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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84/ 소설, 한국소설]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 김대현. 다산책방. (2018)





부조리가 가득한 대한민국을 비판하며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세워진 아로니아 공화국.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탓에 노무현이며 박정희며 중앙정보부며 들어봄 직한 역사적 인물과 함께 들어본 적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해 이게 사실인지,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 속 이야기인지 헷갈리며 소설의 흐름을 쫓아가면서 조금은 엉뚱하고 재미있는 작가의 상상력 덕에 재미있는 세상을 구경했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판타지 세상과 비교할 순 없지만 진짜인 듯 아닌 듯 딱 10년 후 미래의 모습을 그린 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언제나 살았고 어디서나 살았던 사람은 국가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산다. 세상의 사람은 영원하고, 사람이 만든 국가는 영원하지 않았다. 지나온 세상의 역사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원하지도 않을 국가를 영원하다고 믿는 것은 헛되고 터무니없는 아집이다. 사람과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추잡하고 초라하고 조잡스러우며 너절하고 파렴치하고 무능력한 국가가 왜 필요한가? (412)


돌이켜보면 다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서 죽는 날까지 무르거나 되돌릴 수 없는 맹세는 결코 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다고 무조건 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멍청하게도 그날 나는 다짐과 맹세의 엄중한 의미를 정말로 몰랐다.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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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83 / 인문학, 서양철학] 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강주헌 옮김. 나무생각. (2018)

십 년 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공감하고 사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던 몽롱한 그 글귀들을 읽고 감동하고 친구들에게 권할 만큼 그 책의 기운이 좋았다. 그리고 올해 에리히 프롬의 신작을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 시대의 도덕적 문제는 자신에 대한 무관심이다. (357)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자기를 위한 인간’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후속작(본능과 신과 권위로부터 더욱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다. 심리학, 윤리학, 철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이 골고루 섞여 있어 이 책의 장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인문학’책이라는 것.

학창시절 ‘윤리’ 과목은 수많은 학자의 이름과 비슷한 사상을 그저 외워야 했던 괴로운 과목이었다. 에리히 프롬에 대한 애정 덕분인지 ‘자기를 위한 인간’ 속 등장하는 스피노자, 스토아학파, 니체, 괴테 등 수많은 학자가 반가웠고 좋았다.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모두 그럴듯하지만 알쏭달쏭한 부분이 있다. 현실의 문제나 고민거리를 인간의 삶으로 해결하려는 방식과 논리적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 이 두 가지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빈과 그의 둘째 형의 갈등처럼 내 삶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적으로 정리할 수 없으니 명확하게 ‘이것이다’라고 정의할 순 없지만, 그래서 더욱 다양한 함의를 지니고 있고 더욱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철학책이자 윤리, 정신분석, 사회학을 담은 이 책이 좋았다.

나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나의 존재와 가치를 돌이켜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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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82 / 인문학, 서양철학]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하노 벡, 알로이스 프린츠. 배명자 옮김. 다산초당. (2018)

경제학자가 논하는 행복이라니, 왠지 끌리지 않았지만 궁금했다. 경제와 행복을 연관 지어 ‘부자가 되는 법’ 따위를 이야기하진 않을까? 부와 행복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책장을 넘겼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연구한 전문가에게서 풍기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경제학자로 살아오는 동안 경제학자의 눈으로 분석한 인간의 삶
행복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전공이 아닌, 관심 있는 분야를 전공 분야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파헤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경제학자로서 경제 현상을 분석하듯 행복을 만드는 요소들을 객관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다루며 분석하고 연관 지었다.

