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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74 / 고전, 문학] 안나 카레니나2. 레프 톨스토이. 펭귄클래식코리아(2011)

2권은 수많은 등장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주인공인 안나와 카레닌 그리고 브론스키, 레빈과 키티를 둘러싼 인물들, 그리고 레빈과 형제들 키티와 형제자매들에 관한 이야기, 각자의 이야기들이 맞물려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속담이 이 상황에 어울리려나? 남의 가정사를 해결해준다는 오지랖으로 찾아갔다가 엄한 사람에게 반해 불같은 사랑을 경험하고 자신의 가정을 깬 주인공 안나. 19세기 러시아가 배경인 이 소설은 2세기 전 ‘옛날이야기’이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나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이 큰 차이가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삶이 다 이해가 된다. 짠하고 그럴만한 사정이 느껴진다. 한 명 한 명이 밉지가 않다. 9살배기 안나의 아들 세료자가 느끼는 죽음에 관한 것, 사랑을 대하는 레빈의 마음가짐이 변하는 것, 곧 차갑게 식을 것만 같은 브론스키의 마음까지. 얼마 전 롯데뮤지엄에서 봤던 알렉스 카츠 전시 속 글귀가 머릿속에 맴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사실마저도 변화하고 있다.


이래서 톨스토이, 톨스토이 하는구나.
남은 3권도 기대된다.


4부
형을 더 가까이할수록 점점 더 자신이 가지지 못했다고 느끼는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하는 재능이 사실은 장점이 아니라 그 반대로 어떤 결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그 목표를 향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만 좋은 일이라고 판단하여, 단지 그 이유로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12)

몸을 움직여야겠다. 안 그러면 성격을 버리고 말겠어. (26)

잠들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해요. 그리고 즐거워지기 위해서도 일을 해야 하고요. (116)

여자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뭔가를 하기란 어려워. 그런데 사랑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일도 하는 편리한 방법이 하나 있지. 바로 결혼일세. (...) 짐을 끌고 가면서 손으로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짐을 등에 붙들어 매는 수밖에 없어. 그게 바로 결혼인 거야. 결혼하고 나니 바로 그 점을 깨닫게 되더군. 갑자기 손이 자유로워지더라고. 하지만 결혼이 아니면 그 짐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는 거야. 그러면 손은 그거 하느라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 하지. (134)

일꾼들이 자기네 방식대로 일하고 싶어 하고 그럴 때라야만 일을 잘하며 그 반대 경우는 우연이 아니라 농민의 성정에 기본으로 깔린 항구적 현상임을. (187)

나는 일하고 있고 뭔가를 이루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잊었던 것이 있구나.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 죽음을 잊고 있었어. (197)

힘이라는 건 발전 단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활동 형태를 찾아낸다. (...) 너는 확신한 적도 없고 지금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단지 자기애를 만족시키려는 것뿐이야. (201)

5부
레빈은 페스초프에게도 동의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러시아 농촌 공동체의 의미를 제멋대로 인정하기도 했다가 부정하기도 하는 형에게도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화해시키고 이견을 완화하려는 목적 하나로 대화를 계속했다. 그는 자신이 하는 말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고, 그들이 하는 말에는 더욱 흥미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바는 단 하나, 그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즐거워했으면 했다. 그는 이제 중요한 단 하나가 무엇인지 알았다. (278)

어떤 상황에서나 출구는 있게 마련이다. (337)

방문객들이 떠난 후 미하일로프는 빌라도와 그리스도 그림 앞에 앉아 그들이 한 말과, 말하지는 않았지만, 짐작이 가는 말들을 머릿속에서 복기해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들이 여기 있을 때는,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그처럼 무게를 지니던 것이 불현듯 아무 의미도 없게 된 것이었다. 예술로 충만한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며 그는 완벽성, 자기 그림의 중요성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런 마음가짐은 다른 관심사를 제쳐놓고 긴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했고 그럴 때야라만 일을 할 수 있었다. (416)

브론스키가 회화를 가지고 논다고 해서 그걸 막을 수는 없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를 비롯해 애호가들이 전부 기분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릴 권리가 있음을 알았지만 그래도 심기가 불편했다. 어떤 사람이 커다란 밀랍 인형을 만들어 거기 대고 키스하는 걸 금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인형을 데리고 사랑에 빠진 연인들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연인들이 애무하듯 인형을 쓰다듬는다면 사랑에 빠진 사람은 기분이 나쁠 것이다. 미하일로프가 브론스키의 그림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랬다. 우습고 슬프고 안타깝고 모욕적이었다. (421)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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