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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8.05.13 18:57



초심
한동안 ‘주말에 일하지 않기’를 목표로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는데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니 이젠 뭐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대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온종일 일과 업무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 아무리 노력해도 내 본능은 늘 원하는 대로 가고 싶은 대로 방향을 틀어버려 동글동글 유연한 고무공이 아니라 점점 더 모난 돌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늘 순간에 깨어있고자 노력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 최근 골머리를 썩이게 하는 문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지난 후회도 모두 나에게 있었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것.
나의 삶의 철학을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좀 더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어렵다 어려워. 재미있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잘 살 수는 없는 건가, 모두 원하는 건 나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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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5.04 12:16


방전
어떤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내 몸은 여기에 있지만 내 영혼은 사라진듯 내가 나로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다. 나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지만 내 정신은 알 수 없는 어딘가를 둥둥 떠있는 듯 멍한 상태가 지속된다. 몸의 에너지를 다시 회복하려면 방전된 시간만큼 충전될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스포츠 시계 어플에서 운동 후 회복 시간을 정해 알려주듯 몸 컨디션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 몸은 회복될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아웃풋을 보내고 있지만 업무와 고객, 주변 상황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네가 아니듯, 너도 나와 다르니까, 우리는 서로의 방전을 알지 못한다.

한갖 미물인 핸드폰도 방전되면 제 스스로 작동을 멈춰 충전이 필요함을 알린다. 불시인듯 아닌듯 찾아온 인간의 방전도 충전이 필요함을 알리는 스위치가 있다면 좋겠다. 특별히 서로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없더라도 누군가가 방전된 상태를 알게된다면 에너지업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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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22 13:05

오랜만에 셀렉토커피에서 퓨어 마일(가장 위에 써있는 메뉴)를 마신다.

커피를 즐기는 시기에 비하면 요즘은 커피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은 그저, 몽롱한 정신을 깨우려고 들렀을뿐. 온 몸이 깨어있지 못한 죄책감도 든다. 지난 연말부터 원두를 바꾸고 업그레이드 하면서 가격도 300원 올랐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현재 나의 몸 상태로는 섬세하게 느낄 수 없었지만, 먹고살기 힘드니까 300원쯤 오르는 것 당연하고 그럴 수 있다.

오늘따라 동네가 썰렁하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한 상가와 잿빛 하늘 아래 높게 솟은 아파트를 보면서 죽은 도시 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목소리, 기운, 에너지 확실히 그것들이 활기를 가져오는 건 분명하다. 나보다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의 열정과 기운을 보면서 덩달아 나도 전달받게 된다.


나 이렇게 늙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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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21 13:27


오늘은 깜짝 선물 받은 커피 한 잔.
별거 아닌 인스턴트커피지만 내 돈 주고 산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자기 것을 조금 나누어 준 것, 아니 어쩌면 사무실 탕비실에 있던 걸 몰래 챙겨와 내게 주었을지도. 어쨌든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관계’를 나누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려 했던 오늘을 보통 때와 같은 일상으로 보내려니 아쉬움이 크다. 좀 더 의욕적으로 대처하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더 이상 후회하지 않으련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의 선택과 결과는 같을 것이다. 아직도 내 선택과 삶에 대한 확신이 없지만,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가 아닌 내가 선택하고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 이것을 날 것 그대로 즐기고 싶은데 여전히 어렵다.

오늘을 사는 내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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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20 15:07



“너네가 고생을 안 해봐서 그래.”

고생은 안 해봤지만 눈치는 많이 보고 살아서 그런지 정말 행복했다는 기억이 많지 않다. 이제야 조금 남 신경 덜 쓰는 삶을 살게 되었는데 이젠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네.

“강남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려는 이유가 있니? 우리가 강남 3구에서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이유를 아니?”

가만히 앉아 책을 읽자니 책 내용은 들어오지 않고 옆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꾸 들어와 귀를 막아버렸다.

“우리 00는 탄력근무제라서 다른 사람들이랑 달라요.”

브라이언 맥나잇의 노래가 귓가를 채운다. 십년도 더 된 것 같은 노래. 사람의 취향은 변하지 않는다.

더이상 앞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그들은 결국 자식들의 뜻대로 강남이 아닌 곳에서 새 삶을 살게 되겠고, 부모님 뜻대로 하지 않아 자유를 누리겠지만 고생도 따르겠지.


* 만약에 우리
‘연애시대’, sbs 드라마 ost 중 하나였는데.

자꾸 힘이 빠진다. 기운을 차리고싶은데
언제쯤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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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19 11:24


커피와 집착 그 사이 어디쯤.

정해진 루틴과 약간의 일탈이 더해진 삶을 추구하는데 나의 일정한 루틴들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데, 최근 1~2년 사이에 부쩍 나와 가까워진 커피, 이 녀석 덕분에 일상 속 루틴이 흔들리고 있다. 커피와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한 두해 전 정말 맛 좋은 커피를 접하게 된 후 19세기 유럽 사람들 처럼 커피에 중독된 듯 매일 한 잔씩 사색하는 하루가 참 좋았는데.

딱 한 잔 뿐이었다.

