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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11.02 11:39



독립운동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울컥 터져 나오는 감정과 눈물 덕분에 전생에 유관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19세기 말 유럽에 살았다면 맛 좋은 커피에 흠뻑 취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을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19세기 파리, 담배와 커피향 자욱한 밤거리를 거닐고 싶다. 고흐의 그림 ‘아를르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 같은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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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9.19 11:26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대중적인 대형 프랜차이즈 말고, 조금 독특하거나 특별한 맛으로 차별화하여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테라로사, 테일러 커피, 빈브라더스 같은 중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외에도 크고 작은 로스팅 전문점이 전국에 아주 많다는 사실을 작년 2017 서울 카페 쇼에 방문하면서 알게 되었다. 커피를 사랑하는 인구가 생각보다 많았고 정말 다양한 원두와 커피머신, 그 외 음료나 디저트 등 커피 시장이 광대함을 느꼈다. 전국, 세계 방방곡곡에 위치한 맛 좋은 카페를 찾으며 취향과 취미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커피밥’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커피밥은 로스팅 전문점으로 커피 전문점에 원두를 납품하고 있는 카페다. 사람 키만 한 로스팅 기계가 커피숍 옆 별도의 공간에 자리하고 있을 만큼 원두에 대해서는 꽤 자부심 품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원두는 딥블렌딩과 체리블라섬 블렌딩 두 가지로 로스팅된다. 딥블렌딩은 신맛이 거의 없는, 까맣게 많이 볶은 원두이고 체리 블라섬 원두는 붉은 갈색을 띠며 신맛과 여러 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원두이다. 보통 사람들은 신맛의 원두를 좋아하지 않으니 대부분은 딥블렌딩을 원하겠지만 체리블라섬을 골랐다.

오늘 볶은 원두는 실온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 후 3~4일은 지나야 풍미가 더해진다고 했다. 냉동실보다는 실온 보관을 추천해줬는데, 그동안 무조건 냉동실에 원두를 넣어두던 나의 습관이 잘못된 것인지 갸우뚱해졌다. 그렇게 가져온 원두를 바로 다음 날 마셨을 땐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하지만 10 일이 지난 후 마시는 커피는 향과 맛이 일품이었다. 은은하게 새콤하게 퍼지는 향이 좋았다. 평소 신 커피는 맛이 없다고 느꼈는데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 더해진 커피라 그런지 맛도 배가 되었다. 방금 볶아진 신선한 원두가 가장 맛있을 거란 생각을 하곤 했는데, 잘못된 상식이었나 보다. 원두 보관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 후 또다시 찾아간 커피밥에서 원두의 향과 맛을 느끼기 위해 딥블렌딩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택했다. 원두를 선택하지 않으면 딥블렌딩 원두를 기본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체리블라섬 블렌딩도 좋았지만 딥블렌딩도 좋았다. 게다가 금액도 2,5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비싸고 맛 좋은 커피는 넘쳐나지만 싸고 맛좋은 커피는 흔치 않다.

동선이 애매하여 굳이 찾아가야 하는 곳에 있지만,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과 꼭 다시 찾고 싶은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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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9.11 20:44



요즘 즐겨 찾는 카멜 커피는 ‘올어바웃 커피’의 원두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멜의 시그니쳐 커피인 ‘카멜 커피’는 카페 라테 위에 크림이 올려진 달달하면서도 진한 맛이 매력인데, 보통 첨가물(?)이 더해진 커피의 원두는 아메리카노처럼 원두 자체를 즐기기보다 우유 등을 더해야 맛이 배가 된다는 걸 느꼈기에 이름 한 번쯤 들어봄 직한 향이 강하거나 독특한 유명한 원두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검색해본 올어바웃 커피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핸드드립 수업도 하는 원두 로스팅 전문점이었다. 카멜 커피보다 더 맛 좋거나 인지도가 높은진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충분히 커피 전문점의 분위기가 풍겼다.

