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2019-25 / 여행에세이]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김희문. 오브제. (2019)
친절하지 않은 책.
이 책은 스페인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인지, 여행 에세이인지, 여행일기인지, 드로잉북인지, 스페인 역사책인지, 기행문인지, 건축기행문인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여행기처럼 저자의 흔적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좀 더 깊이 호흡하고 싶은 나로서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몰입하여 빠져들면서 읽히는 게 아니라 읽을수록 분석하게 된다. 저자가 남의 경험을 듣고 다시 쓴 글처럼 애매함이 느껴진다. 중간중간 보이는 삽화도 어색하다. 저자의 그림 솜씨를 뽐내기 위함인지, 섬세하지 않고 둔탁한 묘사 덕분에 감동도 공감도 어렵다. 그림과 글을 함께 담은 표 같은 것의 가독성도 부족하다. 글씨체가 멋진 건 알겠지만, 부연 설명으로 준비한 표나 그림의 글씨는 좀 더 분명하게 써주었으면. 퇴고가 부족한 건지, 책을 만들면서 필요한 내용이 추가된 건지 군데군데 어색하고 불편한 부분이 느껴지지만, 그런데도 술술 읽히는 부분도 있다.
언젠가 훗날 순례길 걷기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먼저 다녀온 선배님의 여정을 통해 미리 경험하고 싶어 읽게 되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담은 글인데 왜 이렇게 공감이 어려웠는지 좋은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아닌지 너무 많은 기대를 갖고 책을 보는 게 아닌지 자책하며 곱씹었지만, 공감이 쉽지 않은 건 분명했다. 재독 한다면 다르게 읽힐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정돈하고 출판하였으면 좋았겠지 싶다. tvN<스페인 하숙>을 이미 알고 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기초 지식 없이 읽기엔 다소 불편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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