행복은 한 가지 방법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다소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에우다이모니아 그러니까 삶의 만족감을 얻으려면 우리는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별함, 바로 이성을 완성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마티유 리카르처럼 정신을 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밤낮으로 정신을 훈련하고 난 다음에야 오로지 바르게 살 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27)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은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다. (60)

함께 식탁에 앉아 있을 시간을 내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을 나누는 기쁨을 누려라. 식사는 사회적 활동이다. 그것을 즐겨라. (139)

행복에 도움이 되는 소비와 지출방법을 배워야 한다. 돈을 쓰는 것도 기술이다. 우리가 지출하는 모든 돈이, 우리가 간절히 소망하는 행복감을 주는 건 아니다. (153)

중년의 위기는 의미를 묻는 질문, 스트레스, 공허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새 옷, 새 배우자, 새 직장, 새 종교 무엇으로든 인생은 변하고 의미를 묻는 질문에 새로운 답을 찾는다. 중년의 위기는 확실히 존재한다. 인생의 중간쯤인 약 40세와 50세 사이에 행복감이 추락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추세는 거의 변함이 없고, 한 국가의 경제발달수준이나 문화와 무관하다. 예를 들어 미국 자료에서 38만 명 이상이 중년의 위기 증상을 보였다. 이때 분노, 슬픔, 스트레스, 근심 같은 감정도 포함하여 분석했다. (210)


삶에 초연해지는 6단계 (237)
1단계 : 숨을 크게 들이쉬어라. 조용히 앉아 차를 마셔라.
2단계 : 말은 말일뿐 현실이 아님을 늘 명심하자.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실제 내용보다 이야기된 방식을 더 중시한다. 그러니 싸우지 말고 도발을 그냥 무시해버려라. 원하든 원치 않든, 어차피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3단계 :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의 힘을 믿자.
4단계 : 가치관 리셋하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초연해지는 길은 과도한 흥분이 아니라 냉정함에 있다.
5단계 :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하자.
6단계 : 다른 사람의 지지를 찾아라.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서로 지지해 주면 웬만한 불행은 다 이겨낼 수 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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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42/ 인문] 나의 카프카. 막스 브로트. 편영수 옮김. 솔출판사.

책 읽는 행위를 즐기지만, 고전은 두려운 존재였다. 어릴 적 읽었던 ‘데미안’은 우리말이지만 읽어낼 수 없어 좌절하게 했고, 그 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고전은 지난해 말 읽었던 카프카의 ‘변신’이 유일하다. 심오하고 오묘했지만 ‘나 같은 초보자도 읽을 수 있다’라는 용기 같은 게 생겼고, 그때 생긴 카프카에 관한 관심으로 무겁고 두꺼운 이 책에 관심 두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두께에 비교해 무겁거나 거창하지 않았다. 번역체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가 거의 없기에 두께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면 ‘카프카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 안에 사랑이 없다면, 바로 내 안에 사랑이 없다는 것 때문에 내가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레프 톨스토이, 일기, 1896년 11월 (364)


‘나의 카프카’는 저자이자 친구인 막스 브로트가 바라보는 ‘친구’이자 ‘작가’로서의 ‘카프카’일 수 있고, 옮긴 이인 편영수 님이 바라보는 ‘카프카’일 수도 있고, 이 책에 등장하는 -편지를 주고받았던 수많은- 카프카 지인들이 기억하는 ‘카프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카프카의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분석해낸 ‘카프카’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의 관계 속에서 재조명된 ‘나의 카프카’. 세상에 보여진 작품만으로 읽어낼 수 없는 인생과 사상, 삶을 대하는 방식들.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책 한 권으로 묶어냈다.

주고받은 편지로서 알 수 있는 그의 인생, 학자들의 연구로서 드러나는 여러 견해와 오해들, 카프카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어떤 것들. 카프카의 모든 것을 담아낸 이 책은 어떤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가 없다. 비판적이며 비관적인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그의 인생만으로 작품을 그려내기도 어렵다. 짧지만 치열하게 살다 간 한 사람과 그를 연구한 사람들의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톨스토이보다 총명에서, 논리에서 천 배 뛰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 논리는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 전체의 문제, 마음의 문제이다. (399)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의 동반자였던 막스 브로트에 의해 치밀하게 연구되었고, 그 결과물로 ‘카프카’라는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어낸 ‘나의 카프카’는 원서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재미있었다. 아마도 번역의 힘일 것이다. 독일 현대 문학(카프카 문학) 전공자이며, 카프카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이미 출간한 바 있는 번역자 편영수 님의 노고를 느낄 수 있는 이 책. 막스 브로트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믿을 만큼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 선한 영향력을 믿고 평온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던 한 남자의 안타깝고 짧은 인생을 지켜보았다.

