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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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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첫 만남 ​ 첫 만남 2008년 8월 비 오는 주말 오후, 아마 셋째 주쯤 종각역 스타벅스. 두세 시쯤이었나, 커피숍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다 자리를 옮겼는지 무얼 먹었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그 커피숍에 혼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이 몇 있었던 건 기억이 난다. '저 사람은 아니길, 저 사람이면 좋겠다' 둘 다 맞지 않았지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그저 그랬던 그 날. 수많은 첫 만남 중에서 굳이 그날 그 사람과 첫 만남이 생각나는 이유는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려서일까. 기억을 손에 쥐지 않고 사는 요즘은 뭐든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서일까, 만나지 못할 사람은 그 말고도 많은데 새삼 그를 다시 떠올리며..
[일상] 그리다 ​ 그리다 아침잠이 길어지면 으레 꿈을 꾼다. 예지몽 같은 게 아닌, 수면의 질이 얕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의미 없는 꿈이지만 꿈 자체를 믿는 편인 나는 그 개꿈조차도 의미부여 하게 된다. 이상하고 찜찜했지만 조금 그리웠던 감정의 꿈을 꾸다가 잠시 깼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잠들어 새 꿈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참 현재 감정 상태를 반영한 듯 불안하기도 하고 변화가 필요하기도 한 요즘의 업무를 대하는 내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운 그 상황에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상황에 직면해 당황하던 꿈속 내 모습이 아쉽기도 하고, 진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 철렁하기도 하고.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하고 싶은 얼토당토않은 이 마음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듯이 바라는..
[일상] 오늘도 ​ 오늘도 몸의 기운이 예전 같지 않다. 날씨 같은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읽을 수 있을 만큼 맑은 기운을 가졌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무언가로부터 오염된 것 같다. 이런 변화를 느끼며 오늘도 평소와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몇 개월 전까지는 커피를 내리면서 명상 비슷한 걸 했었지만 요즘은 사과를 깎고 당근을 자른다. 아침에 먹는 사과가 우울한 마음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밤새 비가 왔는지 바깥이 촉촉이 젖어있다. 예전의 나라면 습도와 빗소리,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비의 기운을 느꼈을 텐데, 오늘은 직접 창밖을 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나만이 가진 무기라고 생각했는데 내 기운이 사라져가는 게 아쉽다. 맑은 기운을 끌어올릴 수는 없을까?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
[일상] 온도계 ​ 온도계 어릴 적 학교 앞에 있던 온도계와 방향계. 경비실보다 작은 나무집 같은 곳에 작은 울타리 속에 걸려있던 그 온도계. 과학실이나 어린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늘 있던 그 온도계를 못 본 지 오래다. 요즘은 핸드폰이 만능이라 뭐든 그 안에 다 있으니까 쓰임을 갖고 있던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다. 쓸모를 가진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치 나도 쓸모가 없어지면 사라져야 할까 봐, 내 존재와 겹쳐 별 것 아닌 온도계를 떠올리며 아쉬운 감정이 교차한다.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는데 하나하나 신경 쓰이는 걸 보니 나이 듦을 느낀다. 나이 들면 관심사가 넓어지는 건가, 걱정이 많아지는 건가. 뭐 하나 하려 하면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내게 보인다. ..
[일상] 아무렇지 않게 ​ 아무렇지 않게 이별의 이야기를 쉽게 건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경우의 만남이라도 헤어짐은 아쉽다. 함께한 시간을 그럭저럭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포장한다. 처음 시작만큼 마지막 마무리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다. 모든 이들이 내 뜻대로 행동하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들의 행동 하나에 상처받고 마음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자꾸 마음이 간다. 이 몹쓸 오지랖 덕분에 돌아오지 못할 곳에 마음 쓰다 감기몸살에 걸려버렸다. 이 미련함을 티 내지 말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살아야 한다. 어른의 나이로 살다 보니 나의 감정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특히 업무를 대할 때에는. 적당한 관계와 적당한 눈치만 존재할 뿐이다. 모두의 바람대로 덤덤하게 오늘 하루를 대해야겠다. ..
[일상] 반하다 ​ 반하다 요즘의 나를 반하게 만든 건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체크 코트다. 마지막 방송을 아쉬워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창에 ‘서지안 체크 코트’를 찾아봤는데 역시나 한 벌에 139만 원짜리였다. 드라마의 완성이 PPL 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역시 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다. 극 중 주인공은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는데 139만 원짜리 코트를 입었다니,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았는데 현실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중 한 벌은 45만 원이었는데 이미 품절이었다. 혹시나 해 중고나라에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 거래되고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들은 며칠 전에도 품절된 그 코트를 구할 수 있었다. 이미 따듯한 봄이 와버려서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었던 코트를 입으려면 가을이 와야 하니까 관심 갖지 않아도 되..
[일상] 집중 ​​ 집중 평소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지만 정작 나는 집중을 잘 하고 있던가. 아니,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집중을 할 수 있는 거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라도 이것저것 딴짓을 하게 마련이고, 밥을 먹다가 옷을 입기도 하고 화장을 하면서 양치질도 하고. 한 가지에 온전히 집중하기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랜 시행착오 덕분에 미련할 만큼 우직함을 지니고 있어서 먹고사는 일을 빠르게 그만두거나 때려치우진 않는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다. 이 글을 쓰는 단 15분 동안이라도 이 행위에 몰입하고 싶은데 주변의 거슬리는 것들에 신경 쓰고 있다. 나의 에너지는 이렇게 우수수 흩어지고 있다. 한곳으로 모아 담아도 많지 않을 텐데. 끝이 없는 업무 중이라는 굴레를 핑계로 이것저것 ..
[일상] 파란색 ​ 파란색 얼마 전 레드 벨벳의 ‘빨간 맛’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아이돌 같은 건 내 삶에서 멀어진 지 오래라 주말 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발랄한 여자아이들이 앵두나 딸기 모양의 액세서리를 하고, 빨간색 니트, 하얀 테니스 치마, 하얀 반타이즈 같은 걸 입고 빨간색 포인트 반지도 꼈던 것 같다. 축 처지고 가라앉은 지금의 나와 너무도 다른 모습을 지닌 젊고 밝은 여자아이들의 공연을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보았다. 평소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날따라 젊음과 밝은 에너지를 가진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받은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랑, 빨간색, 흰색 그중 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자주 쓰는 아이디에 ‘blue’가 들어가고 파란 아이템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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