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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

[책 리뷰]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옮김. 민음사. (2016)



[완독 2019-7 / 고전, 서양 현대고전]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옮김. 민음사. (2016)

책장을 덮으며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후련함이다. 꽤나 힘겹게 완독 한 이 책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과 늘 헷갈리던 제목, -그리고 이젠 헷갈리지 않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다. 얇은 두께인데도 쉽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깊게 공감하지 못했다. 수년 전 읽었던 ‘서재 결혼시키기(지호, 2002)’가 생각났다.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한데 저자가 이야기하는 작가와 책에 대한 나의 배경지식이 부족했다. 문맥상 어떠하리라 추측할 수 있었지만, 진정으로 공감할 수는 없었다. 수박 겉핥기에 그쳐 깊게 몰입할 수 없었다. 나의 독서력을 조금 쌓은 후에 다시 보면 다르게 느끼려나.

둘째,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 책 읽는 시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책 읽기도 쓰기도 다른 무엇도 깊게 몰입하질 못한다. 그래서 자꾸 멈추고, 다시 책장을 열고 반복되는 시간이 쌓이며 재미도 시들해졌다.

셋째, 페미니즘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그저 개인주의적 사람이었다. 중성적 사고방식을 가진 조금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 페미니즘을 논하기엔 나의 지식이 적다. 21세기에 내가 누리는 것은 이전 시대의 여성들은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전 시대 성역할이나 평등 같은 건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단지 내가 누려야 할 성평등에 관심 있었을 뿐.

나의 무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좋은 책이다. 2019년에 살면서 적절한 수입과 나만의 방을 가진 지금 이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모든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가 보장되기를.


저녁식사를 잘하지 못하면 사색을 잘할 수 없고 사랑도 잘할 수 없으며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38)

16세기에 시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여성은 스스로에 대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불행한 여성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삶의 모든 조건과 그녀의 모든 본능은, 두뇌에 간과된 그 무엇이든 자유롭게 풀어놓기 위해 필요한 마음 상태에 적대적이었을 겁니다.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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