카프카의 작품이라곤 하나밖에 읽지 않은 내가 카프카 소설에 대한 비평을 제대로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예술가 같고 성인 같은 한 사람의 마음과 그를 되새기려는 또 한 사람의 마음은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을 좀 더 치열하게 감사하며 살기로 다짐했다.




카프카는 애정과 정밀함을 갖고 개별적인 것, 눈에 띄지 않는 것의 근원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결코 알아차리지 못했던, 기이하게 보이지만 오로지 진실한 사물들이 나타났다. 따라서 도덕적 책무, 삶이라는 사실, 여행, 예술작품, 정치 운동에 대한 그의 견해는 결코 기이하지 않고, 단지 아주 정확하고, 날카롭고, 올바르고 그 결과 일상의 언어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결과 꽤 자주 우리가 ‘실용적인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78)

순수한 사람이 순수하지 않은 것에 손을 댈 수 없었다는 사실은 순수한 사람의 강점이기도 하고 약점이기도 하다. 강점인 이유는 자신과 절대자 사이의 간격을 철저하게 느끼는 것, 끝까지 느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간격은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 약점이다. 따라서 순수한 사람의 강점은 그가 속임수를 써서 절대자와의 간격을 없애버리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에서, 그가 자신의 약점을 천 배의 확대경을 통해 솔직하게 과장하는 것에서 표현될 수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강점과 약점이, 상승과 하강이 아주 특수한 방법으로 서로 스며든다. (191)

세상이 어떠하든 나는 원시적인 상태에 머무를 것이다. 나는 원시적인 상태를 세상의 판단에 따라 바꿀 생각이 없다. 이 말이 들리는 바로 그 순간에 전 존재 안에서 변신이 일어난다. 그 말이 발언될 때, 마치 동화에서처럼 백 년 동안 마술에 걸렸던 성이 열리고, 모든 것은 생명을 얻는다. 그렇게 존재는 온통 주목을 받는다. (247)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선을 위한 투쟁을 하려는 사상가로서 카프카 입장의 핵심, 최선이며 본질적인 것을 형성한다. (248)

“인간은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파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 없이는 살 수 없다.” (...) “믿음은 자신 안에 있는 파괴할 수 없는 것을 해방하는 것, 혹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을 해방하는 것, 혹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파괴할 수 없게 존재하는 것, 혹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존재하는 것이다.” (378)


“공동체에서 고립되지 마라.” (...) 카프카가 되풀이해서 자의든, 자신의 잘못이 아니든, 상황에 굴복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공동체에서 고립된 인물을 묘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벌레로 변신하는 것이 그러한 설명할 수 없고 불행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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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9 / 사회과학]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 떠돌이 세입자를 위한 안내서. 한국여성민우회. 후마니타스.

월세와 전세 때문에 떠돌 수밖에 없는 20~30대 세입자를 위한 책. 사전 준비, 방을 구하고, 살고, 계약 만료까지 초보 세입자로서 어리숙한
부분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선배 세입자들의 실제 사례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수년 전 비교적 괜찮은 집에 살고 있었지만, 계약만료 시 사정상 6개월 전 집을 비웠던 적이 있었다. 나의 사정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2~3개월 후쯤 아직 내가 계약 중인, 그 빈집엘 가보니 누군가 살고 있었다. 집주인은 이중계약을 맺고 있었으면서 내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런 일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그동안의 월세를 제외한 남은 보증금만을 돌려받고 상황을 마무리했다. 물어볼 곳이 없어 인터넷을 찾아 몇몇 부동산 전문가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돈도 안 되는데 설명하기 귀찮았겠지. 아무튼, 이 책을 그 시절 알았더라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나의 무지를 반성하며 이런 책을 이제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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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명령은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할 때 취하는 절차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라 할지라도 이미 다음 집을 계약한 상태라 꼭 이사를 가야 할 경우에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이사를 할 때 하는 ‘임대차등기’와 달리, 임차권등기명령은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따라서 집주인에게 통지할 필요도 없다. 또 세입자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재된 후에는 월세 지급 의무가 없어지고,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내용증명)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135)

