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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7 / 인문학, 교양인문학] 인생 직업. 인생학교 지음. 이지연 옮김. 와이즈베리. (2018)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10여 년 전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와이즈베리에서 ‘new’ 인생 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쌤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성인이 되었으니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왕 일하는 것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 직업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지 못한 나의 무지와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있을 뿐,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오랜 역사를 간접경험 해보니 이런 걸 사회 초년생 때 읽었다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하는 ‘취업특강’이나 ‘진로 교육’은 선후배들의 대화로 전공 관련 직업을 간접 경험하거나, 성격이나 성향 테스트로 나와 맞는 직업을 추천받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인생 직업’이라는 개념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쓰여 직업을 선택하기 전 여러모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책은 책일 뿐, 이 세상 모든 직업의 장단점 같은 것을 미리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왕 선택한 직업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과 책임에 달린 것.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이 정도의 내 직업을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한 책 한 권을 읽었다.


많은 부모가 조용히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그리고 그런 짐을 자녀의 어깨에 지웠다는 사실은 보통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메세지는 전달된다. 주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사랑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과 딸은 부모가 겁먹고 되지 못했던 건축가가 되거나, 부모에게는 금지되었던 사업가가 된다. 아무도 소리 내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야망은 심리적 공기 속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특정한 직업으로 쏠려 있는 15년간의 동경 어린 눈길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110)





지난주에 읽었던 ‘우리가 몰랐던 섹스’와 인용된 문구가 아예 똑같은 키에르케고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 속 구절. 같은 시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올 책이라면 이정도 중복쯤은 없애도 좋을 것 같은데. 2% 아쉽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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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6 / 인문학, 교양인문학] 우리가 몰랐던 섹스. 인생 학교 지음. 이수경 옮김. 와이즈베리. (2018)

이런 주제의 책은 아직도(?) 열린 공간에서 꺼내어 놓고 읽기가 불편하다. ‘와이즈베리’ 출판사의 서포터즈여서 읽게 된 것을 굳이 밝히고 시작.

10여 년 전 샘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 때 와이즈베리에서 ‘new’인생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샘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67658238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71816755

빨리 읽기도, 곱씹어 읽기도 민망한 이 책은 ‘XX 한 권으로 끝내기’ 식의 가벼운 무게를 지니고 있어 앉은 자리에서 한 두 시간 내에 훌훌 다 읽어버렸다. 10여 년 전 정독하면서 읽었던 나의 인생 학교 시리즈는 어디에….

목차가 책 전부이고, 곳곳에 더해진 삽화가 분위기를 더했다.

그 외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책장을 넘겨보시기를.

1800년경에는 많은 의료인들이 돌팔이 의사였다. 그들은 정확한 의학 지식이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환자는 많았고, 엉뚱한 치료법일지언정 늘 의료 수요가 있었다. 당시에는 의사가 오늘날처럼 존경과 선망을 받는 직업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풍경이 바뀐 이유는, 진지하고 똑똑하고 훌륭한 진짜 전문가가 의료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건강은 너무 중요한 사안이므로 신비의 묘약이나 팔고 다니는 자칭 의사에게 맡겨둘 수 없었다. (125)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1843)
결혼하라. 그러면 그대는 그것을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라. 그것도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비웃어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탄식하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 목을 매달아 자살하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지 말라. 그래도 역시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그대가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간에, 어느 쪽을 택해도 후회할 것이다. 이것이 모든 철학의 요점이자 본질이다. (159)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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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09 / 인문학, 서양철학]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트 에코.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9)

패러디의 사명은 그런 것이다. 패러디는 과장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패러디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웃거나 낯을 붉히지 않고 태연하고 단호하고 진지하게 행할 것을 미리 보여줄 뿐이다. (7)

선생님, 죽음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뿐이야. 모든 사람들이 다 바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지. (270)

