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113 / 에세이]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놀. (2018)
관계의 어려움으로 지끈거리는 요즘, 밀려있는 책 탑 중 먼저 손에 닿은 책이 나를 위로한다.
관계도 일도 책 읽기도 뭐든 목숨 걸고 하지 말자.
관계에 치여 유난히 피곤한 이번 달, 명절 휴일 내내 감기몸살로 헤롱거리다 겨우 힘을 내어 읽어낸 이 책은 보노보노 작가 김신회 님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보노보노처럼 엉뚱 발랄 유쾌한 아우라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나처럼 예민하고 한없이 게으르고(!) 강박증도 있었다. 작가 김신회의 일상을 엿보면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제목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자기 위로했던 나의 9월을 다독였다.
아직 남아있는 감기 기운으로 눈이 침침하여 겨우 읽어냈다. 거절당하기 싫고, 초라해지기 싫어 보류된 나의 관계들을 되살리던지 정리하던지 흘려보내던지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뭐라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챙겼으니 이만하면 토닥여주어야겠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이는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착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다툼이 이로부터 시작된다. (17)
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다르듯, 어제의 우리가 다르고 오늘의 우리가 다르다. 관계는 그렇게 매일 변해간다. (31)
목숨 걸고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을 하든 죽을 듯이, 아등바등대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35)
시간이 지날수록 연약해진다. 틈만 나면 서글퍼지고, 마음이 쓸쓸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풀썩 꺾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나는 이렇게 약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말하고 나면 마음이 괜찮아진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싫은 걸 싫다고, 좋은 걸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하루를 더 살 수 있는 것이다. (214)
자존감은 자신의 부족함이 사랑받을 자격이나 관계의 화목함, 나아가 세상과의 유대감을 헤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김진관, 홀로서기 수업(생각의힘, 2018)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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