더럽고 치사하니까 부자가 되고 말지, 싶은 심정으로 돈 벌고 있지만, 부자는 아무나 하나? 개미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는 없으니 똑똑한 세입자라도 되어야지. 지금 당장 이사 계획이 있다면, 목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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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3/ 사회과학] 나르시시스트 리더. 배르벨 바르데츠키. 이지혜 옮김. 와이즈베리.



늘 잘난 척을 하고, 자신의 업적을 뽐내고 싶어 하며,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타인보다 한발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닌 경쟁적인 사람. ‘거만하다, 재수 없다’는 다양하고도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

출처) 정신의학신문 : 신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들.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이 특성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닌 것, 숨기고 싶은 치부가 아닐까. 누구나 조금씩 지니고 있지만 과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부정적인 방향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혹은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36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 미국과 독일에서의 연구 활동을 통해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결국 '나르시시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혔다. 현재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조직과 사회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책 소개 참고)


자아존중감이 강한 사람은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지지하고 다독이며 위로할 줄 안다. 이들은 또한 믿음직스러운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다만 이들에게도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은 중요하다. 애정 어린 관심과 존중, 소속감이 결핍되면 위축되고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 반면에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끊임없이 타인에게 인정과 확인을 받으려 하며, 이에 집착한다. (20)


내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하며 책을 읽었지만, 숨기고 싶은 나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는 나르시시즘. 건강하지 않은 나의 자아가 활동할 때 드러나는 모습을 들킨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어 설명한다. 안하무인식 태도에서 비치는 모습, 불편하고 거북하지만 미국이 아닌 내 주변에도 존재하는 이런 사람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을 지닌 탓에 자아상을 확인받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과 경탄을 얻으려 든다. 또한 기분이 쉽게 상하는 탓에 상대방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든지 하는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심사가 뒤틀린다. 이를 자신에 대한 비하나 비판이라 여기고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내적 균형을 되찾는 일,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불편한 기분을 표현하는 일에 전혀 소질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거나 파멸시키려 든다. (121)
‘나르시시스트’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개인적 경험을 가진 특정한 개인이 있을 뿐이다. (15)



짐바르도는 '평범한' 사람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루시퍼 효과'라 불렀다. (128)
짐바르도는 악이 싹틀 수 있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빈곤, 양육 과정에서의 애정결핍, 폭력의 체험, 비인간화, 전쟁, 고문, 집단학살, 여성 인신매매, 냉담함. 악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나 사소한 사실 왜곡, 정의에 대한 부정같이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된다. (130)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트럼프’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읽는 내내 KBS 드라마 ‘흑기사’ 속 주인공, ‘서린’이 떠올랐다. 그녀의 어떤 경험이 그녀를 악녀로 만든 것일까, 드라마가 종영된 지금 드라마가 끝난 아쉬움보다는 서린에 대한 연민이 마음에 남는다.


출처) kbs 드라마 '흑기사' 중 서린의 의자. 이 책의 표지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밝혀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우리가 존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미셸 푸코(185)

인간의 심리와 사회 문제를 냉철하게 비판하는 시선, 그리고 독일 여성이 지닌 분석적인 문체 등이 오버랩되어 수개월 전 읽었던 '혐오 사회'가 떠올랐다.


https://blog.naver.com/flowerdog314/221063910877


독일인만이 지닌 냉철한 분석력과 비평력이 부럽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갖지 못하는 무기 같은 것.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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