똑똑한 사람들이 보는 유머책 같은 느낌의 이 책은 오늘처럼 무기력할 때 읽으며 피식거리기 딱 좋은 ‘꼭 알아야하는 건 아니지만 궁금하기도 한 삶의 팁’을 알려준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싶은 말만 하고 정작 그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
도서관에서 빌려읽었지만, 이 책은 소장용이다. 이 책의 재미(?)를 알려준 분의 이야기대로 심심할 때 아무쪽이나 펼쳐 놓고 읽기 좋다. 어이없이 피식거리게 되지만, 허를 찌르는 냉철함에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싶다. ‘장미의 이름으로’를 읽기 전 워밍업으로 읽었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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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05 / 인문학, 교양인문학] 시크:하다. 조승연. 와이즈베리. (2018)

15년 전 다녀온 배낭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지만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느꼈던 거만한 영국에 비해 더러운 만큼 자유분방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이 미묘하게 세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색채에 예민한 내게는 그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10년 전 미술관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한 작가님의 초대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고, 특히 와인에 문외한이었다. 몇 가지 와인을 권해주셨지만 쓰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몇몇은 쓰고 떫은 와인들이 굉장히 좋다며 행복해했다.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특별히 기억나는 만큼 맛있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맛없는 음식이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프랑스 음식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 간 대학 동기의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자 내게 조언을 구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도도하고 거만하게 전시회를 치렀다. 학부 때에도 보던 특별히 다를 게 없던 전시였지만 그의 작품 세계가 좀 더 견고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아마도 ‘프랑스’라는 나라의 분위기가 더해졌음이 분명했고, 그녀의 세상이 부러웠다.

내가 아는 단편적인 프랑스는 복합적이다. 가장 화려하면서 가장 서민적이기도 하고, 테러도 파업도 많은 이상하게 매력적인 나라.

<시크:하다>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한 저자 조승연이 경험하고 바라본 프랑스인의 이야기이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삶, 누군가는 동경하는 프랑스인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외국인으로서 그곳에서 몇 년 살다 온 저자의 시선이 과연 ‘모든 프랑스인의 삶의 모습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들의 방식이 전부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얇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던 건 프랑스와 관련된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보았기 때문일까? 저자가 경험한 책 속에 담긴 프랑스가 이상적인 모습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에 쌓여 한 장 한 장 곱씹으며 읽어냈다. 책을 읽기 전 아리송했던 부분이 무색할 만큼 금방 해결되었다. 이 책은 ‘인문학 관찰 에세이‘가 맞았다.



‘시크하다’를 떠올리면 프랑스 여배우 샬롯 갱스부르가 떠오른다.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유니크한 그녀를 참 좋아하는데, 그 이미지를 차용한 제목이라면. 음….
그럴듯하다. 제목도 소제목도 표지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용케도 잘 돌아가는 구닥다리 톱니바퀴 같은 포근한 편안함.
예측 가능한 삶 (25)




​​그렇지 않아도 지구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태게 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 비록 지주 고장나기는 했지만, 근처에 있는 철물점에서 나사나 용수철 같은 부품만 적절하게 교체해주면 큰 문제 없이 몇 달은 더 쓸 수 있었다. (16)





한 프랑스의 슈퍼마켓 벽에는 루이제 콜렛이라는 여류 시인이 했던 말로 여겨지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내게 장가 보낼 아들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아들아! 와인과 치즈와 송로버섯을 즐겨 먹지 않는 여자와 절대로 결혼하지 말거라.”
(...) 식자재를 까다롭게 고를 줄 아는 사람은 인생에서 자기 갈 길을 제대로 선택할 줄 안다는 프랑스식 근대 철학에서 나온 말이다. (72)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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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91 / 인문학, 출판]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정상태. 유유출판사. (2018)

책을 읽기 전 저자강연회에서 먼저 만났던 정상태는 신뢰 가득한(?) 생김새와 말투를 가진 사람이었다. 본인의 경험담과 가진 정보를 최대한 덤덤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나누려는 모습이 좋았고 책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그리고 보름쯤 지난 후에야 겨우 완독한 이 책은 결코 읽기 버거운 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빨리 읽을 수는 없었다.) 책 몇 권 읽었다고 내 책 한 권쯤 쓸 수 있을 것 같던 자만을 조금 숨겨야 했던 책.

