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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

[책 추천] 헤밍웨이. 백민석. 아르테. (2018)



[완독 115 / 인문학, 교양인문학] 헤밍웨이. 백민석. 아르테. (2018)


전쟁의 본질이란, 그저 어느 때는 전진하고 어느 때는 후퇴하는 의미 없는 반복 속에서 결국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같은 사병에게 전쟁의 본질이란 공허함이다. (144)

헤밍웨이에게 사냥은 그저 살육을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었다. 1930년대 사냥의 개념은 지금과 달랐다. ‘쿠바의 헤밍웨이’를 쓴 그의 조카 힐러리 헤밍웨이를 따르면 당시에는 “루즈벨트의 전공에 의거하여 자연보호론자가 된다는 건 내일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오늘 동물을 보호한다는 의미였다. 이는 자연의 서식지에서 동물을 연구하며 이동과 먹이, 일생에 걸친 육체적 변화를 분석하여 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쿠바의 헤밍웨이’, 59쪽) 헤밍웨이는 실제로 자신을 ‘자연주의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3)

백민석이 소개하는 헤밍웨이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키워드로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거장을 찾아 연구한 결과물을 시리즈로 엮은 책이다. 헤밍웨이는 006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다. 001 셰익스피어, 002 니체, 003 클림트도 좋았고, 앞으로 출간될 다른 책들도 기대된다.

헤밍웨이 인생의 발자취를 좇아 그의 삶과 작품을 연결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살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든다. 거장의 사상이나 학문적 깊이를 논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보다 넓고 쉽게 저자 백민석이 곱씹어준 이야기라 융·복합적 사고를 지향하는 요즘 시대에 걸맞은 책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헤밍웨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그의 인생과 작품 이야기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노자와 공자가 그랬듯,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예술가와 사상가는 빛을 발한다. 프랑스 산업혁명 이후의 살롱전이나 미국의 경제공황 때의 앤디 워홀도 마찬가지. 헤밍웨이의 삶 역시 순탄치 않았다. 가족관계가 한 사람의 성격과 작품에 미치는 영향, 세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주변 환경 덕분에 이토록 치열하고 무섭게 삶을 살며 작품을 썼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나 보다.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학고재, 2000)’을 읽으며 감정의 끝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예술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헤밍웨이 같은 예술가(작가)가 결코 될 수 없겠지만 가능하더라도 시도 같은 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고통의 순간을 견뎌내야 대가가 될 수 있다면, 보통 사람인 지금 이대로의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자 백민석이 공들여 풀어낸 이 책, 사람 헤밍웨이에 대하여 알게 된 건 정말 좋았지만, 어릴 적 ‘노인과 바다’를 읽다 포기한 게 전부다. 앞으로는 그 작가의 책 한 권 정도는 읽어보고 이런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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