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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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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약돌을 던지며. 정호승 ​ 조약돌을 던지며 강무리 흘러간다는 것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강물이 흘러가면서 자기의 모든 시간을 나에게 주고 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오늘도 저녁 강가에 나가 조약돌을 던지며 흐르는 물의 시간을 바라본다 물결 위에 눈부시게 햇살로 반짝이는 시간의 슬픈 얼굴을 바라본다 울지는 말아야지 종이배인 양 강물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당신의 신발 한짝을 따라가 다시 돌아오지 못해도 울지는 말아야지 바다로 흘러간 강물이 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은 언제나 나의 잘못일 뿐 저녁 강가에 앉아 물새 한마리 갈대처럼 잠시 날개를 쉬는 동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강물에 멀리 조약돌을 던지며 나를 던진다. (141)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창비시선 406 ​
[책 리뷰]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 ​ ​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 창비시선 326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풍경 속의 그늘 월롱역에서 기차를 타고 신촌까지 오는 동안 눈곱도 안 뗀 어린것의 눈망울 같은 숲을 보았습니다 비탈진 철둑에 떼지어 앉아 불은 젖을 꺼내던 엉겅퀴들 옥수수밭 고랑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장끼도 보았습니다 언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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