 가장 힘겨웠던 한국전쟁을 살아내면서 가질 수밖에 없던 생각과 감정,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산문집이었다. 올곧은 사람의 글을 읽고, 나도 그와 닮을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다시 읽고 싶다.

좋은 글 읽기는 쉽지만 좋은 글쓰기는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좋은 글이 많이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우리를 덜 절망스럽게 하고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 그러나 자신을 믿고, 다른 누군가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따라야 한다거나, 확신 없는 믿음은 오히려 믿지 않느니만 못하다. 나를 믿는다는 것은 살아온 날에 대한 만족과 후회 없음 위에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으며 나에 대한 신뢰를 쌓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작가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쏟아부은 에너지 중 일부를 핥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깊이를 조금이라도 닮아가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73)

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