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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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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이지수 옮김. 다산 책방. (2018) ​ [완독 123 / 에세이] 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이지수 옮김. 다산 책방. (2018)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는다. (9) 나쓰메 소세키와 더불어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모리 오가이의 장녀인 모리 마리는 유명한 아버지의 자식으로 자라났지만, 생활력 같은 건 없는 저자는 객관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자신만의 행복 포인트를 찾아 삶을 살아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자신의 삶 속 이야기들을 짧은 글로 써 삶을 이어갔고, 그 기록을 묶어 이 책이 탄생하였다. 매력적인 표지와 삽화, 제목 덕에 제2의 사노 요코를 기대하며 읽어갔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묶은 책이어서 반복된 구절이 많아 읽을수록..
[책 추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놀. (2018) ​ [완독 113 / 에세이]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놀. (2018) 관계의 어려움으로 지끈거리는 요즘, 밀려있는 책 탑 중 먼저 손에 닿은 책이 나를 위로한다. 관계도 일도 책 읽기도 뭐든 목숨 걸고 하지 말자. 관계에 치여 유난히 피곤한 이번 달, 명절 휴일 내내 감기몸살로 헤롱거리다 겨우 힘을 내어 읽어낸 이 책은 보노보노 작가 김신회 님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보노보노처럼 엉뚱 발랄 유쾌한 아우라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나처럼 예민하고 한없이 게으르고(!) 강박증도 있었다. 작가 김신회의 일상을 엿보면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제목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자기 위로했던 나의 9월을 다독였다. 아직 남..
[책 추천] 시크:하다. 조승연. 와이즈베리. (2018) ​ [완독 105 / 인문학, 교양인문학] 시크:하다. 조승연. 와이즈베리. (2018) 15년 전 다녀온 배낭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지만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느꼈던 거만한 영국에 비해 더러운 만큼 자유분방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이 미묘하게 세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색채에 예민한 내게는 그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10년 전 미술관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한 작가님의 초대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고, 특히 와인에 문외한이었다. 몇 가지 와인을 권해주셨지만 쓰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몇몇은 쓰고 떫은 와인들이 굉장히 좋다며 행복해했다. 그곳..
[책 추천] 당신에게 말을 건다. 김영건. 알마. (2017) ​ [완독 101 / 에세이] 당신에게 말을 건다. 김영건. 정희우 그림. 알마. (2017)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23) ‘속초에 있는 3대째 이어지는 서점 이야기’라고 누군가에게 소개받은 이 책의 첫인상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너도나도 책을 쓰는 - 이런 글을 쓰는 나도 원하는 행위 - 지금 출판계 분위기가 좋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의미가 없는 책은 없겠지만 ‘너도 쓰면 나도 쓰겠다’는 생각에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2대째 이어지는 책방 가업을 함께 이어가기를 제안받은 3대 아들이 쓴 이 책은 글쓴이 김영건이라는 한 사람의 적나라한 일상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야기 대부분이 서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3대째 이어오는 지방 서점’, ‘독립서점의 생존’에 대한 관심으로..
[일상] 여행 ​ 손에 닿을듯 말듯, 내 것인듯 아닌듯한 여행 마지막 여행이 언제였던가. 최근 세미나 때문에 2박 3일로 다녀온 부산, 그것도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하긴 지금의 직업으로 살게 된 후부터 일주일 이상 쉬어본 기억이 없다. 설날이나 추석을 포함한 연휴가 있긴 했지만, 그 시기에 바다 건너 멀리 떠난다는 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해 도전하기 어려웠다. 어릴 적엔 몰라서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 남들 다 가는 일본 동남아 같은 유명한 곳만 다녔다. 휴일이 비교적 넉넉하던 시절엔 돈이 없어서 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돈이면..’ 같은 핑계가 발목을 잡았다. 1~2년 전엔 내 집 쇼파 위에 누워 책 보는 게 행복해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은 시간과 체력, 의지가 없다...
[일상] 커피빵과 나비효과 ​ 커피빵과 나비효과 새로 사 온 원두에서 봉긋한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 원두의 온도와 양, 뜸 들이는 방식, 커피 내리는 방식 등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커피를 내렸는데 역시나. 첫 뜸을 들일 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커피빵을 보는 게 이 더운 날 뜨거운 커피 내리는 유일한 즐거움인데, 아쉽게 되었다. 거품이 생기지 않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당일 볶은 새 원두를 사 온 게 아니라 만들어진 지 일주일 된 커피를 사 왔다. 새 원두는 그날 오후에 입고된다는 정보를 이미 들었음에도 맛있는 커피를 빨리 마시고 싶단 욕심에 서둘러 먼 곳을 다녀왔다. 둘째, 그렇게 사 온 원두를 회사 냉동고에 넣어뒀다가 며칠 후에 집으로 챙겨왔다. 약 한 시간 정도 실온에 방치된 ..
[책 리뷰]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휴머니스트. (2018) ​ [완독 86 / 에세이]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휴머니스트. (2018)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개인의 고집은 고요하다. 타인에게서 고집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도 잘 맞는다면 슬며시 동참한다. 작업실에는 주스나 요플레를 먹고 나면 꼭 물로 헹구고 재활용 통에 넣기 전에 부엌 창문 앞에 놓아 물기를 말리는 사람이 있다. 반나절 동안 말린 후 재활용 통에 넣는 모습이 꽤 감명 깊어서 비타민 음료를 먹은 후에 물로 헹궈 같은 자리에 올려두었다. ‘그 고집에 동참합니다.’ 기왕이면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을 키워볼까. (50)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 한 명 정도는 있는 세상이라니, 왜인지 마음이 좀 놓인다. (138) 책을 만들 때 유일한 독자를 ‘나’로 설정해둔다. 내가 아는 이야기, ..
[일상] 지금 이 순간 ​ 지금 이 순간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요가를 한다. 이렇게 정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한 루틴으로 생활하는 지금이 좋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더 많이 갖지 않아도 바로 이 순간, 지금 이대로가 좋다. 커다란 쾌락을 쫓지 않더라도 지금 이만큼의 리듬이 좋다. 좋지 않은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모든 것을 ‘좋다’라고 뭉뚱그릴 수 있을만큼 점점 견고해지는 이대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생각하는대로 꿈꾼다. 바라는대로 이루어질테니 마음과 정신, 행동을 하나의 연장선으로 이어 놓아야한다. 나의 인생을 마음껏 준비하고 즐길 수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즐겁고 감사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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