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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23 [일상] 겁쟁이
- 일상2019. 10. 23. 12:04




계획적이지 않으며 즉흥적이고 게으른 K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운으로 지금껏 세상을 버텨왔지만, 나이가 들고 지켜야 할 게 많아질수록 점점 버거움을 느낀다. 더는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으며, 에너지와 기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낀다. 주변의 사소한 인기척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불안해한다. 오늘은 K에게 그런 하루였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 윗집 인테리어 공사 덕에 잠에서 깼고, 벽을 부수는 소음으로 귀를 틀어막고 샤워를 했다. 출근길 들린 빵집에서 나눠주는 시식용 바게트 한쪽에 기뻐했으며, 지인과 통화 중 수화기 너머로 들린 비명에 불안을 만들어냈다. 괜히 전화했나, 별일이 생긴 건 아닌지. 그저 흘러갈 뿐인 소소한 일상에도 흔들거리는 걸 보면 책임과 의무가 적은 일을 하는 마음 편안한 사람인가 싶으면서도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K는 자신과 상관없는 세상사에 반응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긴 편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통 예민하고 섬세하다고 칭한다. 그래서 별일 아닌 하루를 걱정하고 기뻐하며 생각에 생각을 더한다.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듯, 의지와 상관없이 불가항력으로 생겨나는 일에도 감정은 반응한다. 컵에 담긴 물처럼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화르르 부들부들 몸서리치게 된다. 그러한 움직임이 자신을 망가트리지 않는 거라면 적당히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K에겐 그게 참 어렵다.

끈적이지 않은 밋밋한 보통의 감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K는 오늘도 글을 쓴다. 흔들거리는 약한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것이 K가 오전 시간을 홀로 보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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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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