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3 / 경제경영. 마케팅] 탐닉의 설계자들. 다마키 신이치로. 안선주 옮김. 쌤앤파커스. (2021)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상을 알고 싶다는 본능 덕분이다. 요즘엔 유튜브로 간편하고 쉽게 새로운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종이책이 가져다주는 설렘이 있다.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마감 전날 밤이라든지, 잠 안 오는 새벽에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중독자처럼 즐기게 된다. 그러다 번뜩 정신을 차리고 앱을 지운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 어떤 오묘함 덕분에 나처럼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이 많은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겼다.
‘탐닉의 설계자들’의 저자 다마키 신이치로는 닌텐도의 프로그래머로 입사하여 전 세계에 1억 대가 팔린 게임 ‘위’의 기획담당자로, 가장 초기의 콘셉트 워크부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비스의 기획 및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관여하여 ‘위의 전도사’, ‘위의 프레젠테이션을 가장 많이 한 남자’로 불린다. 그 후 컨설팅, 웹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재육성 및 지역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책 소개 참고)
저자는 제품과 서비스에는 ‘직감, 놀람, 이야기’라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험 디자인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무심결에 열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상품의 기능과 성능만으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을 제공해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12)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체험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UX(user experience)라고 한다. 이는 기획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중요한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12)
‘게임 자체가 재밌어서가 아니라, 플레이어 스스로가 직감하는 체험 그 자체가 재밌으니까’ (100)
놀람 디자인은 플레이어가 체험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게끔 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부지런해서 피로를 모르는 플레이어만 있다면 놀람 디자인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적인 체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놀람 디자인이 필요하다. (154)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추측하고, 문맥을 연결하여 당신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내레이터, 그게 뇌의 본능적인 역할이다. (...) 뇌가 가진 ‘이야기하는 본능’의 힘 덕분이다. (180)
이 책은 게임 기획담당자가 게임이 설계된 배경을 쉽게 설명한 책이지만, 직감과 놀람, 이야기는 상품 개발자나 기획자에게 필요한 요소이기에 모든 기획자의 업무에 접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영역에 ‘무심코 참여하게 만드는’ 데에 쓰이는 요소라면, 가치 창출을 위한 기획에 응용한다면 쓰임이 더 커지지 않을까.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책장을 넘기며 체험 디자인이라는 오묘한 세상을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 게임 기획자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직관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토록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직감과 놀람, 이야기의 조화가 필요한 것 같다. 인간관계나 생활습관, 업무에도 어느 부분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의미한 독서였다.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일에서 도망치게 된다면 여기서 제시하는 3가지 체험 디자인을 떠올려 보자. (287)
1.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면 ‘직감 디자인’을 활용한다.
2. 피로와 싫증이 문제라면 ‘놀람 디자인’을 활용한다.
3. 보람 없는 것이 문제라면 ‘이야기 디자인’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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