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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28 [책 추천] 시 읽는 엄마. 신현림. 놀.(2018)



[완독 68 / 에세이] 시 읽는 엄마. 신현림. 놀. (2018)

여자이자 엄마를 위한 책을 연달아 읽었다. ‘엄마와 딸 사이(소울메이트, 2018)’와 ‘시 읽는 엄마(놀, 2018)’가 그것이다. ‘엄마와 딸 사이’는 심리학 박사 곽소현이 모녀 관계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어 다독이는 책이라면, ‘시 읽는 엄마’는 시인 신현림이 시와 자신의 글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를 토닥이는 책이다. 조금 다른 듯 비슷한 두 책은 여성의 삶을 위로하고 있다. 전자가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면, 후자는 ‘시를 통한 치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문학 중에서도 시가 가진 힘, 곱씹을수록 드러나는 함축의 힘이 심리 상담이라는 직접적 방법으로 위로하는 것과 다른 토닥임을 느끼게 한다.

짧은 고전이나 시를 풀어 읽어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고전의 시선(와이즈베리, 2018), ‘문장의 온도(다산초당, 2018)’,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추수밭출판사, 2015)’을 읽으며 원작도 좋았지만, 원글을 곱씹어 재해석해주는 형식의 글이 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런 기운을 이어 읽게 된 책, ‘시 읽는 엄마’는 시인 신현림이 이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엄마라면 공감할만한 소재와 이야기가 담긴 시를 골라 엄마로 사는 여자의 삶을 다독인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은 기운으로 느껴진 건,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른 시들을 검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색하게 된 시는

헤르만 헤세의 ‘내 젊음의 초상’이다.



내 젊음의 초상, 헤르만 헤세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젊음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에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불타고 있는가를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그 길을 이제 두 번 다시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왔고
그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실패도 과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책에는 마지막 두 구절, ‘실패도 과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만 담겨있었지만 나를 응원하는 듯한 짧은 글이 깊은 울림을 주었고, 시 원문을 알고 나니 더욱 좋았다.

시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짧은 문장이 담고 있는 큰 에너지를 읽어내기엔 곱씹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본다. 조급한 마음 덕분에 현 상황을 해결해주는 실용서나 인문서를 즐겨 읽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풀어준 시들이 엄마 이전에 여자의 삶을 위로해준다.



예언자, 칼릴 지브란(81)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주인인 생명의 아들딸이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으나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은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지언정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그들에게 집을 줄지언정
정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정신은
내일의 집에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당신이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당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생명은 뒤로 물러가는 법이 없고.
어제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활이요, 그들은 화살이니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엄마이자 딸인 저자는 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많은 글을 썼고, 자신의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며 책을 끝맺는다. 엄마이자 딸 일수밖에 없는 여성의 삶, 그 연결고리 덕에 먹먹함으로 책장을 덮었다.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무게와 내용의 책이지만 여자이기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는 없었다. 시가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삶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생물체처럼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




인생,
열심히 살다가, 발버둥 치다가 가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것. (170)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우리의 인생은 모든 걸 다 누리기엔 너무나 짧다. 상상 이상으로 짧다. 우리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206)

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