매일 아침 내가 나에게 선물하듯 즐긴 건 딱 한 잔뿐이었다.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 커피를 마시며 보내던 시간 덕분에 매일매일 행복했다. 그 잠깐 동안 가질 수 있었던 여유 덕분에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만족스러운 시간도 만 3년을 채우지 못했다. 세 달 정도 아프고 난 후, 커피를 즐기지 않던 3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손이 떨리고 어지럽다. 무엇보다도 향과 맛으로 채워지던 만족감이 사라졌다. 아무런 감흥이 없다. 이렇게 점점 더 커피와 멀어지게 될지, 다시 가까워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멀어진 건 확실하다. 분명한 건 커피 요 녀석이 내 인생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하다.

나의 루틴이 깨져버린 이 순간,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는 커피에게 집착하며 고민하고 있다.


집착의 연속이던 내 인생, 이렇게 커피에 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본다. 되돌아오지 않는 강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고민하고 방황한다. 이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나, 매 순간 반복되는 모습이 어쩌면 이것 또한 내 삶의 루틴인지도 모르겠다. 쳇바퀴 도는 게 인생의 모습인건가.

커피든 뭐든 나를 들뜨게 할 무언가를 다시 찾고 싶다.
아주 조금이라도 떠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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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15 11:11

P.111
어른이 되면 그냥 놀라기가 어렵다. 나는 그때 온갖 사람의 마음에 놀라는 '마음'전문가인 선생의 넓고 깊은 인격에 충격을 받았다.
P.112
언젠가 선생과 대담을 나누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남자가 뒤로 물러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건 사노 씨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에요. 모두 진실을 싫어해요. 진실은 말하면 안 돼요."
왠지 무척 부끄러웠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웠다.

문제가있습니다. 사노 요코, 샘터 (2017)



어제는 무슨 용기로 전기장판을 켜지 않았다. 잠결에 더워서 이불을 자주 걷어찼던 기억이 나서 전기장판 없이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냥 잠을 청했지만, 오산이었다. 새벽녘에 너무 추워 다시 스위치를 켰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오들오들 찬 기운이 맴돈다.

추위에 무척 약한 나는 겨울이 되면 미리 대비를 많이 한다. 내복은 필수,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캐시미어 울 니트와 패딩 조끼도 몇 벌이 있다.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 유난 떤다 싶을 정도로 많이 껴입는다. 그러지 않으면 바로 감기에 걸리기 때문이다. 운동과 보약, 청소,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대비를 해도 늘 감기에 걸려서 알아서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몸이 아프면 덩달아 마음도 기운이 빠진다. 돌이켜보면 겨울철에 건강한 기억이 거의 없다. 무리해서 뭔가를 하거나 푹 쉬어도 매년 겨울은 늘 아팠다. 올해도 마찬가지고.

몸이 아픈 게 진짜인지, 마음이 아픈 게 진짠지 가끔 잘 모르겠다. 이곳이 아닌 따듯한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가도 그런다고 나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가라앉게 만든다. 일단은 내가 살아야 하니까, 오늘은 좀 가라앉아 있어야겠다. 다시는 한겨울에 전기장판 켜지 않고 잠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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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듯한 꽃.개
- 일상2018.01.12 11:23

2년 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면서부터 커피맛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크레마가 무엇인지, 산미는 무엇인지, 싱싱한 원두를 바로 갈고 내리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알게 되면서 스타벅스나 카누, 맥심 같은 국민 커피와 멀어지게 되었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정말 좋은 걸 마시고 싶어서 비싸도 커피 자부심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무슨 커피 비평가인 양 커피 맛을 평가하고 순위 매기며 ‘더 맛 좋은’ 커피를 찾아다녔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과거 이야기이다.

몸이 많이 상했다가 다시 기운차리고 있는 요즘, 한동안 저만치에 치워두었던 커피를 다시 꺼내어 조금씩 마시는 중인데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맛없게 느껴졌던, 개성 없이 쓴맛이 싸구려처럼 느껴지던 카누와 맥심이 거슬리지 않았다. 향과 신선도가 느껴지지 않던,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이름 모를 회사의 커피 드립백이 그럭저럭 마실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 아침 원두를 꺼내어 핸드밀에 갈고 핸드드립으로 내리던 그 과정이 귀찮아졌다. 매일 원두를 가는 그 일을 즐겼고, 행복감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전혀 그립지가 않다.

집착

아마도 나는 커피에 집착이란 걸 더하고 있었나 보다. 교토 여행에서 마셨던 그 기분을 꼭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내 감각이 옳다는 집착과 내 돈으로 내가 사 마신다는 이유로 다른 것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년 전 그 맛과 기분이 정답인듯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머릿속 많은 것들이 지워지면서 커피도 사라졌다. 감사하게도 커피에 대한 집착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저 따듯한 물 한 잔 이라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나의 공간에서 마신다면 그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이제 알게 되었다.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던 그 사소한 순간들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적어도 커피에 대해서는. 1도 모르면서 나 혼자 다 아는 척 평가하고 심판했던 모습이 우습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나의 천성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후천적으로 미식가는 아니다. 커피 역시 그랬다. 분위기와 습관으로 마시는 것이지 엄청난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삐딱하던 내 모습을 알아가는 게 좋다. 이렇게 조금씩 꼰대가 되고 늙어가는 내 모습이 나쁘지 않다.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해야 할 것이 그만큼 남아있다는 것도 좋고.

오늘 아침도 커피 한 잔으로 한가득 딴 생각을 풀어낼 수 있어서 이 소중한 시간이 참 좋다. 딱 그만큼이다.

내게 커피는 딱 그만큼 감사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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