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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에세이

[북리뷰] 좋은 말씀. 법정 스님 법문집. 맑고 향기롭게 엮음. 시공사 (2020)

[2020-27 / 에세이. 불교] 좋은 말씀. 법정 스님 법문집. 맑고 향기롭게 엮음. 시공사 (2020)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하는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343)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확신을 가지면 경과가 긍정적이고 좋은 쪽으로 이루어집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닫혀서 열리지 않아요. 이것이 세상 도리입니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 집안을 만들어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그 집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179)


세상사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라는 책.
법정스님은 내게 첫사랑 같다. 돌아가시던 다음 해에 스님의 영상을 처음 봤는데 날렵하고 날카로운 눈매에 비해 한번 더 곱씹게 하는 따듯한 말씀을 듣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 후 스님의 책 몇 권을 더 읽었고 마음이 힘들 때에면 찾아 읽는다. 스님께서 돌아가신지도 십 년이나 지나서 더 이상 새 책이 나올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올해 새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법회나 여러 모임에서 하셨던 말씀을 새롭게 엮어내었나 보다. 제목에서도 스님이 느껴지는 ‘좋은 말씀’.

재가 불자 한 사람이 스님의 책을 내밀며 “스님,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좋은 말씀 하나만 써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스님은 책 한 귀퉁이에 친필로 ‘좋은 말씀’이라고 썼다. 동석한 이들이 그 글귀를 보고는 큰 소리로 웃었다. (1페이지, 속지 첫 장에서)

요즘엔 법륜스님, 혜민스님 등 훌륭하고 영향력 있는 스님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내겐 법정스님이 일 순위이다. 법정스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배신할 수 없다. 스님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 성북동 길상사에서 템플스테이를 경험해보았고, 종종 마음이 무거울 때에 성북동과 길상사를 산책하기도 한다.

나 한 사람이 무슨 영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은 마십시오. 그 한 사람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169)


사물에 통달한 사람이 평안한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만족할 줄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일을 줄이고 생활도 간소하게 한다.
마음이 안정되어 흐트러지지 않고 남의 집에 가서도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이웃으로부터 비난 살 만한 행동은 결코 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감싸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발하라.
온 세상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행하라.
위아래로 또는 옆으로 장애와 원한과 적의가 없는 자비를 행하라.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런 상태를 거룩한 경지라 부른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238)

 

나는 좋은 사람도 아니고 완성된 사람이 아니어서 매일 매 순간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지 못한다. 순간순간 욱하고 흔들린다. 그때마다 버팀목이 있으면 다시 정신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데, 내겐 법정스님의 말씀이 그런 존재다. 법정스님 덕에 천주교 신자이지만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적이 있고, 법륜스님께서 계시는 정토회 불교대학에도 다니기도 했다.

 

'좋은 말씀' 책을 다 읽고 보니 법륜스님의 말씀, 정토회 불교대학에서 배운 것과 통함이 있음을 깨달았다. 좋은 말씀의 중심에 불교가 있었다.

불교대학을 다닐 때 입으로만 따르던 보왕삼매론이 오늘따라 마음에 남는다.

 

보왕삼매론

첫째,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둘째,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셋째, 공부하는 데에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넷째, 수행하는 데에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에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다섯째, 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많은 세월을 두고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여섯째.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한다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순결로써 사귐을 깊게 하라.' 하셨느니라.

 

일곱째,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라.' 하셨느니라.

 

여덟째, 공덕을 베풀 때에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게 되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덕 베푼 것을 헌 신처럼 버려라.' 하셨느니라.

 

아홉째,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열째, 억울함을 당할지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변명하다 보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