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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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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괴리 ​ 괴리 재미있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나를 반성한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가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말 한마디 잘하지 못해서 관계를 자꾸 어그러트린다. 늘 신경 쓰고 정신 차리려 노력하는데 가끔 그런 실수를 반복한다. 소심한 주제에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어 자꾸 불쑥 솟아오르는 튀는 말, 아니 카톡 대화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와 서로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그런 공간에서 지나치게 돋보이려는 행동은 나란 존재를 더욱 세상과 동떨어지게 만든다. 그럴수록 함께하기 어렵다는 괴리감도 들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 고치지도 못하고. 한없이 자상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외로운 아이. 자꾸 나이는 먹는데 나잇값을 못하는 안타까운 중생. 오늘도 또 한 ..
[일상] 사기꾼 ​ 사기꾼 업무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사람은 대략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다. 남에게 사기를 쳐서 해를 입힐 정도로 과한 사기꾼이라기보다 자신의 업무나 배경 등을 과장하여 적당히 과시하는 정도, 그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 이만큼 잘 하고 있어’를 누군가에게 항상 어필하고 있는 사람들. 드러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마냥 재수 없고 시시하게 느껴지던 그 사람들이 요즘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그런 과시를 가진 사람들은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며, 대체로 돈을 쉽게 벌고, 돈을 다룰 줄 안다. 아니, 그보다는 돈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네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우리 모두가..
[일상] 커피 한 잔 ​ 오늘의 커피 : 빈브라더스 벨벳 화이트 아이돌 레드벨벳을 알고있기 때문인지, 하얀 신부 드레스 모습을 가진 빈브라더스의 시그니처 원두 벨벳 화이트를 화이트 벨벳으로 기억하다가 다시 찾아보니 벨벳 화이트. 벨벳 화이트나 화이트 벨벳이나, 자꾸 반복하니까 헷갈린다. 그거나 그거나. 라테와 어울리는 향과 맛이라던데, 적당한 아메리카노도 괜찮았다. 한동안 몸의 기운이 마비되어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각성제로만 이용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냉동실에 있던 원두를 꺼내어 쓱쓱 갈았다. 이 아이를 11월 초에 사 왔으니 벌써 반년 전이다. 반년 만에 세상에 나온 빈브라더스의 원두는 예전에도 느꼈지만 보통 알고 있는 크기에 비교해 작고 밝은 갈색을 띤다. 원두의 모양과 색이 맛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더 ..
[일상] 적당히 ​ ​ 적당히 오랜만에 대학 2학년 시절 한학기를 함께 보낸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자유로운 영혼이던 그 선배는 쓸쓸하고 우울한, 우수에 잠긴 표정으로 도덕 선생님 같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했으니 우리보다 4학번이 높았던 선배의 눈에 우리가 얼마나 아이 같았을까, 선배가 우리에게 조언하던 말투, 그걸 놀리던 동기의 말투, 함께한 순간은 짧았지만, 행복하고 재미있던 시절의 기억이다. 세월이 지나며 나이가 든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부쩍 나이 드는 것을 몸과 마음이 거부하고 있다. 자꾸 실수하고 놓치고 깜박하고. 적당히 하자. 기억이든 일이든 스트레스든 그게 뭐든 적당히
[일상] 미완 2 ​ 미완 “언니도 이제 늙었다.” 그녀는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국회도서관이 내 집인 듯 주말마다 출석하며 학구열을 불태우던 그녀는 어디에.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며 100일 계획을 세우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피부 유지의 비결을 물을 때 ‘물 많이 마시고 잠 푹 자면 되.’ 라고 말하던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sk-2 피테라 에센스 같은 고가의 화장품과 매일 한 장씩 붙이는 팩 없이는 피부를 유지할 수 없다. 요즘 들어 부쩍 모공도 커지고 있다. 폭삭이란 말이 어울릴만큼 갑자기 ‘폭삭’ 늙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아직 괜찮은 나이인데. 또래보다 더 많은 업무에 짓눌리거나, 가정을 돌보거나 애를 키우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몸 하나 ..
[일상] 미완 ​ 미완 뭔가 깔끔한 끝맺음을 하고 싶은데 요즘의 나는 끝이 없는 굴레를 돌고 있다. 주말 동안 방 정리를 하려 마음먹었지만, 으슬으슬 찾아오는 몸살 기운으로 일찍 잠을 청해 다음 주로 미뤄졌고, 지난주까지 마감하려 했던 업무 자료도 끝을 맺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매일 할 수 있는 만큼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다음으로 넘겨버리는 이상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데, 끝내고 싶은 의지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의지가 더 큰가 보다. 출근길 해야 할 일들 산더미 ‘투두리스트’를 떠올리며 곧바로 적어두는데 업무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면 아무런 정리도 하지 못한 채 멍하게 퍼져있다가 정신만 챙겨 퇴근한다. 업무뿐 아니라 일상도 미완의 연속이지만 그나마 서평단 활동은 책 한 권을 다 읽고 느낌을 쓰고 완료 표시를 한다. 밑..
[일상] 3월 ​ 3월 매년 3월이 되면 끝도 없는 쓸쓸함을 주체하지 못해 마음이 아픈 시기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해는 봄이 너무 좋다. 너무 멀쩡하게 봄맞이를 하는 내 모습이 어색할 만큼 봄이 편안하다. 아직은 진짜 봄이 찾아온 건 아니니까 쌀쌀하니까, 내게 찾아올 마음의 폭풍 같은 걸 조만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별 일없이 지내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탓에 감정 변화에 무덤덤해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더 우울해지지 않으려 긴장하던 나의 봄이 올해에는 마냥 가라앉지 않아서 다행이다. 3월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동안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던 화장품과 새 옷을 샀다. 유난히 혹독한 겨..
[일상] 기계 ​ 기계 감정 변화 같은 건 애초부터 갖고 있지 않은 기계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억지 감정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발연기, 로봇 연기하던 장수원이 그 자체로 가십거리가 되어 기사화되고 패러디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는데 아예 로봇 사람이 주인공인 ‘보그맘(2017)’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이상함을 경험했다. 발연기인지 원래 그런 듯 아닌 듯 기계 엄마 연기에 충실했던 박한별은 이쁨 그 자체였다. 사실 박한별이니까 가능했던 거지 덜 예쁜 누군가가 로봇 사람을 연기했다면 그만한 재미도 호응도 없었을 거다. 그러고 보니 1998년에 데뷔한 사이버 가수 1호 아담도 있었다. 아담 외에도 여자가수도 있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동건 같은 조각 미남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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