사실 이곳의 커피가 엄청나고 대단한 맛은 아니고, 교통편도 엄청 불편하지만 그런데도 자주 찾는 이유는 이 공간만의 분위기와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크한 듯 무심한 듯 소품 하나하나에 개성이 느껴진다. 늘 비슷한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커피를 주문하고 홀짝거리는데 이런 여유를 즐겨도 괜찮은 내 삶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정말 좋다.

이 공간처럼 나도 나만의 고유한 매력을 풍기기를. 시시하고 자신 없음 말고 따뜻하고 당당하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그런 느낌, 그런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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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7.16 10:42



커피빵과 나비효과

새로 사 온 원두에서 봉긋한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 원두의 온도와 양, 뜸 들이는 방식, 커피 내리는 방식 등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커피를 내렸는데 역시나. 첫 뜸을 들일 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커피빵을 보는 게 이 더운 날 뜨거운 커피 내리는 유일한 즐거움인데, 아쉽게 되었다.

거품이 생기지 않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당일 볶은 새 원두를 사 온 게 아니라 만들어진 지 일주일 된 커피를 사 왔다. 새 원두는 그날 오후에 입고된다는 정보를 이미 들었음에도 맛있는 커피를 빨리 마시고 싶단 욕심에 서둘러 먼 곳을 다녀왔다.
둘째, 그렇게 사 온 원두를 회사 냉동고에 넣어뒀다가 며칠 후에 집으로 챙겨왔다. 약 한 시간 정도 실온에 방치된 원두 포장 겉면에 몽글몽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온도 변화 덕분에 습기를 먹었다 재냉동되어 커피 맛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약간 걱정되었다.
셋째, 원두 알의 크기가 일정치 않았다. 좋은 원두는 크기가 일정하고 대게 알이 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좋은 원두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기에 나머지 나라에서는 보통이나 저급의 원두를 볶아 최대한의 맛을 낸다는 것.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순 없지만, 마트에서 구입한 저가의 원두의 크기는 정말 작았다.
넷째, 내가 좋아하는 원두의 색이 아니다. 몇 개월 전 빈브라더스에서 원두 샘플러 몇 가지를 사온 적이 있었는데, 내 취향은 짙은 고동색을 띠는 원두였다. ‘화이트 벨벳’ 같은 원두는 밝은 브라운색이었고, 그 원두도 거품이 많이 생기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신선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밝은 빛깔의 원두는 원래 거품이 덜 생기는지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내게는 커피를 대할 때 유난함이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맛을 음미하고 평가한다는 것. 사실 커피 말고도 유난 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이런 헛된 욕심이 나비효과가 되어 더 큰 일을 만든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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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2.04 12:05



각자 잘 삽시다. 가끔씩 옆사람도 보면서

좋아하던 드라마를 보면서 적어둔 글귀.
잘 나가는 지인들의 sns를 보면 자꾸 작아진다. 특히 요즘처럼 자존감이 낮은 시기에는 더더욱. 나도 적당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시기가 되면 자꾸만 작아짐이 반복된다.
이번 봄은 얼마나 활짝 피어나려고 이렇게 혹독한 겨울을 겪는건지 봄이 기대되면서, 잘 살아야겠다. 가끔씩 옆사람도 보면서.




요즘 우유+사과를 갈아먹는 집사람들 덕분에 도깨비방망이의 기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저걸로 적당히 우유거품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여유가 있는 어느 날 오전, 실천으로 옮겨보았다. 적당량의 우유를 넣고 도깨비 방망이를 몇번 눌렀더니 우유가 여기저기 튀다가 결국,, 조금 거품이 생겼다. 생각한 것 처럼 많은 거품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카누 녹인 물에 우유거품낸 것을 부었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맛을 보니 오, 마이 갓. 생각보다 괜찮았다. 카페에서 먹는 따끈한 라테는 아니었지만 몽글몽글 일어난 거품 덕분에 생각보다 부드러운 라테가 되었다. 집에 카누는 없고 드립이나 원두만 있는데, 카누 좀 사다놓아야겠다.
아프고나니 좋은 점은 커피맛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이상 맛 좋은 커피 골라마시느라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괜찮다. 카누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대중 입맛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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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2.02 11:05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 유머


