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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30 / 에세이]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김제동. 나무의 마음. (2018)

촛불시위, 법륜스님의 강연 등으로 김제동 님의 행보를 아주 조금 알고 있다. 의식 있는 연예인들이 말과 행동에 제약이 많고,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소리소문없이 제지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과연 흔들림 없이 잘살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기에 알게 된 이 책,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는 감동 그 자체였다. 개그맨이자 사회자인 김제동의 텔레비전 속 모습은 어설프게 웃긴 노총각 아저씨였는데, 저자 김제동 님은 ‘님’을 붙여야만 할 것 같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책 속에 나오는 약간의 농담들로 동일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전혀 다른 사람의 글이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책과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작년 이맘때 정치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읽은 정치 관련 책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정치학’(이룸북, 2017)이 상당히 의미 있게 출판된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이 책도 같은 맥락으로 느껴졌다.

다정한 제목의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는 김제동이 곱씹어 읽고 쉽게 풀어쓴 헌법 독후감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외우기에 급급했던 어려운 말 투성인 헌법이 이렇게도 따뜻하고 아늑한 글을 담고 있었다니.

무지한 시민들을 개화하여 혁명을 일으키려는 세계사 속 몇몇 사건들이 떠올라 가슴 뭉클해 하며 읽었다. 그 감정이 무엇이라고 딱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깨어있어야 함을 자각하면서 애국심이 마구 솟아나는 책이었다. 혼란(?)의 시기에 이런 책을 용감하게 쓰고 출판할 수 있는 출판사와 저자의 도전에 응원한다.

금사빠라서 금세 또 김제동 님에게 빠져버렸다. 누군가 한 사람의 짝꿍보다는 만인의 연인으로 남겨지길 바라는 마음이 김제동 님을 향해서도 생겨났다. 부디 오랫동안 좋은 글, 좋은 생각, 좋은 강연 많이 나눠주시기를.






​저는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삶이 저를 선택해준 것이죠. (261)-알비 삭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박준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278)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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