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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08.08 10:04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 했던가. 맛좋은 커피집 탐방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은 어정쩡한 한 곳만 ‘겨우’ 방문하는 거로 끝이 났다. 지나가는 길 동선에 위치하여 겨우 갈 수 있었던 아라비카 교토. 기요미즈데라에서 데쓰가쿠노미치까지 가는 길 중간에 있던 그곳은 서울에서 흔히 보던 유행하는 커피숍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예술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두 명의 직원이 8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밍밍한 듯 심심한 듯 엄청난 맛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나쁘지도 않았던 걸 보면 커피를 향한 내 욕심이 거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넓은 대로변이 아닌 어느 지역의 골목에 있는 카페엔 10시가 되기 전 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가득했다. 그곳에 머무는 20여 분의 시간 동안 약 5~6명의 사람이 오갔다. 일부는 나와 같은 관광객이었고 일부는 현지인이었다. 라테아트나 카페 곳곳을 사진 찍는 사람, 강아지를 산책하다가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갈 길을 가는 사람의 모습이 마치 그림 같았다. 나도 그 그림 속 어딘가에 한 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의 사람들’ 속에 등장하는 유니크한 인물처럼.




밤의 사람들 (Nighthawks)』 (1942, 시카고, 미술관)




그리고 오늘 집 앞 카페에서 아이스 라테를 주문했다. 열댓 명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업무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커피도 500엔, 여기도 5,000원 비슷한 가격과 비슷한 시간, 교토와 서울이라는 다른 공간에 앉아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때와 오늘의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여행 중이었고, 오늘은 일상 속이라는 것.

변한 커피 맛으로 한동안 이곳을 찾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마시는 아이스라테는 나쁘지 않았다. 예민한 내 신경이 더욱 맛좋은 커피를 내놓으라 아우성치고 있지만, 사실 커피의 맛은 거기서 거기. 그걸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 어떻냐에 따라 다른 기억이 남나 보다.

한없이 여유롭고 행복했던 아라비카 교토에서의 시간은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더웠고, 피곤했고, 멍했다. 함께했던 사람과 나의 마음가짐이 만들어낸 추억이 새로운 순간과 섞여 다른 모습으로 쌓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커피, 요즘의 내겐 커피가 유일하다.

남은 한 모금을 마시고 나도 저들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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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