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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일상] 오늘의 커피




Weekenders coffee, opera blend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지나버렸다’가 어울릴 만큼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요즘은 붙잡을 수 없는 시간에 떠밀리듯 삶을 살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맛 좋은 커피는 아라비카 커피 한 잔이 전부였지만, 그렇다고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매일 커피 한두 잔과 잎 차를 마시고 있었기에 더 많은 카페인을 자제했을 뿐. 맛좋은 커피가 고프지만 마실 수 없던 아쉬운 마음에 저녁 식사를 위해 들렀던 가모 강변 채식음식점 ‘파도마’에서 위켄더스 커피 드립백을 사 왔다.

위켄더스의 대표 블렌딩 원두이자, 가장 내 취향일 것 같은 다크로스트, 오페라 블렌드. 신맛 없이 선명하게 무겁고 진한, 깔끔함이 딱 좋았다. 물양을 적게 내려 더욱 진하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상태에서 진한 무게를 약간 덜어내면 스타벅스의 블렌딩 원두와 비슷한 느낌이 들 것 같은 대중적이면서 특별한 맛이었다. 파도마에서 있던 작은 에피소드 덕분에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아 군더더기 없고 예쁜 원두 드립백을 골랐는데, 신의 한 수였다. 이젠 포장지만 보고도 내 취향의 커피를 알아내는 기운이 생겼나 보다.

커피 맛을 모르던 10년 전 카페에서 마시던 케냐 aa는 시큼하고 묽은 커피차 같은 느낌이었다. 커피 맛과 향을 알아가는 요즘은 신맛을 거부하고 진하고 무겁고, 목 따가운 맛과 향을 즐긴다. 점점 더 강한 카페인을 원하게 되면서 내 몸과 위장에서는 커피를 원치 않음을 이따금 표현하고 있지만 어쩌랴, 요만큼의 행복도 누릴 수 없다면 그게 어디 사는 건가. 커피의 ‘c’도 모르던 내가 이토록 중독된 모습을 보니 담배를 끊을 수 없는 누군가가 오버랩되었다. 중독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많은 여운이 남는 교토여행. 많은 사람이 찾는 대중적인 여행지이지만, 2018년 여름 나의 교토는 특별하다. 이런 특별함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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