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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9-4 / 사회과학. 비평 칼럼] 대리사회. 김민섭. 와이즈베리. (2016)

요즘 읽는 책 두 권이 묘하게 닿아있다. 한 권은 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엑스북스, 2018)이고, 또 한 권은 대리사회(와이즈베리, 2016)이다. 연두색 표지색이 똑같고, 좋은 글쓰기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닮았다. 다른 점은 한 권은 직접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지만, 딱히 와닿지 않고, 다른 한 권은 르포르타주의 형식(글쓰기책이 아님)으로 대리운전자로 사는 삶을 잘 쓴 글쓰기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남을 대신하는 사회, ‘대리(代理)사회’인 줄 알았는데 ‘대리’운전에서 나온 대리였다. 하긴 대리운전도 ‘代理’이긴 하지. 훈의 시대(와이즈베리, 2018)를 읽고 김민섭의 다른 책이 궁금하여 찾아 읽게 된 대리사회는 글작가를 업으로 삼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대리운전 기사로 밥벌이를 하는 저자의 삶이 담겨있다. 직업의 귀천을 넘어서서 좋은 글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 대리사회는 월간지 ‘작은 책’과도 닮아있다. 저자처럼 나도 나의 분야에서 글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마구 생기는 책이었다.

어쩌면 가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위한 ‘대리’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우리는 너를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주체와 대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는 아직 모든 가족을 주체로 두는 방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내하고든 아이하고든, 조금은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한다. 기꺼이 그들을 위한 대리의 삶을 살며, 그렇게 조금은 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105)

갑과 마주하려는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들’이다. 그들은 한 걸음 물러서거나 밀려난 을에게 “너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갑의 욕망을 대리하는 대리인간이면서도, 자신을 그 공간의 주체로 굳게 믿는다. 자신들이 괴물이 되었음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노는 주변의 을이 아닌 저 너머의 갑을 향해야 하고, 공고하게 구축된 시스템에 닿아야 한다. 모두가 돌아서서 갑과 마주하고, 대리사회의 괴물과 싸워나가야 한다. (178)

그 누구도 가르쳐준 바 없지만, 결국 우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밀려나기는 쉽지만 스스로 물러서기는 어렵다. 그것은 공간의 주체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그러고 나면 시스템의 균열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그 균열의 확장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대리사회의 괴물과 마주할 수 있다. 그때부터는 ‘사유하는 주체’가 된다. 여전히 행동과 언어는 통제될지라도, 정의로움을 판단하고 타인을 주체로서 일으키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강요되는 천박한 욕망을 거부할 용기를 얻는다. 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252)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2019- 1/ 사회과학] 훈의시대. 김민섭. 와이즈베리. (2018)



학교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는 논문 읽는 걸 좋아했다. 논문이란 건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걸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던지, 전혀 다른 두세가지를 접목시켜 새로운 틈새를 찾아내는 식으로 쓰여져 똑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는 흥미로운 읽기 거리였다. 내가 직접 논문을 써야하던 시절엔 그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알게되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객관적 자료와 논리적인 전개로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질의 논문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아버렸다.

이젠 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지났고 논문같은 건 읽지 않아도 되는 시기이지만, - 내가 생각하기에 - 논문과 비슷한 형식이나 접근 방법으로 쓰여진 책은 다른 것보다 유심히 보게 된다. 깔끔한 목차나 객관적인 분석, 남다른 시선 등 책을 내는 모든 사람들이 논문 한 편 정도는 써보려고 노력한 후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잘쓰여진 글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니까.

