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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어린이 문학

[책추천] 우리 속에 울이 있다.



[완독 5/어린이, 동시] 우리 속에 울이 있다. 박방희. 김미화 그림. 푸른책들.

어른의 시는 어려운데 동시는 쉽다. 그래서 종종 동시를 읽는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이 주는 감동만큼 동시가 주는 감동도 좋다. 좋은 글엔 나이 제한이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시조는 신라 향가에 뿌리를 두고 고려 말기 부터 발달하였다. 700여 년의 전통을 이어 오면서 우리 삶의 애환을 노래한 겨례의 시이며, 3장 6구 12음보라는 틀 안에서 민족의 얼과 정서를 가장 잘 담은 예술 양식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창작한 동시조를 쓰는 박방희 시인은 초등학생 때 동시조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학년 때 읽고 쓰기 교육이 시작되고 고학년까지 이어지게 하여 동시조를 발달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나의 어린 시절 일기장이나 수첩을 떠올려보면 동시 같은 글이 제법 많다. 시인의 그것처럼 아름답거나 훌륭하진 않지만 성인이 된 지금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기발한 천진난만함이 담겨있다. 동시조는 3장 6구 12음보라는 정해진 운율이 있기에 음악을 더하면 동요로 변신이 가능하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으로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세세히 알 수는 없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 노래를 즐겨 부르고 초등 중학년 이상이 되면 가요를 부른다. 특히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같은 구절은 6~7세 어린이들도 제법 잘 흥얼거린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고 지내야 속이 알찬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동요를 즐겨불렀던 것 같다. 교실 앞에 나와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동요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어른의 가요처럼 세련되고 멋지진 않지만 그 시절 누렸던 그 감성과 감수성이 지금 내 삶을 이끌어주는 영양분이 된 건 분명하다.

동시조나 동요, 그림책, 동화책 등 어린이 문학이 폭넓게 발달하고 발전하길 바란다. 성인이 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마음과 쓸 수 없는 분야의 문학이기에, 이런 귀엽고 재미난 동시조를 쓴 박방희 시인이 부럽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한 어른으로 살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선택받은 사람.




‘우리 속에 울이 있다.’
‘우리’라는 말에 ‘울타리’가 있어 우리 안에 속하면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지만 우리 바깥에 있다면 소외되는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의 동시조. 어린이를 위한 글이지만 결코 어린이만을 위한 글은 아닌 동시조의 운율과 그것을 잘 표현하는 위트 있는 글.
어린이와 함께, 따로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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