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108 / 사회과학, 통일]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필요한책. (2018)
‘현명한 선택’은 ‘생존’이 달릴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52)
어제 우연히 한 동기 녀석이 월세 500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학교 공부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딴 세상 사람처럼 허공을 맴도는 이야길 했고, 학교도 적당히 출석했고, 아마 학사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부모 잘 만난 그 아이는 대충 살아도 넉넉하고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거의 모든 학기에 장학금을 받을 만큼 매사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며 살아왔는데, 아직도 여전히 허덕이며 살고 있음이 억울했다. 그런 분통을 누그러트리고자 맥주 한 캔을 땄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도 더 큰 삶의 무게에 허덕이게 되는 내 삶의 쳇바퀴가 무겁고 나의 열정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의 저자 마석훈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고, 탈북청소년들과 생활했다. 그러한 경험을 담아 쓴 이 책. 저자의 이력만 보아도 그간의 삶이 느껴진다. 나와 비교할 수도 없이 치열하고 빡빡하고 삶을 살아왔구나! 탈북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간간이 티브이에 등장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내 주변에서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아마 그들 역시 치열하게 티 나지 않게 남한 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머리와 마음을 치열하게 단련하며 살아온 저자는 특유의 위트로 탈북자들과 함께한 일상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가슴으로 읽어내야 할 이야기들을 피식거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실어온 강물을 품고, 싯다르타는 고행을 통해 부처가 되었다. 사람들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구원을 얻고, 분단의 상처는 우리 집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자라는 모습에서 메워진다. 자식 잃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실연을 당한 갑순이와 취직을 못 한 갑돌이가 위로를 받는다. (...) 충분히 울면 용서하는 마음도 생긴다. 같이 울고 나누면 살아갈 수 있다. 슬픔은 힘이 세다. (210)
막연했던 탈북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남한 땅에서 버티듯 살고 있는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단지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야 하는 슬픔과 아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저자 같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만큼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상대적으로 내 고민 따위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고 사사로운 고민으로 질투하는 마음을 먹은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통일의 본질은 사람의 통일이다.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읽을 주제의 책은 아니지만,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통일을 바라는 분단된 이 땅에 사는 성인으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살면서 탈북민을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남한과 북조선의 통일은 ‘찌질’했으면 좋겠다. 잘사는 남한과 못사는 ‘북한’의 통일은 필연적으로 재난이 된다. 따라서 어느 한쪽을 주눅 들게 하고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는 반드시 쫒아내야 한다. 남북의 통일은 서로를 존중하고 꼭 필요한 부분을 돕고 나누는 대등한 통일이길 소망한다. 못난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것처럼 남북의 통일은 허접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덕 보는 시골 마을 축제 같은 통일이 되길 바란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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