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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10.26 11:57



꿀꿀한 아침엔 여왕님처럼 퀸앤을.
환갑의 나이에도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관계 맺는 어머니 덕분에 선물 받은 포트넘 앤 메이슨의 퀸앤. 어제 마신 복숭아향 홍차에서도 평소 마시던 브랜드의 것과 사뭇 다른 깊은 맛과 향을 느꼈다. 역시 홍차는 영국인가.

퀸앤은 최상급의 아쌈과 실론을 블렌딩하여 만들어졌다는데, 차알못인 나는 어떤 맛이 깊은 맛인지 잘 모른다. 다만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긴 후 입안을 가득 채운 알싸한 기운이 치과에서 마취 받을 때와 비슷한 오묘한 느낌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첫맛은 쓰고 떫지만 목 넘김 후 입안에 맴도는 그 이상한 기운이 쓰디쓴 커피 물을 마시며 좋아하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차를 마신다. 영국 여왕은 정말 이 차를 즐겨 마셨을까?

어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내 직업에 회의를 느낀 하루였다. 그동안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어제의 일은 꽤 깊숙한 상처를 남겼다. 요즘은 여러 상황이 맞물려있어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시기이지만, 이 직업으로 살면서 정신 차리고 지낸 시기가 얼마나 있었던가. 버거운 무게 덕분에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버티기만 할 뿐, 마음 편히 지냈던 적은 5년 동안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상황을 아무리 돌이켜봐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갑을관계에서 약자인 내가 무조건 잘못한 건가. 성실과 책임감을 빼면 너덜너덜해지는 나라는 사람에게 ‘충실’과 ‘존중’이라는 말을 하는 건넨 분은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객관적인 상황보다는 본인의 감정에 충실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모든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진심을 함부로 여기고 무시를 당하는 건 속상한 일이다.


퀸앤을 마셨으니 영국 여왕님처럼 도도하고 당당하게 나의 시간과 나의 하루를 지켜내야겠다. 누군가 쳐들어와 내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좀 더 강한 내가 되어야겠다. 상대방이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내가 되어야겠다.
퀸앤을 좀 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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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