‘훈의 시대’ 저자 김민섭은 확실히 논문 여러편 써본 글솜씨를 지녔다. 이미 책 두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를 출간했다. 정확한 학력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마도 인문사회대 석사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저자이기에 논리적인 글쓰기와 사회 비판적 사고를 지녔을 거라 추측한다. (본문 어딘가에 문학 박사로 나옴)

80년대 국민학교 교과서에 등장할법한 영희와 철수가 그려진 표지, 그리고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는 제목 덕분에 쉽게 손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니 기대 이상이다. 저자는 이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훈’들을 비꼬는 이야길 책으로 담았다. ‘훈’이라는 단어가 담고있는 구속, 억압, 같은 것이 나와 이 사회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정의하는 ‘훈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훈’은 1)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고, 2)지배계급이 생산, 해석,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고, 3)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이다. (19)

예술가만 창의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 학창시절 나 자신이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예술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그쪽 직업으로 살고 있지만, 다른 어떤 분야에도 창의성은 존재하고, 각 분야에 존재하는 소수의 창의적인 사람들이 발견하고 전개해나가는 세상을 나 같은 다수의 시민들이 감탄하고 모방하며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김민섭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이고, 계속 좋은 글을 쓰고 강의를 했으면 하는 사람. 어느 지방대인지 모르지만 그 지방대 학생들은 복받았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대리사회를 빌려왔다. 1983년생 김민섭 작가님 당신의 새책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133 / 경제경영] 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와이즈베리. (2018)

오랜만에 만난 좋은 책을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어 서두르지 않을 만큼 괜찮은 역사+처세술 서적을 만났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 때 삼국지 같은 책을 읽으며 노련미를 쌓는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역사 속 위인들의 이야기를 나의 상황과 접목하고 싶어 얼마 전 읽은 책이 바로 ‘조조에게 배우는 경영의 기술(시그마북스, 2016)’이다. 번역자의 오류인지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은 채, 바로 다음 읽게 된 이 책은 저자의 넓고 깊은 상식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며 ‘글쓴이는 뭐 하는 사람이지?’라고 저자를 떠올린 책도 오랜만이다.

저자 윤형돈은 역사 문화교육 컨설팅 전문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하면서 사람들의 장점을 흡수해서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 그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를 활용한 교육컨설팅, 역사 리더십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책날개 참고)

생소한 저자의 이력을 다시 되짚어볼 만큼 글에 흡입력이 있다. 다양한 방면의 역사적 지식 습득과 연구, 깊은 통찰이 없다면 결코 쓸 수 없는 글이다. 가볍게 읽으면 재미있는 시선으로 보는 역사서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역사 속 주인공이 어떠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했는지 읽힌다.

리더십은 인간의 역사이자 미래다.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와 직업, 위치에서 생각할 때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중간관리자가 되고 누군가를 끌어가야 할 입장이 되니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배우고 싶지만, 인간관계만큼 쉽지 않은 것이 리더십을 익히는 것이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듯, 이 책 한 번 읽었다고 그들의 리더십을 내가 해내는 건 아니니까, 어떠한 사실과 한 사람의 생각이 잘 버무려진 이런 책이 자주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이 나라 사람들은 비록 주도적으로 변화한 경험은 없지만,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것이 역사가 증명하는 한국형 리더십이다. (252)

리더는 누군가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의지를 가진 사람 자체가 자신을 이끄는 리더다. (253)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127 / 인문학, 교양인문학] 인생 직업. 인생학교 지음. 이지연 옮김. 와이즈베리. (2018)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10여 년 전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와이즈베리에서 ‘new’ 인생 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쌤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성인이 되었으니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왕 일하는 것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 직업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지 못한 나의 무지와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있을 뿐,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오랜 역사를 간접경험 해보니 이런 걸 사회 초년생 때 읽었다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하는 ‘취업특강’이나 ‘진로 교육’은 선후배들의 대화로 전공 관련 직업을 간접 경험하거나, 성격이나 성향 테스트로 나와 맞는 직업을 추천받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인생 직업’이라는 개념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쓰여 직업을 선택하기 전 여러모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책은 책일 뿐, 이 세상 모든 직업의 장단점 같은 것을 미리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왕 선택한 직업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과 책임에 달린 것.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이 정도의 내 직업을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한 책 한 권을 읽었다.


