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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사회 과학

[책 리뷰] 나르시시스트 리더

 

[완독 23/ 사회과학] 나르시시스트 리더. 배르벨 바르데츠키. 이지혜 옮김. 와이즈베리.



늘 잘난 척을 하고, 자신의 업적을 뽐내고 싶어 하며,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타인보다 한발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닌 경쟁적인 사람. ‘거만하다, 재수 없다’는 다양하고도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

출처) 정신의학신문 : 신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들.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이 특성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닌 것, 숨기고 싶은 치부가 아닐까. 누구나 조금씩 지니고 있지만 과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부정적인 방향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혹은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36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 미국과 독일에서의 연구 활동을 통해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결국 '나르시시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혔다. 현재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조직과 사회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책 소개 참고)


자아존중감이 강한 사람은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지지하고 다독이며 위로할 줄 안다. 이들은 또한 믿음직스러운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다만 이들에게도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은 중요하다. 애정 어린 관심과 존중, 소속감이 결핍되면 위축되고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 반면에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끊임없이 타인에게 인정과 확인을 받으려 하며, 이에 집착한다. (20)


내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하며 책을 읽었지만, 숨기고 싶은 나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는 나르시시즘. 건강하지 않은 나의 자아가 활동할 때 드러나는 모습을 들킨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어 설명한다. 안하무인식 태도에서 비치는 모습, 불편하고 거북하지만 미국이 아닌 내 주변에도 존재하는 이런 사람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을 지닌 탓에 자아상을 확인받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과 경탄을 얻으려 든다. 또한 기분이 쉽게 상하는 탓에 상대방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든지 하는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심사가 뒤틀린다. 이를 자신에 대한 비하나 비판이라 여기고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내적 균형을 되찾는 일,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불편한 기분을 표현하는 일에 전혀 소질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거나 파멸시키려 든다. (121)
‘나르시시스트’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개인적 경험을 가진 특정한 개인이 있을 뿐이다. (15)



짐바르도는 '평범한' 사람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루시퍼 효과'라 불렀다. (128)
짐바르도는 악이 싹틀 수 있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빈곤, 양육 과정에서의 애정결핍, 폭력의 체험, 비인간화, 전쟁, 고문, 집단학살, 여성 인신매매, 냉담함. 악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나 사소한 사실 왜곡, 정의에 대한 부정같이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된다. (130)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트럼프’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읽는 내내 KBS 드라마 ‘흑기사’ 속 주인공, ‘서린’이 떠올랐다. 그녀의 어떤 경험이 그녀를 악녀로 만든 것일까, 드라마가 종영된 지금 드라마가 끝난 아쉬움보다는 서린에 대한 연민이 마음에 남는다.


출처) kbs 드라마 '흑기사' 중 서린의 의자. 이 책의 표지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밝혀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우리가 존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미셸 푸코(185)

인간의 심리와 사회 문제를 냉철하게 비판하는 시선, 그리고 독일 여성이 지닌 분석적인 문체 등이 오버랩되어 수개월 전 읽었던 '혐오 사회'가 떠올랐다.


https://blog.naver.com/flowerdog314/221063910877


독일인만이 지닌 냉철한 분석력과 비평력이 부럽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갖지 못하는 무기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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