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89 / 에세이 ] 100년전 우리가 먹은 음식-식탁 위의 문학 기행. 백석. 이효석. 채만식 외. 이상 옮김. 가갸날. (2017)
말이란 순수할수록 좋은 것이지 뒤섞고 범벅하고 옮겨 온 것은 상스럽고 혼란한 느낌을 줄 뿐입니다. -이효석. (20)
북촌 상인들이 망해 가는 것은 자본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쇠대가리들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현대인, 신경인들임에 불구하고 점주, 점원들은 의연자약 우두 상인들이기 때문이다. -이태준. (48)
잘 조리된 한 가지 음식이나 잘 차려진 한 상 요리는 역시 훌륭한 종합예술이다.
왜 그런고 하면 그는 혀의 예술이며, 코의 예술이며, 눈의 예술이며, 우리를 제일차적으로 만족시키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무대예술은 문학과 회화와 음악과 건축 등 각종 예술의 종합을 요하는 까닭에 종합예술이라 하는 것이다. 요리는 실로 그 이상으로 조건이 많다. 적당한 시기, 적당한 장소에서, 적당한 손님을 모아서 향연을 베푸는 것은 그 일 자체가 곧 문학이다. 한 상의 요리를 차리는 데는 회화와 건축의 예술감을 떠나서 만족한 것을 바랄 수 없거니와, 그밖에 냄새와 맛의 요소를 더한 것이 음식의 예술이니, 음식 예술이야말로 종합예술이라 하기에 가장 적당하다. 진품 중의 진품 신선로. 우보생. (190)
100년 전 사람들의 음식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한여름 밤 옛날 음식 이야기 읽는 게 재미있다. 침이 고인다.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 소머리 국물은 정말 좋은 것으로, 닭고기 국물이나 우유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커다란 솥을 연중 불 위에 걸어놓고 바닥을 비워 씻는 일 없이 매일 새 뼈로 바꾸어가며 물을 부어 끓여낸다. 이 국물, 즉 스프는 아주 푹 끓인 것으로, 매일 끓이기 때문에 여름에도 부패하지 않는다. 이것을 정제하면 아마 세계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양제가 되고, 향후 병에 담아 한국 특유의 수출품으로 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만화, 1909, 우스다 잔운. (61)
얼음은 갈아서 꼭꼭 뭉쳐도 안된다. 얼음발이 굵어서 싸래기를 혀에 대는 것 같아서는 더구나 못쓴다. 겨울에 함박같이 쏟아지는 눈발을 혓바닥 위에 받는 것같이 고와야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솜사탕 같아야 한다. 뚝 떠서 혀 위에 놓으면 아무것도 놓이는 것 없이 서늘한 기운만 달콤한 맛만 혓속으로 숨어들어서, 전기 통하듯이 가슴으로 배로 등덜미로 쫙- 퍼져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 시원한 맛이 목덜미를 식히고 머리 뒤통수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옷을 적시던 땀이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빙수, 방정환. (183)
'- 읽고 또 읽기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추천]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북라이프. (2018) (0) | 2018.07.31 |
---|---|
[책 리뷰] 숲의 하루. 소로소로. (2018) (0) | 2018.07.29 |
[책 리뷰]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휴머니스트. (2018) (0) | 2018.07.16 |
[책 추천] 시 읽는 엄마. 신현림. 놀.(2018) (0) | 2018.05.28 |
[책 리뷰]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종합재미상사. 들녘출판사. (2018) (0) | 2018.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