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빵과 나비효과
새로 사 온 원두에서 봉긋한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 원두의 온도와 양, 뜸 들이는 방식, 커피 내리는 방식 등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커피를 내렸는데 역시나. 첫 뜸을 들일 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커피빵을 보는 게 이 더운 날 뜨거운 커피 내리는 유일한 즐거움인데, 아쉽게 되었다.
거품이 생기지 않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당일 볶은 새 원두를 사 온 게 아니라 만들어진 지 일주일 된 커피를 사 왔다. 새 원두는 그날 오후에 입고된다는 정보를 이미 들었음에도 맛있는 커피를 빨리 마시고 싶단 욕심에 서둘러 먼 곳을 다녀왔다.
둘째, 그렇게 사 온 원두를 회사 냉동고에 넣어뒀다가 며칠 후에 집으로 챙겨왔다. 약 한 시간 정도 실온에 방치된 원두 포장 겉면에 몽글몽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온도 변화 덕분에 습기를 먹었다 재냉동되어 커피 맛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약간 걱정되었다.
셋째, 원두 알의 크기가 일정치 않았다. 좋은 원두는 크기가 일정하고 대게 알이 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좋은 원두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기에 나머지 나라에서는 보통이나 저급의 원두를 볶아 최대한의 맛을 낸다는 것.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순 없지만, 마트에서 구입한 저가의 원두의 크기는 정말 작았다.
넷째, 내가 좋아하는 원두의 색이 아니다. 몇 개월 전 빈브라더스에서 원두 샘플러 몇 가지를 사온 적이 있었는데, 내 취향은 짙은 고동색을 띠는 원두였다. ‘화이트 벨벳’ 같은 원두는 밝은 브라운색이었고, 그 원두도 거품이 많이 생기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신선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밝은 빛깔의 원두는 원래 거품이 덜 생기는지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내게는 커피를 대할 때 유난함이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맛을 음미하고 평가한다는 것. 사실 커피 말고도 유난 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이런 헛된 욕심이 나비효과가 되어 더 큰 일을 만든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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