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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10. 17. 12:30




[2019-65 / 소설. 한국소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문학동네. (2019)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붙드는 일, 삶에서 우리가 마음이 상해가며 할 일은 오직 그뿐이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작가의 말” 중에서


금희 님 금희 언니 등등 더욱 친근한 호칭으로 김금희 작가를 유난스럽게 좋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 적이 있다. 요즘 책 좀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김금희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절대 모를 수가 없는 김금희. 대체 김금희 표 소설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여고생처럼 강렬한 팬층이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일부러 찾아보고 싶진 않았다. 모두가 좋아하는 걸 나까지 관심 가져야 하나 싶은 생각에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남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건 피하는 평범치 않은 취향 덕분이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김금희 작가의 단편 소설집을 읽게 되었고 나쁘지 않았다. 어떤 매력 덕분에 광팬이 생겨났는지, 왜들 그렇게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속을 파헤치거나 날카롭지 않은 적당한 깊이의 섬세한 묘사가 특히 좋았다. 작가는 나만 알고 있는 우리 가정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자료조사를 한 건지, 작가만의 관찰력인지, 김금희 작가도 가정사에 소소한 문제를 겪은 건지 우리 집 안 사람들 소통의 한계로 느꼈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을 작가의 언어로 매끄럽게 정리된 글을 읽으니 비단 우리 가족만의 상처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가벼워졌다.

요즘 유행하듯 인기를 얻고 있는 소설 중에는 자극적인 소재나 주제를 다룬 글이 종종 있는데 나는 그쪽은 영 별로라 쥐어짜는 식의 글은 피하곤 한다. 삶도 팍팍한데 일부러 힘듦을 찾아다니기 싫기 때문이다. 김금희의 글은 그렇게 힘겹지도 거북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노련미가 느껴진다. 감당할 수 있는 감정선 언저리에 왔다 갔다 해서 좋았다. 하지만 끝이 나지 않는 길고 긴 문장은 조금 불편했다. 끝도 없는 미사여구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문맥을 만들 수 있는 작가의 노련미가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어렵고 버겁고 숨이 찼다. 그런 부분들은 스킵하고 지나가면 그뿐이니까 소설 한 편 읽는 데엔 큰 지장이 없지만, 나 말고 대부분의 사람(특히 감수성이 섬세한 여성 독자)에게는 큰 강점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청년이 그렇게 물었을 때 K는 비닐봉지를 들고 올랐던 아파트의 그 경사진 언덕과 엄마가 야무지게 싸매어놓았던 그 일용할 음식들과 엄마는 그것이 습관이 되어 요즘도 장을 볼 때 그렇게 꽁꽁 묶어,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 캐셔가 다시 그것을 하나하나 풀 게 되는데 열한 살의 어느 날 그가 정문을 빠져나갈 때 마지막까지 그렇게 최선을 다해 작은 몸을 흔들었던 한 아이와, 자기가 픽션으로 쓰지 않았던 죽음, 견디고 살아내지 못했던 그 불행한 가족의 얼굴을 아주 오랜만에 어떤 공포도 거부감도 없이 다만 안타까움을 느끼며 떠올렸으나 실제로 귀 기울인 것은 아직 술꾼들이 다 떠나지 않은 야간시장의 포장마차에서 들려오는 둠둠바, 둠둠바, 하는 디스코 음악이었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쇼퍼, 미스터리, 픽션” 중에서


‘오직 한 사람의 차지’는 2016~2018년까지 2년 동안 쓴 단편 소설을 묶어 발간한 책이다. 나처럼 김금희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소설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한 건 부담스럽고 적당한 재미난 걸 읽고 싶다면 추천.

인생이란 열기구와 같아서 감상을 얼마나 재빨리 버리느냐에 따라 안정된 기류를 탈 수 있다고.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문상” 중에서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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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6. 21. 11:00



[완독 2019-37 / 소설. 한국소설] 2019 제10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9)

2000년대 후반,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던가? 젊은 작가 수상 작품집에서 처절한 가난이 담긴 김애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강렬한 그 느낌 덕분에 젊은 작가들의 수상작품집에 손이 가질 않는다. 수상한 작품들은 좀 더 자극적인 주제나 소재가 담겨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감정의 처절한 밑바닥을 굳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피해왔다.

그리고 올해 십여 년 만에 수상작품집을 읽게 되었다. 안전 가옥 앤솔로지의 냉면(안전가옥, 2018)과 문학동네에서 매해 봄에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2019) 두 권을 읽었다. 십여년 전 강렬했던 첫 기억에 비하면 비교적 괜찮았다. (덜 괴로웠다) 그동안 나이가 들었기에 감정을 인정하고 극복할 수 있게 된 걸지도, 이제 이 정도는 견딜만한 내공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내겐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이 가장 좋았지만, 가장 강렬하면서도 흡입력이 좋았던 건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었다. 그래서 많은 작품 중에서 대상으로 뽑히지 않았을까. 정영수의 우리들, 이미상의 하긴은 불편한 감정이 들었고, 김희선의 공의 기원과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은 잔잔하게 흘러가서인지 푹 빠지기 어려웠다.

백수린의 소설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머지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 만난 2019년 제10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나쁘지 않았다. 내년 11회 작품집도 기대된다.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상처가 가득한 상처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자의와 타의에 의해 좌절하고 다시 또 살아가는 허무한 감정을 잘 보여준다. 화자가 누구인지 헷갈려 몇번이나 앞장을 다시 넘겨보았다. 동성애 소설일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언급하긴 어렵고,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의 불완전한 감정 표현을 세 명의 등장인물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가정에서 어머니의 책임과 무게, 소중함을 느꼈다.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을 읽으며 또 다른 내 모습을 보는 듯이 몰입했다. 주인공 언니가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나 같았고, 그들이 함께 살아가며 겪는 단조로운 일상이 보편적인 것들이라 더 울림을 주었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시시하지도 않았다. 작가의 다음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뭐랄까, 거기엔 모든 것, 그러니까 그때까지 문명이 만들어낸 나쁜 것과 좋은 것들이 온통 한데 뒤섞여 있는 느낌이었다.”(143)김희선-작가 노트

소설 속에서 ‘나’는 끝내 사과를 하지 않는데, 그것은 ‘나’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더 나빠서라거나, 더 비겁해서는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호들갑을 떨며 아파하면서도 타인의 상처에는 태연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이미는 그런 존재들이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참혹해져서, 안간힘을 써봤자 모든 것의 끝에는 결국 후회와 환멸, 적의나 허무만이 남을 것만 같다는 두려움을 안고 사는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드러내는 진실이 그토록 하찮은 것뿐일지라도,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순간들, 온기를 나눴던 순간들,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라고 말해주던 순간들마저 온통 거짓은 아닐 것이다. (184)백수린-작가 노트

우리의 삶은 동경하는 일의 아름다움과 그로부터 도래할 불안을 감내하고 마주하는 용기로 이루어진다. (191)선우은실

이곳에 온 다음 날, 나는 올해의 첫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었다. 그렇게 6월이 갔고 7월이 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는 것,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느끼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숨을 쉬는 일은 재미있고 행복하다. (196)이주란-넌 쉽게 말했지만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그러나 읽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글을 쓰다가 어쩌면 내가 영원히 혼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문득 참을 수 없이 두려워졌다. (264)정영수-우리들

사랑에서 애걸로 되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하지만 그건 과연 유의미한 변화인 것일까? 무의미한 변화는 없었던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만이 유의미한 것인가? 아는 것과 변하는 것은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 기억의 열람만이 가능할 뿐이라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305)김봉곤-데이 포 나이트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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