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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67 / 인문, 심리]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와이즈베리 (2018)

이 책의 원제는 ‘지루함과 기발함’이다. 저자 마누시 조모로디(manoush zomorodi)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열혈 워킹 우먼으로 바쁘게 살아가다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변화를 한 권의 책으로 기록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it기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지루함을 이용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책소개 참고)

와이즈베리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라고 하였지만, 원작의 제목은 ‘지루함과 기발함(Bored and Brilliant)이다. ‘지루함’과 ‘심심함’은 뉘앙스 자체가 다르고, ‘기발함’과 ‘똑똑함’도 전혀 다르다. ‘기발함’은 ‘창의성’과 연관되어 있고, ‘똑똑함’은 지적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똑똑함을 추구하고 싶지 않은 반감으로 한국어판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똑똑해지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지루함을 즐길수록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얼마전 관심 있게 읽었던 ‘우울할 땐 뇌과학’(홍익출판사, 2018)과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원작 제목에 충실했다면 훨씬 긍정의 기운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마케팅 측면에서 좀더 눈에 띄는 제목을 정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아무튼 제목은 아주 맘에 들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썩 흥미로웠다.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7단계
1. 자신을 관찰하라.
2. 이동할 때는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둬라.
3. 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말라
4. 앱을 삭제하라
5. 페이크케이션을 떠나라
6. 다른 것들을 관찰하라
7.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익숙함이 나를 망가트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 핸드폰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클릭 한 번만으로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활용할 때는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실행적이고, 조직적이고, 비판적인 자기 점검 기술이 필요하다. (84)

산만함은 선택이다.
아이들은 당신의 관심이 필요할 때 문제를 당장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그들에게는 사회적인 한계선에 대한 개념이 없다. 다시 말해서 당신을 방해해도 될 때와 그래서는 안 될 때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면 아이들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규칙을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게 더 나은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우리를 방해하는 기기에서 우리의 주의력을 보호하는 기기로 바꿀 수 있다. (110)
알렉스 수정 김 방 (alex soojing-kim pang),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저자.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제목의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재미있는 제목 덕분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심심함’도 책을 보고 알아내야 하는 나와 요즘사람들의 갑갑함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나를 더욱 심심하게 하고, 똑똑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나는 그저 나대로 살고 싶다. 더욱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더 열심히 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누리고 살고 있으니, 받은만큼 베풀고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거나, 더 많이 누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요즘 어린이들은 미세먼지와 좋지 않은 여러 환경덕분에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지 못한다. 그대신 깨끗하게 관리된 키즈카페와, 블럭방,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 운동센터에 다니며 줄넘기도 하고 얼음땡도 하고 땅따먹기도 배운다.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나 어릴적엔 집 앞 땅바닥에 돌멩이 세워서 선을 그려놓고 놀면 그만인 땅따먹기, 공기놀이를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쪼개서 다닌다.

우리를 쫓기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무엇이 나와 우리를 심심함과 여유로움 까지 책을 통해 학습해야 하는걸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