많은 부모가 조용히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그리고 그런 짐을 자녀의 어깨에 지웠다는 사실은 보통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메세지는 전달된다. 주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사랑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과 딸은 부모가 겁먹고 되지 못했던 건축가가 되거나, 부모에게는 금지되었던 사업가가 된다. 아무도 소리 내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야망은 심리적 공기 속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특정한 직업으로 쏠려 있는 15년간의 동경 어린 눈길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110)





지난주에 읽었던 ‘우리가 몰랐던 섹스’와 인용된 문구가 아예 똑같은 키에르케고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 속 구절. 같은 시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올 책이라면 이정도 중복쯤은 없애도 좋을 것 같은데. 2% 아쉽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126 / 인문학, 교양인문학] 우리가 몰랐던 섹스. 인생 학교 지음. 이수경 옮김. 와이즈베리. (2018)

이런 주제의 책은 아직도(?) 열린 공간에서 꺼내어 놓고 읽기가 불편하다. ‘와이즈베리’ 출판사의 서포터즈여서 읽게 된 것을 굳이 밝히고 시작.

10여 년 전 샘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 때 와이즈베리에서 ‘new’인생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샘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67658238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71816755

빨리 읽기도, 곱씹어 읽기도 민망한 이 책은 ‘XX 한 권으로 끝내기’ 식의 가벼운 무게를 지니고 있어 앉은 자리에서 한 두 시간 내에 훌훌 다 읽어버렸다. 10여 년 전 정독하면서 읽었던 나의 인생 학교 시리즈는 어디에….

목차가 책 전부이고, 곳곳에 더해진 삽화가 분위기를 더했다.

그 외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책장을 넘겨보시기를.

1800년경에는 많은 의료인들이 돌팔이 의사였다. 그들은 정확한 의학 지식이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환자는 많았고, 엉뚱한 치료법일지언정 늘 의료 수요가 있었다. 당시에는 의사가 오늘날처럼 존경과 선망을 받는 직업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풍경이 바뀐 이유는, 진지하고 똑똑하고 훌륭한 진짜 전문가가 의료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건강은 너무 중요한 사안이므로 신비의 묘약이나 팔고 다니는 자칭 의사에게 맡겨둘 수 없었다. (125)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1843)
결혼하라. 그러면 그대는 그것을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라. 그것도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비웃어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탄식하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 목을 매달아 자살하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지 말라. 그래도 역시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그대가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간에, 어느 쪽을 택해도 후회할 것이다. 이것이 모든 철학의 요점이자 본질이다. (159)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121 / 경제경영, 창업벤처] 뉴 머니. 러닝메이트, 이기문 편저. 북바이퍼블리. (2018)

에어비앤비의 탄생 과정을 담은 책 ‘에어비앤비 스토리(다산북스, 2016)’을 읽으며 3명의 창업자가 숙박업의 스타트업으로 모여 어떻게 투자자를 모으고 성장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남의 나라 이야기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049566401

사회적기업이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은 동네에 살고 있어 평일 밤낮으로 커피숍에 앉아 회의하며 컴퓨터를 놓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 늘 궁금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사업체를 꾸려나가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되었다.


뉴머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 한국 벤처 캐피탈리스트(venture capitalist)에 관한 이야기이다. 읽기 좋은 논문처럼 차례와 맺고 끝음이 분명하게 정리되어있어 VC의 투자가 필요한 사람이나, VC가 하는 일, 사업 흐름과 구조를 알고 싶은 사람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4, 6, 7장은 2017년 최인아 책방에서 이루어진 VC 시니어 4명의 대담, ‘한국 벤처캐피탈리즘’을 정리한 것으로, 이 책이 탄생한 계기가 되었다.

