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대중적인 대형 프랜차이즈 말고, 조금 독특하거나 특별한 맛으로 차별화하여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테라로사, 테일러 커피, 빈브라더스 같은 중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외에도 크고 작은 로스팅 전문점이 전국에 아주 많다는 사실을 작년 2017 서울 카페 쇼에 방문하면서 알게 되었다. 커피를 사랑하는 인구가 생각보다 많았고 정말 다양한 원두와 커피머신, 그 외 음료나 디저트 등 커피 시장이 광대함을 느꼈다. 전국, 세계 방방곡곡에 위치한 맛 좋은 카페를 찾으며 취향과 취미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커피밥’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커피밥은 로스팅 전문점으로 커피 전문점에 원두를 납품하고 있는 카페다. 사람 키만 한 로스팅 기계가 커피숍 옆 별도의 공간에 자리하고 있을 만큼 원두에 대해서는 꽤 자부심 품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원두는 딥블렌딩과 체리블라섬 블렌딩 두 가지로 로스팅된다. 딥블렌딩은 신맛이 거의 없는, 까맣게 많이 볶은 원두이고 체리 블라섬 원두는 붉은 갈색을 띠며 신맛과 여러 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원두이다. 보통 사람들은 신맛의 원두를 좋아하지 않으니 대부분은 딥블렌딩을 원하겠지만 체리블라섬을 골랐다.
오늘 볶은 원두는 실온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 후 3~4일은 지나야 풍미가 더해진다고 했다. 냉동실보다는 실온 보관을 추천해줬는데, 그동안 무조건 냉동실에 원두를 넣어두던 나의 습관이 잘못된 것인지 갸우뚱해졌다. 그렇게 가져온 원두를 바로 다음 날 마셨을 땐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하지만 10 일이 지난 후 마시는 커피는 향과 맛이 일품이었다. 은은하게 새콤하게 퍼지는 향이 좋았다. 평소 신 커피는 맛이 없다고 느꼈는데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 더해진 커피라 그런지 맛도 배가 되었다. 방금 볶아진 신선한 원두가 가장 맛있을 거란 생각을 하곤 했는데, 잘못된 상식이었나 보다. 원두 보관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 후 또다시 찾아간 커피밥에서 원두의 향과 맛을 느끼기 위해 딥블렌딩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택했다. 원두를 선택하지 않으면 딥블렌딩 원두를 기본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체리블라섬 블렌딩도 좋았지만 딥블렌딩도 좋았다. 게다가 금액도 2,5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비싸고 맛 좋은 커피는 넘쳐나지만 싸고 맛좋은 커피는 흔치 않다.
동선이 애매하여 굳이 찾아가야 하는 곳에 있지만,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과 꼭 다시 찾고 싶은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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