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읽고 또 읽기/에세이

[책 리뷰]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휴머니스트. (2018)



[완독 86 / 에세이]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휴머니스트. (2018)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개인의 고집은 고요하다. 타인에게서 고집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도 잘 맞는다면 슬며시 동참한다. 작업실에는 주스나 요플레를 먹고 나면 꼭 물로 헹구고 재활용 통에 넣기 전에 부엌 창문 앞에 놓아 물기를 말리는 사람이 있다. 반나절 동안 말린 후 재활용 통에 넣는 모습이 꽤 감명 깊어서 비타민 음료를 먹은 후에 물로 헹궈 같은 자리에 올려두었다.
‘그 고집에 동참합니다.’
기왕이면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을 키워볼까. (50)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 한 명 정도는 있는 세상이라니, 왜인지 마음이 좀 놓인다. (138)

책을 만들 때 유일한 독자를 ‘나’로 설정해둔다. 내가 아는 이야기, 내가 아는 감정을 써놓으면 그 이야기를 아는 누군가가 찾아오는 걸 보게 된다. 단,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를 담거나 오류투성이인 언어로 쓰지 말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만든 이야기여야 할 것이다. (183)

매우 바쁨이 예상되는 한 주의 시작을 준비하며 머릿속이 울렁거리던 찰나에 읽기 시작한 이 책,
귀엽다. 어린 마스다 미리 같은 느낌?!

‘빵 고르듯 살고 싶다’는 최근 나의 책 구매 습관과는 다르게, 상당히 충동적으로 내게 온 책이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휴머니스트 부스에서 귀여운 앞치마를 입고 열심히 사인하는 저자를 보았다. 오늘 책을 사면 저자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후루룩 넘겨보다가 바로 구입했다. (평소의 나는 저자의 사인에 반응하거나,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 한 번 읽을 책은 도서관 희망도서를 이용하고, 업무용이나 간직하고 싶은 몇 권의 책만 소장한다. 다양한 루트로 내게 온 책은 읽고 나눔한다.)

최근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많은 신간을 속독하다 보니 내게 재미를 주든 그렇지 못하든, 이 책이 인기를 얻을지 그렇지 못할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잠깐 후루룩 책장을 넘겨본 ‘빵 고르듯 살고 싶다’는 곧 베스트셀러가 될 책이었고, 읽기 위해 산 책이라기보다는 쓰기 위해 산 책이었다. 언젠가 나만의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고, 첫 이야기 ‘커피식 생활’을 읽고 다시 덮었다. 내 책 한 권을 만드는 상상을 하며 매일 짧은 글을 쓰곤 하는데, 내 글과 소재는 같지만, 훨씬 재미있고 흡입력 있는 글이었기에, 생각보다 멋진 글솜씨에 속이 상해 책을 덮어버렸다. 그러다 오랜만에 다시 펼친 이 책은 상냥함과 풋풋함, 엉뚱하지만 속 깊은 작가의 매력이 가득 담겨있었다.

책 커버가 필요할 만큼 오랫동안 음미하며 읽지 않아도 되는, 발랄하고 가볍고 일상적이지만 예쁘고 따뜻한 임진아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오랫동안 책장 한쪽에 차지하고 있는 마스다 미리의 책들처럼, 그 옆에 소중히 넣어두고 힘이 들고 지칠 때 꺼내어 읽고 싶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라는 빵 향기 가득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작가 임진아의 일상과 생각과 그림과 글이 담긴 이 책,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빵은 무엇인가요?”
“음.. 글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