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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

[북 리뷰] 나의 개인주의 외. 나쓰메 소세키. 김정훈 옮김. 책세상. (2019)

[2020-34 / 문학. 평론] 나의 개인주의 외. 나쓰메 소세키. 김정훈 옮김. 책세상. (2019)

올해는 대체로 책이 읽히지 않는다. 여느 해에 비하여 많은 책을 샀지만, 완독한 권수는 1/3 정도로 적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한 위기상황으로 마음이 심란하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여유 시간이 많아져 양질의 서적을 사들였더니 쉽게 읽을수도 없으니 재미가 없어 더욱 진도가 안 나갔다. 그렇게 미뤄지고 쌓여가는 책이 산더미다.

읽기보다 쓰기에 전념한 이유도 한몫했다. 내 이름을 건 이북을 출간했지만, 일기장 같은 부끄러운 결과물을 선보이고 나니 책상 위의 여러 책의 무게가 더욱더 무겁다. 이 책의 저자들은 어떠한 무게를 견뎌내고 훌륭한 책을 출간한 건지, 짐작할 수조차 없을 만큼 무겁게 다가와 쉬이 책장이 넘겨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지금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를 알게 되었다. 소세키의 사상을 알 수 있는 평론 글이라는 추천으로 이 책을 빌려왔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 단 두 권을 읽은 게 전부지만, 작가에 대한 왠지 모를 호기심으로 굳이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으며 옮긴 이 ‘김정훈’에 주목하게 되었다. 김정훈은 조선과학대학 교수로 일본 문학, 나쓰메 소세키를 연구한 학자이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인물에 대한 철저한 연구로 그를 모르는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매끄럽게 번역했다. 역자는 나쓰메 소세키의 유작인 ‘명암’(범우사, 2005)을 번역하기도 했다.

자기본위
책을 읽은 지 10여 일이 지난 지금, 나쓰메 소세키가 말하는 ‘자기 본위’가 어떤 의민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 너의 위치, 자리에 만족하고 즐기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발췌도 하지 않아 이런 기록조차 무의미하지만, 기록으로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소세키가 자신의 유학시절 경험이나 실수 등을 담담하게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듯 솔깃하여 책을 즐기지 못하는 시기인데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었다.

책에는 ‘나의 개인주의’ 외에도 여러 글이 있었지만,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술술 훑어내고 책장을 덮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다.

겨우 50페이지 내외, 책 절반을 읽었을 뿐이지만, 나쓰메 소세키라는 사람의 철학을 맛보기하고, 그 사람을 연구하는 김정훈이라는 학자를 알게 되어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학창 시절에 의미 있는 연구를 하는 교수님과 함께 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내 생각의 깊이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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