작가가 자신의 원고를 투고하는 과정과 출판사의 담당자가 그것을 받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의 순서와 노하우가 담겨 나처럼 생초보자에게는 아직 그 강을 건너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걸 읽으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과 함께 글 잘 쓰는 사람도 읽을 책도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꾸자꾸 쓰다 보면 언젠가 나도 잘 쓰는 날이 오려나..
싶다가도 안 올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2015) (12)

투고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에서 시작해 원고 다듬기, 콘셉트 만들기, 예상 독자 찾기, 기획서 완성하기, 투고할 출판사 찾기. 중에서 중요한 것은 ‘왜 투고하려 하는가?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가? 어떤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16)

지금까지 내가 읽어 온 책 중에서도 오랫동안 길잡이 역할을 해 준 책들은 정답이나 해법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기 전보다 좀 더 나은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책, 그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질문할 수 있게 한 책이었다. (16)

당신의 원고는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세상)과 사람들(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거울 앞에 선 채 당신 자신만을 비추며 독백하고 있는가? (26)


기획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투고의 과정이다. (95)


투고하기 전에 읽어 보면 도움이 되는 책들
-글쓰기 생각 쓰기. 윌리엄 진서,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7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메멘토, 2015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한겨레. 2010
논픽션 쓰기. 잭 하트, 정세라 옮김. 유유. 2015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임승수, 한빛비즈. 2014
작가의 시작. 바버라 애버크롬비. 박아람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6
출판의 미래. 장은수. 오르트. 2016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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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64 / 인문학] 정원으로 가는 길. 질 클레망. 이재형 옮김. 홍시출판사. (2012)



장석주의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2015)’를 읽다가 ‘게으름의 즐거움(2003)’을 알게 되었다. 게으름과 휴식에 관한 여러 사람의 에세이를 읽다가 질 클레망의 글이 좋아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찾게 된 책, ‘정원으로 가는 길(2012)은 프랑스 원예가이자 조경 디자이너이며 식물학자 및 곤충학자인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책이다.

생태적인 정원 디자인, 움직이는 정원으로 유명한 질 클레망은 유년시절 정원에서 아버지를 돕다 농약에 중독되어 이틀간 혼수상태에 빠진 경험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정원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책 소개 참고)

유목민들은 정원을 만들지 않는다.
최초의 정원은 방랑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던 인간의 것이었다. 어떤 인간이나 어떤 사회의 삶에, 이 단계를 위한 시대는 없다.
최초의 정원은 식량 생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채소밭이 최초의 정원이다. 채소밭 정원은 시간을 초월한다. 채소밭으로부터 정원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원의 역사를 관통하는 모든 시대마다 깊은 흔적을 남겼다. (20)


최초의 정원에서부터 미래 상상의 정원까지, 자연과 공존하는 서양인이 자연이나 정원을 바라보는 관점이 동양인의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물의 자람에 따른 자연현상과 원예학적 깊이로 내용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원’이라는 자연의 모습 하나로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원 인문학책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정원 탐구가 멋지게 느껴졌다. 더불어 인간의 생각을 탐구하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유나 비유 등 단어나 글 자체가 가진 함축적 의미가 많아 쉽게 읽히지 않았지만, 프랑스 사람의 느낌이 담긴 글이어서 마냥 좋았다.



이 같은 태도는 우주(항상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며 인간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는)와 마주한 인간의 위치를 중시한다. 하늘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 그것은 곧 별들과 협력하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다. 스타이너 학교 출신의 생체역학자들은 자연을 문화로 변모시키는 데 적극적이지 않으며, 별들을 신뢰한다.





