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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2018.02.16 18:27

어떤 하루

밤새 뒤척였다. 오늘따라 그녀가 늦게까지 잠 못 이루고 부스럭거리느라 덩달아 나도 쉬이 잠들 수 없었다. 주위가 점점 밝아온다.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올랐는데 여전히 자고 있다. 그녀 덕분에 피곤을 풀지 못한 채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보다 조금 더 늦은 시간에 일어난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여전히 누워있다. 오늘따라 조용한 집안 분위기가 우리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던 그녀가 부엌으로 걸어간다. 밤늦게까지 그렇게 먹어대더니 배가 고팠나 보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꽤 오랜만에 함께 외출했다. 얼마 만이더라? 우리가 함께했던 날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각자 서로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다른 뭔가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하우스 메이트 처럼 집을 함께 공유하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우리 사이.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하다. 오늘따라 고요한 집구석이 나도 그녀에게도 어떤 연결고리를 제공했나 보다. 그렇게 우리는 다정해 보이는 데이트를 했다.

어제보다 두꺼운 옷을 입을 필요는 없었는데, 훈훈하게 열이 오른 몸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평소 걷던 길이 아닌 낯선 곳을 걸으며 오늘을 즐겼다. 어제보다 늦은 외출이라 기대했던 만큼 즐길 작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몸의 병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지독한 외로움이 나를 더 힘들게 했었는데 이렇게 가끔 누군가와 함께 데이트를 즐길 때면 힘들었던 기억이 잊혀진다.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인가 쓸쓸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올라온 컨디션 덕분에 기분은 괜찮다. 어제보다 따뜻한 옷을 입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꽤 길다. 매일 비슷하지만 다른 하루하루들. 별거 아닌 사건들이 나를 긴장하게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의 성격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조금씩 몸의 여기저기가 부실해짐을 느낀다. 부쩍 한숨이 늘었다. 기력도 예전 같지 않고, 왼쪽 눈이 자꾸 가렵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나이가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요즘은 뭘 해도 기운이 없다. 맛있는 걸 먹는 기쁨 정도로 하루를 살고 있지만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진다. 그렇게 잠을 청하고, 쉬고, 또 먹고. 식충이가 된 것 같지만 나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먹는 거로 푸는 건 아닐지.

마음껏 뛰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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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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