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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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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욕망 ​ 욕망 [명사]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요즘엔 단어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뜻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이 워낙 비슷한 것으로 대충 이해하면 넘어가 버리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국어는 원래 그렇게 알듯 말듯 사용하면서 익숙해지는 건지, 구체적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들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하는 직업으로 살아왔기에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이 드나 보다. 아무튼, 오늘도 사전 앱을 열어 단어 검색부터 시작. 내가 가장 갖고 싶고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욕심부렸지만 갖지 못했던 건 누군가의 마음인 것 같다. 물질적인 것에 큰 욕심도 관심도 없고, 누군가보다 더 갖고 싶은 것도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같은 건 더 받고 ..
[일상] 신념 신념 ​ 올해는 나의 대운이 바뀌는 해이다. 사주 같은 걸 철석같이 믿진 않지만 안 믿는 것도 아니다.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명리학,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다룬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흐르는 대로 흘러가도 되는 인생을 살아왔다. 약 지난 10년 동안은 그랬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거라기보다는 큰 뜻을 두지 않고 선택한 일들이 내가 흘러갈 방향을 제시해주어서 그저 안내하는 대로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흐름에 내맡기니 욕심도 불만도 후회도 없이 그저 흘러갔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로 욕심낸 것들을 원하는 대로 해결하지 못해 아등바등 마음 졸이고 무리했더니 작년 후반기 즈음 여러 군데에서 반응이 왔다. 그만하라고 그냥 흘러가라고. 그 신호를 무시한..
[일상] 배고픔 ​ 배고픔 배가 고프든 그렇지 않든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먹으려 노력한다. 끼니를 제때에 먹지 않아 생기는 배고픔이 싫어서이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던 시절이 있던 건 아니지만, 적당한 때에 주유해야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처럼 정해진 시간에 식사로 흡수한 그 에너지로 반나절씩 버텨왔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적당한 식사이다. 돌이켜보니 최근엔 배고픔으로 버티기 힘들던 기억은 없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음식을 충전시키며 생활을 유지해왔다. 배고픔이라는 닥치지 않은 힘듦과 직면하기 싫어서 간식을 먹었다. 그리고 세끼 다 챙겨 먹는다.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배고픈 건 정말 싫고, 살이 쪄서 미련해지는 것도 싫고. 해결책은 배고프지 않음을 유지하는 건가, 적당한 배고픔을 즐겨야하는 건가.
[일상] 쓰는 일 ​​ 쓰는 일 꽤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 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 시절 학교 숙제검사를 위한 일기 쓰기로 시작하여 교환 일기장도 쓰고 연애편지도. 그때의 나는 쓰는 행위를 즐겼던 것 같다. ‘나 정도면 잘 쓴다’고 생각했고,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논문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논물을 준비하며 쌓여있는 자료 뭉치를 보면서 한 문장도 쓸 수 없었다. 머릿속으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손은 전혀 진도를 내지 못했다. 그때 내 생각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과 논리적인 글쓰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좌절했다. 내가 가진 몇 가지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쓰기 실력이 사실은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겸손을 배웠던 것 같다. 적당히 논문을 썼고 졸업을 했다. 논문을 완성하..
[커피 한 잔] 조심 ​조심 조심성이 많은 나이지만, 이따금 무리할 때가 있다. 평소보다 오래 일해야 할 상황이 올 때, 빠르게 해결하고 싶을 때 나도 모르게 잠깐 몸을 혹사해 직업병 같은 아픔이 있다. 2년 전 머그잔 4~50개를 빨리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한꺼번에 들다가 허리와 손목을 삐끗한 후부터 오른쪽 손목과 팔목, 허리가 종종 욱신거린다. 2~3번 나눠 옮겼으면 다치거나 아프지 않았을 텐데 조금 더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도록 적당히 해야 하는데 그놈에 '적당히'가 늘 어렵다. 돌이켜보니 몸 뿐 아니라 말을 조심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잠시 방심했다가 무너진 인간관계들이 적지 않다. 처음부터 끊어내려고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조심하지 않는’ 나의 고질병 덕분에 내 몸과 마음도, 상대방의 몸..
[일상] 오늘 ​지금 먹고사는 일에 생계와 빚이 걸려있으니 다른 어느 때 보다 절박해진 건 사실이다. 점점 여유와 유머(얼마 갖지도 못한 것들) 따윈 버려두고 묵묵히 일만 하고 있다. 꼬면 꼴수록 꼬인 것만 보게 되니까 이제 멈출 때가 온 것 같은데 자꾸 삐쭉삐쭉 원래대로 돌아가려 한다. 습관처럼 가던 길이 쉬우니까 자꾸만 더 열심히 일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처절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 이미 알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당장 책을 좀 줄여야겠다. 글도 좀 줄이고, 멍때리기를 늘리고, 쉽지 않겠지만. ‘되면 좋고 아님 말고’의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하기가 어렵다. 간이 콩알만 해서 앞으로도 프리랜서로 살긴 어렵겠다.
[일상] 남 일 같지 않은 남의 이야기 ​ 남 일 같지 않은 남의 이야기 ‘올해엔 뭘 받을까? 식용유나 캔 참치 같은 그저 그런 선물이 아니길.’ 직장 생활을 할 시절, 이맘때가 되면 올해 명절 선물은 뭘 받게 될까를 생각했다. 고생한 나를 위해 회사에서 선물을 주는 건 당연했고 내가 다른 누군가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자영업자가 되고 보니 주변에 감사할 일이 많다. 나 혼자서 결코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고, 크고 작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매년 명절이 가까워지면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눌 소소한 선물을 준비한다. 연휴가 오기 몇 주 전부터 필요한 목록을 정하고 ‘당연한 듯’ 인터넷 쇼핑을 하고 택배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우체국 앞을 지나게 되었다. 우..
[일상] 작고 소소한 이야기 ​ ​작고 소소한 이야기 학창시절 실과 시간 바느질 숙제는 늘 이모께서 도와주셨다. 손이 크고 동작이 더딘 나는 촘촘한 홈질 같은 게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마다 이모께 도움받으며 해결했다. 이모는 만능박사로 느껴질 정도로 뭐든지 뚝딱뚝딱 해결해주셨다. 반면 엄마는 잘 몰라서 도와줄 수 없으니 스스로 해보라 하셨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라는 말씀 덕분에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의지하지 않고 알아서 해결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오늘 길을 걷다 문득 그 시절 우리 집에 재봉틀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재봉틀은 꽤 어릴 적부터 집안 한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의 것이었는지,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낡고 커다란 빨간 뚜껑의 그것. 엄마는 재봉틀을 다룰 줄 알지만, 바느질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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