시골에서는 정원이라는
단어가 다름아닌
채소밭을 가리킨다.
그 나머지는 다 풍경이다.
이 풍경이 어떤 구성의
대상이 될 때 사람들은 그걸
공원이라고 부른다. (24)




우리는 역사로부터 정원만을 넘겨받을 뿐 정원과 함께 살아가는 정원사들은 넘겨받지 못한다. 부지런한 노동자를 화학약품으로 대체하여 정원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원래의 설계를 유지하되 오염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 (43)







정원사들은 별과 달을 올려다보다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일종의 원예 우주력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뿌리를 수확하는 종, 열매를 수확하는 종, 잎이나 꽃을 수확하는 종들의 씨를 뿌리기에 좋은 날들이 각기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예와 관련한 하나하나의 활동은 하루 중의 어떤 정확한 시간에 중단되거나 시작될 수 있다. (111)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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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49 / 인문학]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완웨이강. 이지은 옮김. 애플북스.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소설이나 에세이 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다른 문화, 생각, 사고방식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주기에 충분했다. 완웨이강은 중국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물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지식, 유연한 사고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성적, 과학적 사유에 바탕을 둔 글을 쓴다. (책날개 참고) 이과형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사를 담은,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는 중국인이지만 중국과 미국에서 터득한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글을 담고 있다.

내 마음과 딱 맞는 인문학책을 찾기 어렵다. 책도 너무 많고, 사람들 개인차도 있다 보니 나와 딱 맞는 책을 찾기는 서울 밤하늘에서 진짜 별 찾기만큼 쉽지가 않다. 지식만 가득하여 너무 어려운 책도 있고, 수박 겉핥기처럼 가벼운 지식만 가득하여 지루한 책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와 궁합이 잘 맞았다. 원작자의 글이 좋았는지 번역자의 능력이 좋았는지 두꺼운 무게에 비교해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장은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2장에서는 교육과 빅데이터 등을, 3장은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4장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공계 전문가가 바라보는 사회문제들에 관한 이야기로, 객관적이며 분석적이다. 동양사상의 메카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물리학자인 저자가 서구 교육 시스템을 받으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엮었다. 이렇다 저렇다는 결과론적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나침반 같은 중심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시대의 지식인(지혜지)의 가장 기본적인 교훈은 고슴도치가 아닌 여우가 되어야 한다. (...) 세상은 의견과 생각을 제공해줄 수많은 고슴도치를 항상 필요로 하지만, 과학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고슴도치의 역할은 바람잡이나 도구에 불과하다. 여우야말로 날로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 (20)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식인’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 지식인을 말한다. 결국 여기나 거기나 사람 사는 덴 다 똑같고 모든 것은 사람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경제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 한다. 주위의 흔들림에 영향받지 않으려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현대 지식인의 이야기지만 고전문학 같은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자기계발서와 같이 선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 책이 좋았다.



국가는 가정이 아니다. (57)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편의 역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얻게 되는 편의가 오염이나 교통체증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당신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67)




학교에서 양성된 학생들은 모두 ‘섬세한 이기주의자’다. (175)

똑똑한 학생에게 명문대 진학 여부는 삶에 결코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어느 길을 가든지 성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번 선택에서 배제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사회는 충분히 복잡하고 시장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 푸단대학교가 아닌 중난대학교에 간다고 해서 미래 소득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72)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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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생각해보니 중국인 저자가 쓴 에세이나 자기개발서 뭐 그런 종류에 책을 읽어본 적이 없네요. 소설책은 몇 개 읽었는데 말이죠. 한 번 체크해놓고 나중에 가서 읽어봐야겠네요~

    2018.04.12 07: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일본이나 영미권 책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다른 나라 책을 찾아 읽고 싶은데 번역자의 '능숙함'이 적어서인지 문화가 달라서인지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책은 좋았어요~(저자가 중국+미국권이어서?ㅎㅎ)

      2018.04.24 23:2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