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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에세이] 마흔의 서재. 장석주. 프시케의 숲. (2020)


<마흔의 서재>는 물안개 자욱한 새벽 마당을 가로질러 서재로 나가 써 내려간 그 시절의 조촐한 마음을 담은 책이다. 그때 찾아 읽은 책과 나를 품었던 서재는 나의 피난처이자 은신처였다. 갈매나무 한 그루 품지 못한 채 마흔에 불시착한 이들에게 나침반 같은 책이기를 바랐다.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날의 꿈을 기획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랐다. 미망과 의혹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깨어 있을 땐 숨결을 가지런하게 하고 밤에는 작은 꿈들을 꾸며 고요하게 살기. (7)-작가 서문 중에서


2012년 한빛비즈에서 출간한 동명의 책 ‘마흔의 서재’가 출판 계약의 법적 시한을 다 채운 2020년 1월 프시케의 숲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저자 장석주가 마흔이던 시절 읽고 쓰고 느낀 것들을 엮은 이 책은 어떠한 울림을 주었길래 8년 만에 또다시 나오게 되었을까. 출간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베스트셀러에 속해있다.


‘마흔의 서재’는 장석주가 마흔을 맞이하며 읽은 책을 소개하고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책 속 소개되는 저자가 읽어낸 수많은 훌륭한 책 보다 저자의 생각에 더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목차-

제2장 삶의 갈림길마다 책이 있다.
제3장 이전과는 다른 생이 기다린다.
제4장 넓어지지 말고, 깊어지는 삶을


성인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면 좋은 스승님을 만나기가 어렵다. 물론 학창 시절에도 좋은 스승님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지만,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더하다. 생계를 살다 보면 그저 살아가기에도 급급하고, 점점 여유가 없어지는데 마흔이 아마 그 중턱쯔음 되나 보다.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이룬 건 없고, 돈을 좇으며 살아온 건 아니니까 적은 게 당연한데 남과 비교하게 되고, 방향을 잃으니 더욱 혼란스러운 시기가 바로 마흔인가 보다. 나의 마흔은 남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아왔나 허무해진다.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보지만, 그동안 마음먹은 대로 살아왔던 건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무튼 마흔이라는 새로운 성장통을 맞이하게 되어 힘겨운 사람들에게 나침반 같은 스승님이 되어줄 책이다.


저자는 마흔 시절에 이 책을 쓸 만큼 단단하고 야무진 사람인데 나의 마흔은 여전히 아직도 어설프다. 마흔쯤이 되면 남들처럼 어른처럼 살 줄 알았는데 나의 마흔은 그렇지 못하다. 얄궂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업무가 휘청거려 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지만, 다시금 정신을 붙잡고 나아가야겠다.

——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은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심리적 피난처”를 찾는 일이다. 대개 작가나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스스로 고립의 환경을 찾아내 고독을 추구한다. 이때 고독은 “위안과 새로운 활력, 내적 평온”이라는 선물을 준다. 명상, 휴식, 기도와 같은 활동도 고독을 동반한다. 이때 고독은 일상의 번잡함에 매여 지친 영혼을 달래고 내적인 여유와 평화를 가져다준다. (74)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비상의 가장 단순한 사실-즉 먹이를 찾아 해안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방법 이상의 것을 배우려고 마음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갈매기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었다. 어떤 것보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나는 것을 사랑했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129)

비가 내리는 풍경에 무심한 눈길을 주고 있는 이 순간, 그 순간들이 바로 삶이라는 꽃이 피어 있는 순간이다. ‘나’란 존재는 바로 이 순간의 순수의식 그 자체이다. 이 순간밖에 없는 삶은 없다. 산다는 것은 바로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178)

나는 삶을 소유할 수 없다. 삶 그 자체가 바로 나이고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180)


——
장석주와 연관된 책을 5권이나 읽었다. 옛 기록을 찾아보니 내가 만난 장석주의 책은 모두 좋았다. ‘마흔’이라는 제목에 끌려 손이 간 줄 알았는데 역시 장석주의 글이어서 더욱 마음이 기울었나 보다.

1. 은유의 힘. 장석주. 다산책방. (2017)
2.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장석주. 박연준. 난다 출판사.(2018)
3. 게으름의 즐거움. 피에르 쌍소 외 지음. 함유선 옮김. 호미 출판사. (2003)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장석주 쓰고 엮음. 추수밭 출판사. (2015)
5. 정원으로 가는 길. 질 클레망. 이재형 옮김. 홍시 출판사. (2012)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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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63 / 에세이]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장석주 쓰고 엮음. 추수밭출판사. (2015)

장석주 님의 3번째 책.
짧고 간단한 글모음 집에 대한 리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른 바쁜 일에 쫓겨 잊고 있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몇 권(휴식, 게으름의 즐거움)은 이 책에서 그 존재를 알고, 마음에 들어 다시 찾아 읽게 된 거니, 내게 긍정의 영향을 끼친 책이기도 하기에 한두 달 지난 지금에서야 리뷰를 쓴다.

평소 머리를 ‘아주’ 많이 굴리는 ‘정신과 감정 노동자’로서 단순하게 손으로만 읽는 이런 책을 편안하게 읽곤 하지만 가끔은 이 책처럼 마음을 울리는 책도 좋다.


장석주 님이 고른 ‘필사하기 좋은 멋진 문장’을 읽으며 장석주라는 사람이 보였다.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나에 대한 부정으로 가득 찼던 이십 대 시절, 후끈한 감성을 가진 이들을 철이 없다고 여겼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살아야 함을 알아가는 요즘, 나의 세상이 다시 보인다. 한없이 부정하던 그들의 감성과 생활을 인정하게 되었고, 철이 없던 작은 내가 보인다.

이성과 감정의 어느 중간쯤에 머물러있는 나는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지만, 둘 다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이런 마음으로 읽는 시인 장석주가 좋고, 그의 글이 좋고, 그가 추천한 책이 좋다.

이렇게 조금씩 나를 알아가면서 늙어가는 게 인생이려나.
그렇다면 이런 내 인생을 사랑해야겠다.
이런 내 모습을 인정해야겠다.


샛길로 새버렸지만,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은 가볍게, 따뜻하게, 편안하게 읽기에 좋았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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