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64 / 인문학] 정원으로 가는 길. 질 클레망. 이재형 옮김. 홍시출판사. (2012)
장석주의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2015)’를 읽다가 ‘게으름의 즐거움(2003)’을 알게 되었다. 게으름과 휴식에 관한 여러 사람의 에세이를 읽다가 질 클레망의 글이 좋아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찾게 된 책, ‘정원으로 가는 길(2012)은 프랑스 원예가이자 조경 디자이너이며 식물학자 및 곤충학자인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책이다.
생태적인 정원 디자인, 움직이는 정원으로 유명한 질 클레망은 유년시절 정원에서 아버지를 돕다 농약에 중독되어 이틀간 혼수상태에 빠진 경험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정원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책 소개 참고)
유목민들은 정원을 만들지 않는다.
최초의 정원은 방랑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던 인간의 것이었다. 어떤 인간이나 어떤 사회의 삶에, 이 단계를 위한 시대는 없다.
최초의 정원은 식량 생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채소밭이 최초의 정원이다. 채소밭 정원은 시간을 초월한다. 채소밭으로부터 정원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원의 역사를 관통하는 모든 시대마다 깊은 흔적을 남겼다. (20)
최초의 정원에서부터 미래 상상의 정원까지, 자연과 공존하는 서양인이 자연이나 정원을 바라보는 관점이 동양인의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물의 자람에 따른 자연현상과 원예학적 깊이로 내용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원’이라는 자연의 모습 하나로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원 인문학책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정원 탐구가 멋지게 느껴졌다. 더불어 인간의 생각을 탐구하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유나 비유 등 단어나 글 자체가 가진 함축적 의미가 많아 쉽게 읽히지 않았지만, 프랑스 사람의 느낌이 담긴 글이어서 마냥 좋았다.
이 같은 태도는 우주(항상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며 인간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는)와 마주한 인간의 위치를 중시한다. 하늘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 그것은 곧 별들과 협력하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다. 스타이너 학교 출신의 생체역학자들은 자연을 문화로 변모시키는 데 적극적이지 않으며, 별들을 신뢰한다.
시골에서는 정원이라는
단어가 다름아닌
채소밭을 가리킨다.
그 나머지는 다 풍경이다.
이 풍경이 어떤 구성의
대상이 될 때 사람들은 그걸
공원이라고 부른다. (24)
우리는 역사로부터 정원만을 넘겨받을 뿐 정원과 함께 살아가는 정원사들은 넘겨받지 못한다. 부지런한 노동자를 화학약품으로 대체하여 정원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원래의 설계를 유지하되 오염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 (43)
정원사들은 별과 달을 올려다보다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일종의 원예 우주력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뿌리를 수확하는 종, 열매를 수확하는 종, 잎이나 꽃을 수확하는 종들의 씨를 뿌리기에 좋은 날들이 각기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예와 관련한 하나하나의 활동은 하루 중의 어떤 정확한 시간에 중단되거나 시작될 수 있다.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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