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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12. 17. 13:31

[2019-72 / 고전]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조정훈 옮김. 더클래식. (2017)


은희경의 ‘빛의 과거(민음사, 2019)’에서 등장인물 이동휘가 주인공 김유경에게 했던 말 중에서 자신은 사실 ‘브론스키보단 제롬에 가까웠다’는 말에 꽂혀 제롬이 주인공인 소설을 검색하였고, ‘좁은 문’을 읽게 되었다. 브론스키가 화려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좇는 사람이라면 제롬은 지고지순하고 끈질긴 인물일까 싶은 단순하고 단편적인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좁은 문은 가벼운 연애 소설이 결코 아니었다) 청소년 권장 도서라는데 어느 부분이 청소년이 꼭 읽고 이해하고 넘어갈 부분인지, 주의해서 알아채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버거웠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긴장감 같은 것은 하나 없고, 고구마처럼 답답해서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이것은 마치 얼마 전 읽었던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한 사람 특히 여성의 자유로운 연애 같은 건 보장되지 않은 100년 전의 생활 모습이 느껴졌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크고 넓은 길은 멸망으로 인도하나니 그리로 가는 자가 많음이라. 하지만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과 길은 좁으니 그것을 찾는 자가 적음이라. (25)


내가 행하는 모든 미덕이 모두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의 곁에 서면 나의 미덕이 파괴되는 느낌이 든다. (178)


2019년을 사는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150년 전의 삶.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 역시 100년 전 어떤 여성도 누리지 못한 여유와 자유였으리라. 지금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책 한 권을 읽어냈다. 불과 100년 전 소설과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돌아보며 지금의 우리를 이해할 수 없는 100년 후 사람들의 모습이 문득 그려졌다. 100년 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습들이 옳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떤 기준으로 지금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잘 가고 있는 걸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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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0 / 소설. 고전문학]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하승진 옮김. 더클래식. (2012)

생각해보면 나의 젊은 날은 힘겹거나 외롭지 않은 날이 없었다. 우울과 상념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사색과 공상, 끝없는 게으름이었다. 세월이 흘러 삶을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어보니 20대의 내가 어떤 시간을 보냈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사느라 나를 놓치고 살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매일 감사하고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지 않았나 막연하게 떠올려보지만 절대 아니다. 특히 연애에 대해서는 소설 속 베르테르만큼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었다. 25세의 나는 한없이 어두웠다. 그게 내 삶의 숙명 같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해설과 그 뒷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지난날이 떠올랐다. 책을 읽는 동안 왜 이렇게 찌질해 보일만큼 정신없는 감정의 변화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려 애쓰는지 베르테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설 부분을 읽으며 나의 지난날이 떠올랐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에너지가 많은 한 청년이 그려졌다. 순수하고 철없던 그 시절의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

너무 재미가 없어 중간에 덮으려다, 엄마의 추천으로 다시 열어 끝까지 읽게 된 책.
다음에 한 번 더 읽고 싶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감정에 이끌려 그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희망을 걸고 주변은 모두 잊어버린 채 그 남자에게만 매달려서 그 남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지요. (...) 황홀경에 빠져 온갖 기쁨을 예감하며 마음을 졸이다가 마침내 자신의 소망을 끌어안기 위해 두 팔을 양껏 벌렸을 때, 그녀의 애인은 그녀를 버렸습니다. 그녀는 넋을 잃고 절벽 앞에 섰지요. 주위에는 온통 암흑뿐이고 어떠한 전망도, 위안도, 방도도 없습니다! 삶의 모든 이유였던 그 남자에게서 버림받았으니까요. 눈앞의 넓은 세계도, 그녀의 상실을 보상받게 해 줄 다른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어요. 세상으로 버림받고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뿐입니다. (76)

인간은 인간일 뿐이라고요. 조금 더 분별력이 있다 한들 격정에 휩싸여 한계로 치닫게 되면 약간의 이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77)

내가 아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으니 내가 유일하게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 마음뿐이라네(123)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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