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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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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인연 이야기. 법정. 문학의 숲.(2009) [2022-14 / 종교. 불교문학] 인연 이야기. 법정. 문학의 숲.(2009) 영원하다는 것은 모두 다 사라지고 높다는 것은 반드시 낮아지며 모인 것은 뿔뿔이 흩어지고 한번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느니라. 무상품(59) 어리석은 자가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마치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 아무리 오래도록 가까이해도 그 진리를 알지 못하네 어진 이가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마치 혀가 음식 맛을 알 수 있듯이 비록 잠깐 동안 가까이하더라도 참다운 진리의 뜻을 아네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자신의 근심을 불러오나니 가벼운 마음으로 악을 짓다가 스스로 무거운 재앙을 불러들이네 착하지 않은 일을 행한 뒤에는 물러나 뉘우치고 슬퍼하며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나니 이 갚음은 지은 업에서 오느니라우암..
[북 리뷰]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위즈덤하우스). (2006) [2022-13 / 종교, 불교문학]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위즈덤하우스). (2006) 말과 침묵(82-83)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지만 마음속으로는 남을 꾸짖는다. 그는 쉼없이 지껄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을 하지만 침묵을 지킨다. 필요 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말이 가진 힘에 대하여 생각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던데 나는 살면서 얼마나 고운 말로 복을 짓고 살았는지,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해야 할 말을 골라 적당히 말할 수 있는 능력, 그런 에너지.. 같은 것을 나도 전달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판할 때도 있다. ..
[북 리뷰] 무소유. 법정. 범우사. (1999) [2022-08 / 에세이, 불교] 무소유. 법정. 범우사. (1999)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 버린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본래무일물(122) ‘무소유는 곧 법정 스님’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낼 만큼 법정 스님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 무소유를 읽었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10여 년 전에 분명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건데 전혀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책에 몰입할 수 없던 그 시절의 안쓰러운 내가 느껴졌다. 이전에 읽은 두 권, 홀로 사는 ..
[북 리뷰]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문학의 숲. (2008) [2022-04 / 에세이, 명사에세이]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문학의 숲. (2008) 좋은 책을 읽으면 그 좋은 책의 내용이 나 자신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때 문자의 향기와 서권의 기상이 내 안에서 움트고 자란다. (239) 임인년 입춘을 맞이하는 오늘의 내게 좋은 책은 법정 스님의 책이다. 지난겨울 혼란스럽게 요동치는 정신과 마음을 다잡기 위한 동아줄이 간절히 필요했는데, 그때 문득 법정 스님이 떠올랐다. 스님의 책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었고,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스님의 책 몇 권을 샀다. 그중 첫 번째로 읽게 된 ‘아름다운 마무리’는 ‘홀로 사는 즐거움’ 이후 4년 만에 세상에 나온 책이자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이기도 하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
[책 추천]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캐서린 메이. 이유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1) [2022-02 / 에세이]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캐서린 메이. 이유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1) 유튜브 알고리즘이 ‘아는 변호사’님의 독서 리뷰 영상으로 이끌어 ‘윈터링’이라는 단어에 꽂혀 책을 샀다. 에너지를 최고치로 끌어쓰다가 매년 연말쯤이 되면 번아웃을 경험하는 나이기에, 겨울을 잘 보내야 내년 봄을 수월하게 맞이할 수 있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사들인 12월 즈음에는 슬금슬금 읽었다. 내가 불행하지 않고 평온할 때는 남의 슬픔 같은 게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기 마련이다. 저자와 나의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나와 비슷한 나이인데 경험을 토대로 글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구나.’ ‘글에 내공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연말이 되어 갑작스럽..
[북 리뷰]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하현. 비에이블. (2021) [2021-26/에세이]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하현. 비에이블. (2021) 기억은 왜곡된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던 날 스치듯 찾아낸 이 책은 그림인 듯 사진 같은 책표지, 단번에 기억날 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여운이 남는 제목, 평범하지 않은 저자 이름까지. 모든 것이 그날의 기운과 맞아떨어져 다시 떠올리고 싶은 책으로 남았다. 기억을 끄집어내어 다시 만난 이 책,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괜찮은 에세이집이다. 좋은 에세이의 기준이 무언지, 에세이 따위를 왜 읽는 건지, 모르는 사람의 일상이 왜 궁금한 건지,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선택한 기준이나 의미를 설명할 수 없어 떳떳하게 취향을 밝히지 못하던 내가 에세이를 썼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일기와 닮아있는 ..
[북 리뷰]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김명남 옮김. 바다출판사. (2020) [2020-32/에세이]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김명남 옮김. 바다출판사. (2020)요즘 나는 좋은 날일 때도 있고, 나쁜 날일 때도 있고, 그저 그런 날일 때도 있다. 그리고 아마도 최고의 날은 어떤 날인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날일 것이다. 내가 음식을 결정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몇 시간 넘게 굶주린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음식이나 몸무게를 절대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둘 다를 무척 의식하면서 산다. 내가 음식에 대해서 완벽하게 '정상'이 되는 날이 오기나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정상이라는 것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면, 오늘날의 이 문화에서 완벽하게 '정상'인 여성이 한 명이..
[북 리뷰] 책 대 담배. 조지 오웰. 강문순 옮김. 민음사. (2020) [2020-14/에세이] 책 대 담배. 조지 오웰. 강문순 옮김. 민음사. (2020) 3년 전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난해했고, 재미없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고전이나 스테디셀러 문학 작품을 도전하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읽기 어려운 그때마다 사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코로나로부터 정상적인 업무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지 8주째이다. 처음엔 두려웠고,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로 스트레스받았지만, 지금은 견딜만하다. 돈만 없을 뿐 내 생활 리듬은 그럭저럭 적응되어 괜찮다. 이 시기에 우연히 ‘책 대 담배’ 신간 소식을 접했다. 제목부터 끌림이 느껴졌다. 몇 번을 도전했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는 조지 오웰의 에세이라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 시기에 도전해볼 만한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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