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8 / 소설. 독일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허밍버드. (2020)
두번 째 읽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몇 년 전 감성 충만한 한 청년의 일기 같은 이 책을 읽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도중에 덮었던 적이 있다. 지인들의 추천과 권유로 꾸역꾸역 끝까지 다 읽긴 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 같은 건 없고,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남아있는 이 책을 완독했다. 허밍버드 클래식 m 시리즈 중 04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작고 가벼운 문고 판형 책자여서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다. (지난번 읽은 더 클래식 출판사의 책도 비슷한 느낌으로 좋아한다.)
지은이 괴테는 독일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1774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하고, 문단에 이름을 떨치며 18세기 후반 독일 문학운동인 ‘슈투름 운트 드랑(질풍노도)’의 중심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였다. 자서전 ‘시와 진실’, ‘파우스트’ 등 위대한 문학작품 다수를 남겼고,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인 작가이다. (책날개 참고)
주인공 베르테르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전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찌질해 보일 만큼 깊숙한 일거수일투족과 생각을 모두 기록하여 친구 빌헬름에게 전한다. 일기 같은 편지글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주인공은 로테라는 한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베르테르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그 감정 자체를 사랑하는 듯 젊고 순수한 청년이 느껴진다.
로테를 향한 왜곡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주인공 베르테르 일상의 모습과 생각도 편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감성지수(EQ)가 상당히 높은 사람일 거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감정에 솔직하며,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남들까지 힘들게 하지. 하지만 산을 넘어야 하는 여행자처럼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네. 산이 없다면 당연히 갈 길이 한결 편하고 줄어들겠지. 하지만 산이 있으니 넘어갈 수밖에. (111)
공작님은 또 내 판단력과 재능을 내 마음보다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이 마음이야말로 내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모든 힘, 모든 행복과 불행, 즉 모든 것의 원천이다. 아, 내가 아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음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133)
로테와의 사소한 순간을 다 기억하고 의미부여 하는 생각들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내가 빌헬름이 된 듯, 베르테르가 된 듯, 로테가 된 듯, 그 무거운 감정 기복이 옮겨붙어 책장을 넘기기가 힘겨웠다. 어지간한 연애소설보다 찐득하고 무거워서 한쪽 읽고 쉬고, 한쪽 읽고 쉬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지겹게만 느껴지던 묘사가 후반부(특히 2부 뒤쪽부터 편저자가 독자에게)로 갈수록 편지글을 가장한 실화처럼 느껴져 문득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인가 의심이 생겼다. 다른 출판사의 동일 제목 책의 목차를 살펴보고서 이게 원래 이 책의 구성임을 알게 되었고, 250여 년 전 작가 괴테의 구성과 글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이래서 고전인가 보다.
어려웠던 고전 한 권을 읽어낸 뿌듯함과 베르테르의 허망한 죽음에 대한 연민, 찝찝함이 남는 이상한 책이다. 작고 가벼운데 먹먹한 감정이 가시지 않는 건 나 역시 베르테르처럼 감정 기복과 감정이입이 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글솜씨 때문인가? 그 시절 자살한 사람들이 많았다던데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다음 책은 가볍고 따듯한 이야기로 기운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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