사업과 경영 특히 투자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 다소 뜬구름 같은 내용의 책이었지만, 시니어 VC 4인과의 대화가 담긴 4, 6, 7장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학부 한 학기 분량의 과목처럼 깊이감과 전문성,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동안 본 적 없는 새로운 분야를 다룬 책이다. 이런 책은 많은 사람에게 읽히지 않겠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105 / 인문학, 교양인문학] 시크:하다. 조승연. 와이즈베리. (2018)

15년 전 다녀온 배낭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지만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느꼈던 거만한 영국에 비해 더러운 만큼 자유분방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이 미묘하게 세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색채에 예민한 내게는 그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10년 전 미술관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한 작가님의 초대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고, 특히 와인에 문외한이었다. 몇 가지 와인을 권해주셨지만 쓰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몇몇은 쓰고 떫은 와인들이 굉장히 좋다며 행복해했다.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특별히 기억나는 만큼 맛있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맛없는 음식이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프랑스 음식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 간 대학 동기의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자 내게 조언을 구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도도하고 거만하게 전시회를 치렀다. 학부 때에도 보던 특별히 다를 게 없던 전시였지만 그의 작품 세계가 좀 더 견고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아마도 ‘프랑스’라는 나라의 분위기가 더해졌음이 분명했고, 그녀의 세상이 부러웠다.

내가 아는 단편적인 프랑스는 복합적이다. 가장 화려하면서 가장 서민적이기도 하고, 테러도 파업도 많은 이상하게 매력적인 나라.

<시크:하다>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한 저자 조승연이 경험하고 바라본 프랑스인의 이야기이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삶, 누군가는 동경하는 프랑스인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외국인으로서 그곳에서 몇 년 살다 온 저자의 시선이 과연 ‘모든 프랑스인의 삶의 모습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들의 방식이 전부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얇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던 건 프랑스와 관련된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보았기 때문일까? 저자가 경험한 책 속에 담긴 프랑스가 이상적인 모습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에 쌓여 한 장 한 장 곱씹으며 읽어냈다. 책을 읽기 전 아리송했던 부분이 무색할 만큼 금방 해결되었다. 이 책은 ‘인문학 관찰 에세이‘가 맞았다.



‘시크하다’를 떠올리면 프랑스 여배우 샬롯 갱스부르가 떠오른다.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유니크한 그녀를 참 좋아하는데, 그 이미지를 차용한 제목이라면. 음….
그럴듯하다. 제목도 소제목도 표지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용케도 잘 돌아가는 구닥다리 톱니바퀴 같은 포근한 편안함.
예측 가능한 삶 (25)




​​그렇지 않아도 지구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태게 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 비록 지주 고장나기는 했지만, 근처에 있는 철물점에서 나사나 용수철 같은 부품만 적절하게 교체해주면 큰 문제 없이 몇 달은 더 쓸 수 있었다. (16)





한 프랑스의 슈퍼마켓 벽에는 루이제 콜렛이라는 여류 시인이 했던 말로 여겨지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내게 장가 보낼 아들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아들아! 와인과 치즈와 송로버섯을 즐겨 먹지 않는 여자와 절대로 결혼하지 말거라.”
(...) 식자재를 까다롭게 고를 줄 아는 사람은 인생에서 자기 갈 길을 제대로 선택할 줄 안다는 프랑스식 근대 철학에서 나온 말이다. (72)



Posted by 따듯한 꽃.개



[완독 92 / 경제경영, 경제사] 관점. 쑹훙빙. 차혜정 옮김. 와이즈베리. (2018)

‘관점’은 ‘2009년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0인’에 선정된 국제금융학자인 쑹훙빙의 신작이다. 그가 2007년에 출간한 ‘화폐 전쟁’은 중국 경제 도서 부문 판매 1위를 독점하였고, 2010년부터 각국의 정치경제계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 (책날개 참고)

‘쑹훙빙’이라는 이름과 ‘화폐 전쟁’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중국의 경제 상황을 비판하는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단정하게 정돈된 목차만 봐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저자가 얼마나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1장 ‘시사를 보다’에서는 중동지역에서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에 관해 설명하고, 2장 ‘경제를 관망하다’에서는 중동, 미국, 러시아, 독일, 중국 등 최근 여러 사건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전한다. 3장 ‘역사를 관망하다’는 중동의 핵심지역 이스라엘, 이란, 터키 세 나라가 왜 중요한지 역사적 사건과 의미를 전달한다.