어릴적엔 유머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헛소리만 하는 것 같은 사람,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던 그 사람들이 사실 나보다 한 수 위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원래 유쾌하거나 즐거운 편의 사람은 아닌지라 매사에 신중하고 고요하고 조심스러운 편이다. 매해 겨울이 되면 굉장히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몸이든 마음이든 찢어지게 아프고 나서 봄을 맞이한다. 의도치않았지만 나만의 겨울나기 방법이랄까, 아무튼 올해도 힘겨운 겨울나기 중인데,

문득 유머가 얼마나 삶을 알차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나를 위해 관대하게 대처해왔는가. 적당한 유머로 나를 긴장시키지 않으며 나와 주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가. 유머를 장착하고 있다면 힘든 순간에도 찰라의 기쁨 정도는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남을 위한 적은 몇 번 기억나지만, 나를 위한 유머와 여유는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더욱 못살게 굴었으면 굴었지. 계속 가라앉는 와중에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자꾸 제자리로 돌아와 맥빠지는 요즘. 나를 위한 유머를 선사한 적이 언제였나.

오늘만큼은, 오늘 딱 한 순간만큼은 나를 위해 얼빠진 짓 하나쯤은 허락해주어야겠다. 이 가라앉음을 조금이나마 떠오르게 해줄 것만 같다. 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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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19 11:24


커피와 집착 그 사이 어디쯤.

정해진 루틴과 약간의 일탈이 더해진 삶을 추구하는데 나의 일정한 루틴들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데, 최근 1~2년 사이에 부쩍 나와 가까워진 커피, 이 녀석 덕분에 일상 속 루틴이 흔들리고 있다. 커피와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한 두해 전 정말 맛 좋은 커피를 접하게 된 후 19세기 유럽 사람들 처럼 커피에 중독된 듯 매일 한 잔씩 사색하는 하루가 참 좋았는데.

딱 한 잔 뿐이었다.

매일 아침 내가 나에게 선물하듯 즐긴 건 딱 한 잔뿐이었다.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 커피를 마시며 보내던 시간 덕분에 매일매일 행복했다. 그 잠깐 동안 가질 수 있었던 여유 덕분에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만족스러운 시간도 만 3년을 채우지 못했다. 세 달 정도 아프고 난 후, 커피를 즐기지 않던 3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손이 떨리고 어지럽다. 무엇보다도 향과 맛으로 채워지던 만족감이 사라졌다. 아무런 감흥이 없다. 이렇게 점점 더 커피와 멀어지게 될지, 다시 가까워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멀어진 건 확실하다. 분명한 건 커피 요 녀석이 내 인생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하다.

나의 루틴이 깨져버린 이 순간,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는 커피에게 집착하며 고민하고 있다.


집착의 연속이던 내 인생, 이렇게 커피에 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본다. 되돌아오지 않는 강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고민하고 방황한다. 이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나, 매 순간 반복되는 모습이 어쩌면 이것 또한 내 삶의 루틴인지도 모르겠다. 쳇바퀴 도는 게 인생의 모습인건가.

커피든 뭐든 나를 들뜨게 할 무언가를 다시 찾고 싶다.
아주 조금이라도 떠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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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15 11:11

P.111
어른이 되면 그냥 놀라기가 어렵다. 나는 그때 온갖 사람의 마음에 놀라는 '마음'전문가인 선생의 넓고 깊은 인격에 충격을 받았다.
P.112
언젠가 선생과 대담을 나누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남자가 뒤로 물러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건 사노 씨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에요. 모두 진실을 싫어해요. 진실은 말하면 안 돼요."
왠지 무척 부끄러웠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웠다.

