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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읽기

[일상] 주말


(사진은 본문과 무관합니다.)

집과 2~3분 정도 거리에 맛 좋은 작은 빵집이 하나 있다. 외지인이라면 찾기 어려운 골목 사이에 있는 곳이라 생긴 지 만 2년 정도 되었는데 맛에 비해 손님이 많지 않은 듯하여 사장님 괜찮을까 걱정이 되던, 오랫동안 잘 버텼으면 하고 응원하던 공간이다. 덕분에 빵을 즐겨 먹지 않던 나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꼭 빵을 먹게 되었다. 밥 대신 먹는 기본 빵 중심으로 만드는 이 공간은 화려한 기교가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담백하고 기본에 충실한 풍미 깊은 스타일의 빵이다. 자신을 스스로 ‘빵쟁이’라고 부르는 사장님, 실력을 알 수 있는 빵 구성 또한 일품인 곳. 이곳을 알게 된 후부터 프랜차이즈 빵은 거의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맛과 신선도, 가격, 거리까지 모든 걸 만족시키는 이 집의 매력을 앞서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빵집을 찾은 건 열흘 전쯤이다. 이런저런 업무들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오랜만에 맞이한 여유로운 주말 오전, 바게트 하나 사러 집을 나섰는데 아뿔싸,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이 보였다.
“빵 사는 줄인가요?”
“네”
뭐지? 갑자기 생긴 줄이 의아했다. 빵집 앞에는 한 사람당 3개씩만 구매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설레 하며 상기되어있는 낯선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고,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얼마 전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모양이다. 인터넷 기사와 SNS에 소개 글이 가득했다. 동네 부심을 갖게 해 주었던 빵집에 많은 고객이 생겨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긴 줄 덕분에 동네 주민으로 즐기던 행복을 당분간은 누릴 수 없겠다는 아쉬움, 그리고 미디어의 무서운 파급력도 함께 느꼈다. 갑자기 늘어난 손님이 당황스러운 건 빵쟁이 사장님도 마찬가지겠지. 넘쳐나는 주문량 덕에 다음 주 며칠 동안 휴업을 공지했다. 빵 만드는 일은 잘 모르지만, 하루 전날 반죽을 준비해놓아야 하는 등 미리 준비할 일들이 많겠지.

이 집의 운영방식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직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장님 내외가 만들고 팔고를 손수 하신다. 작은 동네 가게에서 직원이 갖는 장단점을 알기에 사장님의 경영철학 또한 응원했다. 갑자기 늘어난 손님을 대응하느라 맛이나 철학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우선은 빵집이 잘 되어서 좋지만, 한낱 미디어 덕분에 우르르 몰리는 인파와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이 낯설고 무섭다. 물론 나도 그 수많은 사람 중 하나지만.

빵 한 조각 먹으려다 생각이 많아지는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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