아랍 세계에는 “사촌형제와 손잡고 외부와 싸운 다음 친형제와 손잡고 사촌형제와 싸운다.”는 속담이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자의 권력 교체 과정이야말로 이 속담에 가장 충실한 것이었다. (17)

문화를 알아야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테러와 중동지역의 분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중동에서 비교적 작은, 이스라엘이 공격당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곳과 멀리 떨어진 적당히 안전한 곳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지식이 부족하여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렴풋하게나마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랍 부족에는 가족 중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에 죽거나 다치면 온 가족이 나서서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전통이 있다. 따라서 보호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험에 빠진다. (160)

쫓고 쫓기고 복수하는 영화가 너무 자극적이라 즐기지 않았는데 이 구절을 읽고 나니 그들의 행동들이 이해되면서 불편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더욱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것들은 영화 속이나 중동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 같지만 요즘 우리나라 정치 경제 판도 영화나 중동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나 거기나 무고한 시민들을 대량 학살하진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권력 다툼과 정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좋은 걸 닮아가면 좋을 텐데.

중국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은 구제할 수 있지만, 가난을 구제할 수는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도와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은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105)

중국 경제는 2가지 요소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하며, 이렇게 생산한 상품 또한 외부 시장에서 소화해야 한다. 이 경우 어느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경제 시스템이 마비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취약성도 크다. 중국이 세계 1위가 될 때는 중국 경제의 취약성도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다. (173)

민족의 충돌, 종교의 갈등, 부정부패, 정권과 이익 다툼, 지방의 반란 등 많은 문제들은 사실 모든 제국이 쇠락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핵심은 어지럽게 얽힌 현상을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근원을 찾아내는 것이다. (467)

세계사를 이야기하며 풀어 놓는 저자의 견해들도 흥미로웠다. 베일에 싸여 신비로운 중국의 모습, 중국인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을 관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다.’라는 소제목처럼 중국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살펴본 중동 지역의 역사와 현재, 중국의 모습, 세계 속의 관계 등을 통해 오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를 떠올릴 수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정치인의 죽음 등 나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코 우연히 생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시기에 ‘관점’을 읽게 되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작년 이맘때 와이즈베리 서포터즈 모임에 참석하여 독자와 출판관계자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중국 저자의 책도 읽고 싶다고 나이 지긋하신 팀장님과 대화 나눈 기억이 난다. 동북공정과 관련된 책이면 더욱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던 것 같다. 어쩌면 그때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셨던 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어려웠지만
의미 있었고, 중국인의 시선이 담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다.

조만간 ‘관점’과 ‘미션임파서블 폴아웃’에서 알게 된 분쟁지역 카슈미르와 연관된 ‘다시 태어나도’, 유대인의 필독서 ‘탈무드’를 읽을 계획이다.






-‘관점’을 통해 알게 된 것들, 발췌
이란은 정교일치의(정치와 종교가 일치하는) 신권 국가이며, 사우디아라비아(국왕의 절대권위, 종교는 와하비즘)와 다르다.
이란의 정치 구조에서는 종교 지도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협상 타결의 결정적 원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종교지도자의 동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49)

우리는 균형 잡힌 태도로 중동 역사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스라엘의 성공을 보는 한편 아랍인의 좌절감을 깊이 공감해야만 복잡한 중동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81)

시아파(무함마드-알리-후세인의 복수를 위해 생긴 조직, 이란 사람들의 대부분, 페르시아인)와 수니파(무슬림의 85%, 누구든 무술림의 사업을 계속 확대 발전시킬 수 있다면 인정, 사우디아라비아인)의 갈등(164)

현재 중국은 연간 37억톤의 석탄을 사용한다.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석탄 의존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178)

인터넷 시대에는 살만 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기여를 더욱 중시한다. 그들은 삶의 가치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 삶의 가치란 당신이 이 사회를 위해 창조하는 가치에서 당신이 얻은 소득을 뺀 것이며 그 값이 클수록 삶의 가치는 커진다. 이는 과거 산업시대의 가치세계와는 다른 것이다. (213)

