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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 당근 양파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해 장 볼 목록이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던 카레를 만들 계획이다. 얼마 만에 쉬는 휴일인가.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고 운동을 다녀와 점심을 (또) 먹고 청소를 하고 빵과 커피를 사러 다녀왔다가 청소와 빨래를 하고, 커피와 빵을 마신다.

오랜만에 즐기는 집안일이 좋다. ‘오랜만’이어서 좋은 건지, 오랜만에 ‘쉬는’ 주말이어서 뭐든 좋은 건지. 날씨도 바람도 공기도 그저 좋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길가에 있던 음식점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이 쬐끄만 게 12,000원이라니! 꿍시렁거리며 다신 오지 않으리 생각했지만, 고슬거리는 밥과 풍미 깊은 장국이 예술이었다. 역시 사람 많은 덴 이유가 다 있었다.

요즘은 요가를 즐기고 있는데, 요가에 빠져든 계기는 아마도 몇 년 전 아디다스의 요가 이벤트로 알게 된 아미라 선생님 덕분이다. 참한 외모(!)와 나긋한 목소리, 몸동작이 그저 참여하는 사람에 불과한 나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해주었고, 그리고 얼마 후 요가원에 등록했다. 그렇게 요가를 즐기게 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며칠 전 부터 요가의 마지막 아사나인 ‘사바 아사나’를 할 때 몸은 이완되어있지만, 정신은 번쩍 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깐 조는 듯 꿀잠을 잤던 것 같은데 요즘은 사바 아사나를 하려고 누우면 정신이 또렷해진다. 요가원의 프로모션 상품인 향기를 머금고 있는 눈 덮개(!) 덕분인지 이 변화가 옳은 건지 잘못하고 있는 건지, 잠들어야 하는 건지 깨어있어도 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그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우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마음이 건강해지는 요가를 하는 시간이 좋다.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있는 나의 삶도 좋고.

이것저것 부지런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흘러가는 이 시간이 좋다. 남은 빨래가 끝나는 세탁기의 노래를 기다리며 자판을 두드리는 오늘 하루의 모든 시간이 내게 아티스트 데이트 그 자체이다. 매일매일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게 인생이고 이게 내 삶. 앞으로 나아가도 좋지만, 여기에 서 있어도 좋은 내 인생.

‘띠 띠리리 릿디 띠리리리리리리 띠’

세탁기가 멈추었다. 남은 빨래를 정리하고 소시지와 양파, 당근을 사러 가야겠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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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96 / 에세이]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북라이프. (2018)

자기 리듬, 그건 어떻게 가능할까. 난 우선 어깨에 힘을 빼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씩씩하게 내딛는 거다. 물론 처음엔 어렵다. 자꾸 움츠러든다.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다. 하지만 자꾸 알아차리고 바로잡으면 된다. 그렇게 심기일전하며 다시 뚜벅뚜벅 걷는다. 좀 더 가볍게, 천천히 오래. 오늘도 그렇게 나아가기로 했다. 쉽진 않지만 해볼 만한 일이다. (28)

다른 사람이 만든 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는 것뿐인 사람들은 신용할 수 없어. ‘리틀 포레스트’, 유우타군이 한 말(76)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쫄지 않는 것이다. 당장의 실패, 성과 없음이 내 노력의 전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나는 해나가고 있고 배워가고 있고 나아지고 있으니까. (89)

한병철 ‘시간의 향기’
고유하게 존재하는 자는 말하자면 늘 시간이 있다. (...) 그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시간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167)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마음과 영혼이 예쁘고 차분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도 닮아간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내 영혼이 그들의 맑은 기운을 흡수한다. 좋은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에세이는 쉬운 글, 전문 지식 같은 것 없이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쉬운 글로 예쁜 마음을 보들보들하게 풀어가는 기술은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 도서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에세이가 대부분이다. 다들 나와 같은 일상의 힘듦을 책을 통해 치유하고 싶은 모양이다.

글 쓰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 제 4회 카카오 브런치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받고, 브런치에 연재한 글을 책으로 출간한 이아림은 요가를 사랑하는 서른 하나 예쁜 아가씨이다. 요가와 함께 한 그의 일상이 참 예쁘다. 얼마 전 읽었던 ‘빵 고르듯 살고 싶다.(임진아, 휴머니스트, 2018)’와 비슷한 듯 다른 이 책은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담겨있어 저자와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덧붙이기.
요즘 에세이는 이름이 예뻐야 쓸 수 있나 보다. 임진아, 이아림..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아무튼 예쁜 글 많이 쓰시고 좋은 기운 나눠주시길.)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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