문제가있습니다. 사노 요코, 샘터 (2017)



어제는 무슨 용기로 전기장판을 켜지 않았다. 잠결에 더워서 이불을 자주 걷어찼던 기억이 나서 전기장판 없이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냥 잠을 청했지만, 오산이었다. 새벽녘에 너무 추워 다시 스위치를 켰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오들오들 찬 기운이 맴돈다.

추위에 무척 약한 나는 겨울이 되면 미리 대비를 많이 한다. 내복은 필수,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캐시미어 울 니트와 패딩 조끼도 몇 벌이 있다.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 유난 떤다 싶을 정도로 많이 껴입는다. 그러지 않으면 바로 감기에 걸리기 때문이다. 운동과 보약, 청소,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대비를 해도 늘 감기에 걸려서 알아서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몸이 아프면 덩달아 마음도 기운이 빠진다. 돌이켜보면 겨울철에 건강한 기억이 거의 없다. 무리해서 뭔가를 하거나 푹 쉬어도 매년 겨울은 늘 아팠다. 올해도 마찬가지고.

몸이 아픈 게 진짜인지, 마음이 아픈 게 진짠지 가끔 잘 모르겠다. 이곳이 아닌 따듯한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가도 그런다고 나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가라앉게 만든다. 일단은 내가 살아야 하니까, 오늘은 좀 가라앉아 있어야겠다. 다시는 한겨울에 전기장판 켜지 않고 잠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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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12 11:23

2년 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면서부터 커피맛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크레마가 무엇인지, 산미는 무엇인지, 싱싱한 원두를 바로 갈고 내리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알게 되면서 스타벅스나 카누, 맥심 같은 국민 커피와 멀어지게 되었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정말 좋은 걸 마시고 싶어서 비싸도 커피 자부심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무슨 커피 비평가인 양 커피 맛을 평가하고 순위 매기며 ‘더 맛 좋은’ 커피를 찾아다녔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과거 이야기이다.

몸이 많이 상했다가 다시 기운차리고 있는 요즘, 한동안 저만치에 치워두었던 커피를 다시 꺼내어 조금씩 마시는 중인데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맛없게 느껴졌던, 개성 없이 쓴맛이 싸구려처럼 느껴지던 카누와 맥심이 거슬리지 않았다. 향과 신선도가 느껴지지 않던,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이름 모를 회사의 커피 드립백이 그럭저럭 마실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 아침 원두를 꺼내어 핸드밀에 갈고 핸드드립으로 내리던 그 과정이 귀찮아졌다. 매일 원두를 가는 그 일을 즐겼고, 행복감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전혀 그립지가 않다.

집착

아마도 나는 커피에 집착이란 걸 더하고 있었나 보다. 교토 여행에서 마셨던 그 기분을 꼭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내 감각이 옳다는 집착과 내 돈으로 내가 사 마신다는 이유로 다른 것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년 전 그 맛과 기분이 정답인듯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머릿속 많은 것들이 지워지면서 커피도 사라졌다. 감사하게도 커피에 대한 집착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저 따듯한 물 한 잔 이라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나의 공간에서 마신다면 그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이제 알게 되었다.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던 그 사소한 순간들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적어도 커피에 대해서는. 1도 모르면서 나 혼자 다 아는 척 평가하고 심판했던 모습이 우습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나의 천성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후천적으로 미식가는 아니다. 커피 역시 그랬다. 분위기와 습관으로 마시는 것이지 엄청난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삐딱하던 내 모습을 알아가는 게 좋다. 이렇게 조금씩 꼰대가 되고 늙어가는 내 모습이 나쁘지 않다.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해야 할 것이 그만큼 남아있다는 것도 좋고.

오늘 아침도 커피 한 잔으로 한가득 딴 생각을 풀어낼 수 있어서 이 소중한 시간이 참 좋다. 딱 그만큼이다.

내게 커피는 딱 그만큼 감사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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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