돈은 자산이 아니라 자산의 ‘영수증’에 불과하다. (232)

달러 화폐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며, 그는 ‘트리핀 딜레마’이론을 제기했다. (금이 아니라 국채를 이용.) (232)

4차 산업혁명은 과연 무엇일까? 독일은 이를 전면적인 지능화라고 설명한다. 지능화란 무엇이며, 독일이 이 개념을 가장 먼저 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독일이 제조업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공을 받아 큰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다. (239)

자율주행 시대에 자동차의 실시간 주행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모든 자동차 운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면 운전자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거나 가속페달을 심하게 밟고, 차선을 바꾸거나 좌우 회전을 할 때 방향등을 켜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장기간 축적된 이러한 데이터는 상업적 이용 가치가 매우 크다. (247)

유대인의 계약 정신은 신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되었다. 계약은 상업의 기반이 되며, 경외심은 계약 정신의 영혼이다. (310)

유대인의 부는 가문의 계승이 아니라 그들의 네트워크에 의해 지속된다. 이것이 바로 유대인이 몇천 년 동안 세계의 부를 장악해 온 비밀이다. (321)

오스만제국의 종교 정책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관용적이었다. 이러한 종교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사방에서 오스만제국으로 몰려왔다. 이른바 유대인과 이슬람 세계가 태생적으로 서로를 적대시한다는 관념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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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78 / 사회과학, 정치] 위험한 민주주의. 야스차 뭉크.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18)

러셀은 우리의 섣부른 미래 예측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만약 과거에 일이 잘 풀렸다고 해서 그 원인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순진한 닭과 같은 꼴일 것이며, 미래에도 계속 잘될 것이라고 낙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닭이 언젠가 세상이 끝장나리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앞으로 닥칠 변화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25)


‘위험한 민주주의의 저자 야스차 뭉크(yascha mounk)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관한 연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학자이다. 그는 폴란드 부모에게 독일에서 태어났고,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 제도를 강의하고 있다. (책날개 참고)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가장 흥미로운 일은 아마도 ‘정치’가 아닐까. 한 번 맛보면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권력이라는 것을 두고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어떤 관점을 취할 것인지 자신 혹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그것. 우리나라에서도 6월 13일에 치러진 지방선거로 지난 정권을 심판하려했지만 아리송한 부분도 있었다. 민주주의의 약점을 이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한 표의 흐름을 장악하려는 정당과 선거 관계자들의 눈치 싸움 덕에 한 시민으로서 질려버렸다. 누구든 당선된 사람이 바르게 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박근혜 정권 이후 정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현직 교사모임인 교양 사회 교사연구회에서 만든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정치학’(이름북, 2018)은 학창시절 교과로 배운 정치에 대한 깊이를 넓힌 기분이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를 파고든다. 권력을 얻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했던 정치가 철학, 심리, 경제 등 여러 사항으로 만들어진 표퓰리즘으로 우리의 판단을 흔들리게 만든다는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저자는 트럼프와 힐러리의 사례를 예로 들며 표퓰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며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한다. 그리고 그 위기의 원인을 소셜미디어, 경제 침체, 민족 정체성으로 정리한다.

폴란드계 독일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하는 이 책 3장을 박근혜 정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눈을 비비며 책장을 앞으로 다시 넘겼다. 분명 공동 저자가 아닌데. 외국인이 보기에도 우리나라의 지난 정부가 참 어이없고 한심해 보였나 보다.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면을 세계인들이 함께 알고 이런 책의 예로 다루었다니. 일제 치하 시기를 겪은 것도 원통한데 치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종적, 종교적, 경제적인 이유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우를 범했다.

그래서 결론은?
신념을 위해 싸우자.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을 예로 들며 알 수 없는 미래지만 신념을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서론과 본론의 전개에 비교해 결론은 모호하다. 아마도 정치는 현재진행형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고, 현재 나의 상황과 상관없는 일이 벌어지기 일쑤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보이지 않는 눈처럼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니 긴장하고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여기 한 사람이 깨어 있음을 알려야 한다.

