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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사회 과학

[책 추천] 훈의시대. 김민섭. 와이즈베리. (2018)




[완독 2019- 1/ 사회과학] 훈의시대. 김민섭. 와이즈베리. (2018)



학교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는 논문 읽는 걸 좋아했다. 논문이란 건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걸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던지, 전혀 다른 두세가지를 접목시켜 새로운 틈새를 찾아내는 식으로 쓰여져 똑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는 흥미로운 읽기 거리였다. 내가 직접 논문을 써야하던 시절엔 그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알게되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객관적 자료와 논리적인 전개로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질의 논문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아버렸다.

이젠 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지났고 논문같은 건 읽지 않아도 되는 시기이지만, - 내가 생각하기에 - 논문과 비슷한 형식이나 접근 방법으로 쓰여진 책은 다른 것보다 유심히 보게 된다. 깔끔한 목차나 객관적인 분석, 남다른 시선 등 책을 내는 모든 사람들이 논문 한 편 정도는 써보려고 노력한 후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잘쓰여진 글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니까.

‘훈의 시대’ 저자 김민섭은 확실히 논문 여러편 써본 글솜씨를 지녔다. 이미 책 두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를 출간했다. 정확한 학력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마도 인문사회대 석사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저자이기에 논리적인 글쓰기와 사회 비판적 사고를 지녔을 거라 추측한다. (본문 어딘가에 문학 박사로 나옴)

80년대 국민학교 교과서에 등장할법한 영희와 철수가 그려진 표지, 그리고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는 제목 덕분에 쉽게 손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니 기대 이상이다. 저자는 이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훈’들을 비꼬는 이야길 책으로 담았다. ‘훈’이라는 단어가 담고있는 구속, 억압, 같은 것이 나와 이 사회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정의하는 ‘훈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훈’은 1)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고, 2)지배계급이 생산, 해석,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고, 3)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이다. (19)

예술가만 창의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 학창시절 나 자신이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예술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그쪽 직업으로 살고 있지만, 다른 어떤 분야에도 창의성은 존재하고, 각 분야에 존재하는 소수의 창의적인 사람들이 발견하고 전개해나가는 세상을 나 같은 다수의 시민들이 감탄하고 모방하며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김민섭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이고, 계속 좋은 글을 쓰고 강의를 했으면 하는 사람. 어느 지방대인지 모르지만 그 지방대 학생들은 복받았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대리사회를 빌려왔다. 1983년생 김민섭 작가님 당신의 새책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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