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4/에세이] 집이 사람이다. 한유정. 박기호 사진. 인물과 사상사.
“모두 바쁘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바쁜가요?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돈은 왜 벌까요? 소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돈을 덜 벌고 소비를 줄이면 시간이 생깁니다.”
“어디에 사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합니다.” (99)
첫인상을 신뢰하진 않지만 종종 어떤 책은 첫인상의 좋은 느낌이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집이 사람이다’라는 심심한 제목은 ‘침대는 과학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처럼 단순하지만 자신감이 느껴져 마음에 든다. 집에서 풍기는 이미지로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이 책은 4가지로 분류된 36명의 사람들의 집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말 소박한 집도 있고 근사하고 아름다운 집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집이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 그보다 훨씬 전 일 수도 있다. - 알려진 미니멀 덕분에 버리기 덜 사기, 단순하게 살기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그놈의 ‘물건을 줄이기’는 미니멀의 몇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 핵심은 소박하고 단순한 삶,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과 일치한다.
좋은 집이란 소박한 집이다. 필요한 것은 있고 불필요한 것은 없는 집에 들어섰을 때 “정말 좋은 집”이라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11)
소박한 집
시간이 쌓인 집
예술이 태어나는 집
공동체를 향해 열린 집
위의 네 가지를 좋은 집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과연 이런 집에 살고 있을까? 너저분한 나의 공간은 뒤죽박죽인 내 머릿속과 닮아있다. 역시, ‘집이 사람’이었다. 작년에 일본의 주거에 대한 책 몇 권을 읽었다. 그 책들도 좋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는 이 책이 참 좋다. 무작정 버리기보다 나의 삶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 집과 공간을 준비하고 싶다.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물건에 남는다. (87)
보통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이력을 먼저 살펴보고 책 내용을 미리 상상하며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나의 평소 습관을 잊을 만큼 책 내용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집과 공간에 대한 흥미가 많은 저자 한윤정은 약 20여 년 동안 신문사 기자로 일한 만큼 필력과 객관적 표현도 참 좋았다.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출신의 사진작가 박기호의 사진도 참 좋았다. 잔잔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읽기 적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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