어렵고 지루했지만, 이 사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이라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온갖 바람직한 것들을 민주주의 개념에 갖다 붙이려는 경향은 민주주의가 가장 정의로운 체제를 위한 용어로 남기를 바라는 철학자들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대부분은 빈곤이나 불평등이 만연한 상황 같은 부정의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나라를 꿈꾼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민주주의의 최소 개념을 고안하려 한 정치학자들조차도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의회나 법원과 같은 기관들 사이의 구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38)

러셀의 닭이 자기 체중이 4파운드에서 5파운드로 늘어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우리는 성장 없는 풍요로움이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적 역동성에 주는 영향을 예측하는데 도움 될 만한 역사적인 전례를 갖고 있지 않다. (208)

철학의 가르침에는 깊은 지혜가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매번 예측한다면 옳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실질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는 행동하지 않거나 묵인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유도할 것이다. (...) 내가 실제로 위험한 결정에 직면한다면, 나는 옳은 일을 하려는 다짐을 할 것이다.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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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67 / 인문, 심리]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와이즈베리 (2018)

이 책의 원제는 ‘지루함과 기발함’이다. 저자 마누시 조모로디(manoush zomorodi)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열혈 워킹 우먼으로 바쁘게 살아가다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변화를 한 권의 책으로 기록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it기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지루함을 이용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책소개 참고)

와이즈베리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라고 하였지만, 원작의 제목은 ‘지루함과 기발함(Bored and Brilliant)이다. ‘지루함’과 ‘심심함’은 뉘앙스 자체가 다르고, ‘기발함’과 ‘똑똑함’도 전혀 다르다. ‘기발함’은 ‘창의성’과 연관되어 있고, ‘똑똑함’은 지적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똑똑함을 추구하고 싶지 않은 반감으로 한국어판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똑똑해지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지루함을 즐길수록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얼마전 관심 있게 읽었던 ‘우울할 땐 뇌과학’(홍익출판사, 2018)과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원작 제목에 충실했다면 훨씬 긍정의 기운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마케팅 측면에서 좀더 눈에 띄는 제목을 정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아무튼 제목은 아주 맘에 들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썩 흥미로웠다.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7단계
1. 자신을 관찰하라.
2. 이동할 때는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둬라.
3. 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말라
4. 앱을 삭제하라
5. 페이크케이션을 떠나라
6. 다른 것들을 관찰하라
7.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익숙함이 나를 망가트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 핸드폰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클릭 한 번만으로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활용할 때는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실행적이고, 조직적이고, 비판적인 자기 점검 기술이 필요하다. (84)

산만함은 선택이다.
아이들은 당신의 관심이 필요할 때 문제를 당장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그들에게는 사회적인 한계선에 대한 개념이 없다. 다시 말해서 당신을 방해해도 될 때와 그래서는 안 될 때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면 아이들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규칙을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게 더 나은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우리를 방해하는 기기에서 우리의 주의력을 보호하는 기기로 바꿀 수 있다. (110)
알렉스 수정 김 방 (alex soojing-kim pang),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저자.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제목의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재미있는 제목 덕분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심심함’도 책을 보고 알아내야 하는 나와 요즘사람들의 갑갑함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나를 더욱 심심하게 하고, 똑똑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나는 그저 나대로 살고 싶다. 더욱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더 열심히 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누리고 살고 있으니, 받은만큼 베풀고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거나, 더 많이 누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요즘 어린이들은 미세먼지와 좋지 않은 여러 환경덕분에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지 못한다. 그대신 깨끗하게 관리된 키즈카페와, 블럭방,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 운동센터에 다니며 줄넘기도 하고 얼음땡도 하고 땅따먹기도 배운다.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나 어릴적엔 집 앞 땅바닥에 돌멩이 세워서 선을 그려놓고 놀면 그만인 땅따먹기, 공기놀이를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쪼개서 다닌다.

우리를 쫓기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무엇이 나와 우리를 심심함과 여유로움 까지 책을 통해 학습해야 하는걸까.


Posted by 따듯한 꽃.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