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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 29 / 소설, 한국소설] 냉면.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범유진. Dcdc. 전건우. 곽재식. 안전가옥. (2019)

장르문학을 응원하고 창작자와 협업, 지원하는 안전가옥.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성수동의 핫플레이스 안전가옥은 관계자(?)를 위한 공간도 있지만, 수다 없이 고요히 책 읽기를 원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꽤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소나기가 내리던 지난여름 어느 날, 지붕 위에 투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으며 낭만적인 한 때를 보낸 적이 있다. 커피 전문점이 아닌데 커피 맛도 제법 괜찮아서 많이도 찾아다녔다.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 11시부터 11시까지 영업을 하니, 퇴근이 늦은 나도 저녁 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아지트가 되었다. 그런 안전 가옥 앤솔로지를 선물 받아 읽게 된다니, 영광이다.

앤솔로지는 하나의 주제로 쓰인 여러 명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품 집 ‘냉면’. 단편 소설이라 두께의 부담도 적고, 작가별로 냉면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흥미로웠다.

김유리 작가의 ‘a, b, c, a, a, a’는 안전가옥의 냉면 앤솔로지 첫 작품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냉면 이야기가 아닌 듯 냉면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평소 소설을 즐기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도 달달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 김유리는 십수 년 전 재미나게 읽고 보았던 <옥탑방 고양이>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확히 내용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고 정다빈과 이현우의 약간 어설프고 생기발랄한 장면이 문득 생각났다. 오래전 좋아하던 친구를 우연히 만난 기분이 든다. 십수 년 동안 적당히 농익은(?) 글에 연륜이 느껴졌다.

범유진 작가의 ‘혼종의 중화냉면’은 첫 소설에 비해 읽는 진도가 더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나라는 사람이 원체 소설을 즐기지 못하기도 하고, 첫 소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쉽게 읽혔던 것에 비해 ‘혼종의 중화냉면’은 어떤 무게 같은 게 느껴져 술술 넘겨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중국식 냉면을 먹어본 적이 있다. 슴슴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화려한 중국식 냉면이 과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맛도 재료도 기름진 무게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느껴 딱 한 번 먹어보고 그 후로 도전해본 적이 없다. 작가 범유진은 중화냉면이 가진 아리송한 무게를 ‘혼종(잡종, 혼혈)’으로 풀어냈다. 섬세한 글쟁이만이 풀어낼 수 있는 비유가 멋지게 느껴졌다.

Dcdc의 ‘남극낭만담’은 냉면 앤솔로지 중 내게 가장 충격적인 소설이면서 장르문학의 개성을 확 느낄 수 있는 sf 소설이다. 평소 ‘장르문학’이 뜻하는 게 무언지 궁금했는데, 남극낭만담을 읽으며 이런 게 ‘장르’라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일반인에게 미지의 공간 남극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낯섦과 설렘, 학문적이며 사실적인 설명과 묘사, 등장인물로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허구일 텐데. 살벌하지만 한 번쯤 맛보고 싶은 냉면이다.

초대작인 전건우의 목련 면옥은 수상작이 아니라 초대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인지, 안전가옥 앤솔로지의 무게 중심을 담당하고 있는 듯 이전 세편의 글보다 단단하고 묵직함이 느껴졌다. 평소 밍밍하고 슴슴한 평양냉면을 즐겨 먹는다. 자극적인 맛있는 맛도 아닌데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 궁금하던 적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초대작인 곽재식의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소재가 냉면일 뿐, 흥미로운 단편소설이다. 다른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지만,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기발하게 재미있다. 있을법한 등장인물, 있을법한 상황과 전개가 짧지만 강렬하게 느껴졌다.

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적당히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면 ‘냉면’ 책을 추천한다. 단편이라 부담스럽지도 않고, 5가지 소설이 조화롭게 어울려 나의 식욕을 자극한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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